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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러버 Oct 19. 2023

시절 인연

네게도 좋은 만남의 복이 함께하길


초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전학을 자주 했다. 초등학교만 네 군데를 다녔다. 마지막 학교에선 6학년 1년만 다니고 졸업장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한곳에서 다녔더라면 초등학교 친구들이 제법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 초등학교 친구는 6학년 때 친구들이 전부다.  6학년 친구들은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친구들을 한창 좋아할 나이이고 수업 마치고 운동장에서 놀거나, 친구들 집에 가서 놀고, 5시가 될 때까지 오로지 놀기만 했다. 특히 친한 친구들이 5명 있었는데,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친구들과는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한동안은 6학년 때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슬프기까지 했지만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는 또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만 하는 정도로 거리가 생겼다. 아쉽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너도 나도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공부에 밀려서 친구들과 마음을 나눌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도 대학 진학 이후에는 또 뿔뿔이 흩어져 잘 만나지 못했고, 자연스레 잊혀 갔다. 'out of sight, out of mind'이 말은 진리처럼 우정에 작용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또 새로운 인연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나의 인간관계는 계속 바뀌어 갔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관계에도 내공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은 우정은 그리 결속력이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중 40대에도 여전히 연락하며 잘 지내는 친구도 있고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그리워만 하는 친구도 있다. 또 학창 시절에는 그리 친하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어서 다시 만나 깊은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과 만날 때면, <시절 인연>을 떠올린다.


<시절 인연>


                                               -혜범스님


불가 용어에 

시절 인연이란 게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야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때가 있는 법이다.


초등학교 때는 깊은 우정을 나누지 못했지만 20대부터 다시 우정을 쌓아가는 인연이었구나!

초등학교 때 너무 친했는데 20대 이후에는 만날 인연이 되지는 않았구나!

40대가 되어서도 계속 연을 이어갈 줄 알았지만, 연락이 뜸해지는구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자~


이런 여러 인연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인연이 닿아 만났을 때 잘 지내면 되었다. 교우관계로 고민을 하는 글고운에게도 내가 깨달은 대로 이야기해 준다.

"글고운~ 3학년 때 만난 친구들은 3학년 때 즐겁게 놀고 잘 지내면 되는 거야. 4학년이 되어서도 같이 놀 수도 있지만 4학년 교실에 또 마음에 맞는 친구가 생길 수 있어. 그건 고운이도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일 거야. 때로는 단짝 친구가 없을 수도 있어. 매해 마음에 맞는 친구가 꼭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단다. 그러니 친구에 대해서도 너무 마음을 졸이거나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지금 만나는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도 좋은 일이야~"


그러면서 아직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는 엄마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준다. 친했지만 소식을 모르는 친구도 있고, 별로 안 친했지만 지금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절 인연>을 말한다. 글고운도 어렴풋이 알아들은 눈치다. 


비단 친구만 그렇겠는가?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는 많은 인연들이 <시절 인연>이라고 보면 만나고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서 전학을 가는 나에게 "헤어지는 때가 있으면 만나는 때도 있는 법이야~"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 말이 <시절 인연>이었다.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크게 요동하지 않았던 것은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헤어지는 때가 있으면 만나는 때도 있는 법이야"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일도, 물건도, 깨달음도 그 만남의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하니 내게 오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소유한 물건, 그리고 깨달음 현재 나와 연을 맺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다 보면 나도 괜찮은 인생을 살게 되겠지? 나와 연이 닿았던 모든 이들의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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