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매일, 서울 망원동
우리 집 열 살 강아지 까몽이는 얼마나 청결한지 몰라요.
틈만 나면 고양이마냥 발을 핥아 청소하죠.
한 발 한 발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언제부터인가 고추나 불알을 핥는 시간이 늘더니
이젠 똥꼬도 곧잘 핥아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깔끔 떠는 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 멀리 똥꼬 핥겠다고 고개 숙여 고생하는 게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도 미안하지만 저는 까몽이와 뽀뽀하지 않은 지 꽤 되어요.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물론.
이건 비밀이지만 우리 엄마는 여전히 까몽이와 자주 키스해요.
놀라지 마요, ‘뽀뽀’가 아니라 ‘키스’라고요.
열 살이나 된 할배 까몽 옹은 불알을 핥던 혀로 엄마 입술을 핥아요.
엄마나 까몽 옹이나 좋다는데, 훈훈한 모습을 옆에서 차마 말릴 수 없어요.
사족 대신 견족犬足.
- 까몽 옹 열두 살 되던 해에 집값에 떠밀려 인천으로 유배, 아니 이사를 가게 되어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에게 맡겼다. 나는 까몽 옹의 노년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에 심한 죄책감을 느꼈으며, 요즘도 까몽 옹이 떠오를 때면 후회하고 미안해하곤 한다.
- 살아있다면 평균수명을 넘어선 열네 살이 되었을 까몽 옹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반려인에게 사랑받으며 좋아하던 햇빛 아래서 푹 쉬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