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치아를 물려줄 줄이야
찬누리는 약한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나도 그렇다. 치과를 가면 의사선생님이 이런 말하기 미안하지만...
"치아가 약해서, 다른 사람들 보다 치료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네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나도 듣고 찬누리도 듣는다.
하필... 약한 치아 유전을 물려 주었나 보다.
방학중에 치과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 싶어 검진을 받으러 갔다.
사실 3개월에 한 번씩은 검진을 받으려고 했는데 찬누리의 심한 거부를 이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8개월이 지났다.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싶어 방학 핑계를 대고 치과에 데려 갔다.
병원 갈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되어서 안가겠다고 여러번 숨었다.
오늘은 검진만 할거라고 겨우 달래서 병원에 갔고, 오늘은 검진만 했지만, 다음날 치료 예약을 잡고 왔다.
8개월 전 어금니가 약해서 불안하다고 한 치아가 더이상은 그냥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레진 치료와 은으로 씌우는 치료를 하기로 했다. 치료할 이빨이 있다는 건 정말 신경쓰이는 일이다. 아이도 엄마도...
양치질이 잘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성했다.
집에 와서 아이의 치솔을 교체하고 자기 전에는 내가 양치질을 해 주기로 했다. 아이도 걱정이 되었는지 자기는 잘 못하겠다고 엄마가 해달라고 했다. 당분간은 양치질도 해 주고 치실로 마무리도 해 주기로 했다.
치료를 받는 당일!
치과갈 시간이 다가오자, 찬누리는 가슴이 콩딱콩딱 뛰었는지 너무 긴장된다고 했다.
"엄마도 그 마음 잘 알아. 너무 긴장되고 병원에 가기 싫고 그렇지? 그런데 치과는 용기 내서 빨리 가야
치료할 것도 적고 덜 아픈거야. 막상 가면 금방 끝날걸~?"
아이가 긴장된다고 할 때마다 엄마도 잘 안다고 말해 주었다.
어른인 나도 정말 가기 싫은 병원이 치과니까...
치과는 정말 마음을 먹고 가야하고, 지금도 찬누리 처럼 가기 전에 긴장된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병원문을 여는 것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같다.
어린이치과에 갔더니 웃음가스를 써서 치료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의자에 누워 아시안컵을 보고 있을 때 선생님이 치료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보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치료가 끝나 있기도 하다.
오늘이 그랬다.
밖에서 들으니 찬누리는 치료가 끝나자, "벌써 다 끝났어요?"라고 물었다.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진료실을 나왔다.
"엄마, 나 괜히 긴장했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 그리고 이 의사선생님 정말 잘하신다~
다음에는 치과 올 때 긴장하지 말고 와야겠어. 오늘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웃음가스 덕분인지
아시안컵 덕분인지
정말 실력자 선생님 덕분인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찬누리는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찬누리도 많이 컸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