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러버 Jan 30. 2024

전지적 엄마 시점

1학년 공부를 하는 네가 귀여워

학군지라 불리는 곳에 살고 있다. 워킹맘이라 엄마들과 만날 일은 없었다. 찬누리가 1학년이 되고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 등하교를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들을 알게 되었다. 친구 엄마들은 아이들을 영어유치원 보냈고 1학년때도 영어 학원을 부지런히  보내고, 수학학원, 논술학원, 예체능까지 많은 학원을 보내고 있었다. 동네에 가장 많은 것이 학원이어서 이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었지만, 막상 아들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을 듣고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제 학년에 맞는 학습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겠는가? 

엄마로 아이를 지켜볼 때 가장 큰 염려가 되는 것은, 친구들과 비교하는 아이 자신이다. 아이들이 미리 배우고 와서 대답도 척척하고 문제로 척척 푸는 것을 보며 스스로 잘 못한다고 느끼게 되는 시간들 말이다. 아이의 시간에 놓고 보면 하나도 느리지 않고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친구들이 미리 얼마나 배우고 왔는지도 모른체 자기는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학교 공부와 집공부를 성실히 해 나가면 뒤떨어 지는 것이 아님에도, 모두가 열심히 달릴 때 혼자 걸어가면 뒤쳐지는 격이 되는 현실이다. 

학교 공부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만 복습하고 학교 과제만 충실히 시켰다. 찬누리도 자다가도 일어나 과제는 하고 잘 정도로 학교 과제는 성실히 해 갔다. 1학년이지만 받아쓰기도 하고 수학 단원평가도 보면서 시험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받아쓰기는 한글을 익혀가는 과정이라 부지런히 공부했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점을 받겠다는 의지가 있는 친구와 아무러면 어때하는 찬누리가 다른 결과를 맞는 것 또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글은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초등 1학년 수학에서는 수세기, 수읽기, 덧셈, 뺄셈을 공부한다. 엄청 단순해 보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 이, 삼이라 읽는 것도, 하나, 둘, 셋이라 세는 것도, 두자리수와 한자리 수를 더하고 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차근차근히 배우고 있는데, 옆에 친구들은 너무 시시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구구단도 다 외웠고 이미 4학년 수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쉬워도 너무 쉬운 내용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기 페이스로 가는 것이 때로는 힘든 일이 된다. 

제 학년에 맞는 학습진도를 고수한 글고운도 찬누리도 같은 지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던거 같다. 미리 배운 친구들과 자기를 비교하게 되는 것! 미리 배운 친구들은 잘하고 자기는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거. 그 차이에서 자신감을 잃는 모습이 간혹 보여서 갈등했다. '선행까지는 아니어도 예습 복습은 철저히 해 주어야겠구나!' 했는데 '이제 우리 아이들도 좀 달려야하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방학이라 집에서 공부는 조금하고 주로 쉬고 놀고 책 조금 읽고 있다. 기본연산과 한글문제집 조금 풀고 있는데, 찬누리가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1학년다운 모습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아이의 모습에 웃다가도 '나도 참 별난 엄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가르치려는 분위기에서 혼자 느긋하게 걷고 있으니 말이다. 

나중에 후회할거라고 좀 시키라는 조언도 있다. 그럴수도 있을거 같다. 아이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학년 때까지는 아이답게 조금 공부하고 더 많이 놀게 해 주고 싶다. 

'제 나이에 맞는 공부를 하는 네가, 있는 그대로 참 사랑스러워~!'


작가의 이전글 전지적 엄마 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