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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러버 Apr 08. 2023

초등 1학년 입학

나 학교 안갈거야


초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언니들이 다니는 국민학교에 같이 입학을 했다. 

그 당시 내 마음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은 한 장면이 있다.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 이렇게 선생님이 줄을 세우셨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 옆에 있는 친구랑 손을 잡으라고 하셨는데 나는 손을 잡기 싫었던지, 손을 내밀지 않고 등 뒤로 숨겼다. 그걸 본 학부모님들이 하하, 호호 웃어대는 바람에 어쩔 줄을 몰랐다. 손잡는 건 여전히 싫고 주변에서 웃어대니 부끄럽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2023년 3월 2일 아들의 입학식이다.

마흔전에 낳은 아들이라 초등 입학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아들이 엄마 아빠 나이가 많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머리 염색도 하고 살도 좀 빼고 신경을 써야겠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 너무 튀는 거 아니야?'

우리 부부는 2-3년 전부터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입학식 강당에 모인 부모님들을 보니,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우리 부부 나이가 많은 축에 들겠지만,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모들이 제법 보였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이를 늦게 낳은 부부가 많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입학식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들이 아침부터 늑장에 일어나지를 않고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계속했다. 입학식이니 다 같이 나가야 한다고 어서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 몸을 일으키고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아들은 끝끝내 속마음을 말했다.

"나 배가 너무 아파~"

아이가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쓰였지만 마음 약해질 소리는 할 수가 없었다.

"배가 아플 수 있어. 다른 친구들도 비슷할 거야. 학교 간다니까 긴장이 되어서 배가 아픈 거야~ 막상 가보면 괜찮을걸?"

이런 말들로 아이의 상태를 공감해 주고, 그래도 엄마 아빠랑 같이 가는 거니 용기를 내 보자고 했다.


집을 나서자 하나 둘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학교 건물을 보니 더 실감이 났던지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다.

1반부터 8반까지 피켓이 놓여 있고 담임 선생님과 먼저 온 친구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이름표를 받고 줄을 섰다. 아들을 줄 세우고 우리는 안전선 밖으로 나왔다. 아들은 계속 우리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아는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입학생이 모인 강당에는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멋진 음악을 연주해 주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옆에 있어서 그랬는지 더 잘 들을 수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의 연주가 아주 근사했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끝나고 드디어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이 먼저 이루어졌다. 꼬꼬마 친구들이 어쩜 이렇게 잘하는지 유치원에서 잘 배워 왔구나 싶었다. 입학생을 환영하는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을 듣고, 아이들의 학용품도 정성스레 준비해서 선물로 주셨다. 사랑과 관심, 축하를 받으며 입학식이 끝이 났다.


담임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로 가는 길을 잘 기억하라는 말씀에 아이들은 초집중해서 길을 따랐다. 교실에 가니 책상마다 아이들의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다. 자기 이름을 보고 앉으면 된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학부모도 모두 긴장한 상태였지만,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도우려는 어른들의 마음은 한마음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듣고, 챙겨줘야 할 것들을 잘 기억하려 애썼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줄을 지어 교문 앞까지 나섰다. 그리고는 다시 교실까지 찾아가 보는 미션이 주어졌다. 아들은 자신 있게 나서며 자신이 잘 안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아들이 이끄는 대로 뒤따라 교실을 찾아갔다. 자기 반을 잘 찾았고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아 보기도 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처음 집을 나설 때보다 자신감 있게 움직이는 아이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입학식을 끝내고 아들이 좋아하는 쌀국수를 먹었다.

실컷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

" 나 학교 안 갈 거야~ 힘들어."라고 말한다.


진짜 마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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