2009년 가을, 포르투갈 포르투
고양이 씨는 무료하게 앉아 시월의 덩그런 태양과 가칫거리는 바닷바람을 받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여행객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자기네 나라 말로 귀엽다거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봐야 고양이 씨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죠.
"여기서 멋진 미술작품을 보려면 어느 미술관을 찾아야 하죠?"
겸연쩍게 물어보자 고양이 씨는 핥던 불알에서 잠시 혀를 떼고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봐요.
"자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
"글쎄, 애완동물관리사 자격증을 따두긴 했는데, 포르투갈에서도 통할지는 몰랐어요."
"여기 길가에 있으면 모르는 게 없어. 미술관 위치나 작품들의 사연은 물론, 다들 뭐가 좋고 뭐가 맛있고 어제 누구와 잤고 하는 얘기들 뿐이거든."
"그렇군요."
끄덕끄덕. 원하는 건 미술관 이름과 장소.
"흠. 이리 죽 내려가면 볼샤 궁전이 있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두 블록을 내려가다 보면 성질 고약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가 있어. 후, 겨드랑이에서 풍겨대는 지독한 냄새란. 그 할아버지가 키우는 개는 정말이지 우리들에겐 골칫거리지."
원하는 건 미술관 위치.
"쯧쯧, 요즘엔 세상이 삭막해서, 흠흠.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쓰다듬으면서 육포나 먹던 과자도 주고 그랬는데 말이야."
"아. 스페인 마드리드는 정말 좋았어요. 미술관들도 많고 작품들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흠흠. 포르투에는 더 좋은 미술관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배가 고파서 먼저 일어나 봐야겠네. 저기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을 끼고 돌아가면 항상 있는 비렁뱅이가 가끔 얇은 햄을 나눠주거든."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고 뒤돌아서 가려고 합니다.
"어어... 저기 미술관은..."
"진짜 귀찮게 구네, 이 양반. 글쎄 날생선 조각이라도 하나 던져줄 게 아니면 그냥 가던 길 가시라고."
미술관 가는 여행객이 날생선이나 육포를 들고 다닐 리가 없잖아.
개와 고양이는 어딜 가나 사랑받는데, 왜 내게는 친절하지 않은 게냐, 라고 서운해해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