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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러버 Feb 02. 2024

치과는 엄마도 싫어

약한 치아를 물려줄 줄이야 

찬누리는 약한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나도 그렇다. 치과를 가면 의사선생님이 이런 말하기 미안하지만...

"치아가 약해서, 다른 사람들 보다 치료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네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나도 듣고 찬누리도 듣는다. 

하필... 약한 치아 유전을 물려 주었나 보다. 


방학중에 치과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 싶어 검진을 받으러 갔다.

사실 3개월에 한 번씩은 검진을 받으려고 했는데 찬누리의 심한 거부를 이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8개월이 지났다.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싶어 방학 핑계를 대고 치과에 데려 갔다.

병원 갈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되어서 안가겠다고 여러번 숨었다. 

오늘은 검진만 할거라고 겨우 달래서 병원에 갔고, 오늘은 검진만 했지만, 다음날 치료 예약을 잡고 왔다. 

8개월 전 어금니가 약해서 불안하다고 한 치아가 더이상은 그냥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레진 치료와 은으로 씌우는 치료를 하기로 했다.  치료할 이빨이 있다는 건 정말 신경쓰이는 일이다. 아이도 엄마도...


양치질이 잘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성했다. 

집에 와서 아이의 치솔을 교체하고 자기 전에는 내가 양치질을 해 주기로 했다. 아이도 걱정이 되었는지 자기는 잘 못하겠다고 엄마가 해달라고 했다. 당분간은 양치질도 해 주고 치실로 마무리도 해 주기로 했다. 


치료를 받는 당일!

치과갈 시간이 다가오자, 찬누리는 가슴이 콩딱콩딱 뛰었는지 너무 긴장된다고 했다. 

"엄마도 그 마음 잘 알아. 너무 긴장되고 병원에 가기 싫고 그렇지? 그런데 치과는 용기 내서 빨리 가야 

치료할 것도 적고 덜 아픈거야. 막상 가면 금방 끝날걸~?"

아이가 긴장된다고 할 때마다 엄마도 잘 안다고 말해 주었다. 

어른인 나도 정말 가기 싫은 병원이 치과니까...

치과는 정말 마음을 먹고 가야하고, 지금도 찬누리 처럼 가기 전에 긴장된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병원문을 여는 것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같다. 


어린이치과에 갔더니 웃음가스를 써서 치료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의자에 누워 아시안컵을 보고 있을 때 선생님이 치료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보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치료가 끝나 있기도 하다. 

오늘이 그랬다.

밖에서 들으니 찬누리는 치료가 끝나자, "벌써 다 끝났어요?"라고 물었다.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진료실을 나왔다. 


"엄마, 나 괜히 긴장했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 그리고 이 의사선생님 정말 잘하신다~

 다음에는 치과 올 때 긴장하지 말고 와야겠어. 오늘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웃음가스 덕분인지

아시안컵 덕분인지

정말 실력자 선생님 덕분인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찬누리는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찬누리도 많이 컸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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