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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러버 Jan 30. 2024

전지적 엄마 시점

네 생각은 그랬구나!

"엄마~ 나 데리러 올 때 베이블레이드 좀 갖다 줘~"

"베이블레이드? 그거 없이 놀아도 되지 않아? 놀이터에서 몸으로 노는 게 낫지~"

찬누리는 베이블레이드에 푹 빠져 있다. 집에서 혼자 베이블레이드를 하는 건 재미가 덜했는지 친구들과 밖에서 가지고 놀고 싶어 했다. 베이블레이드는 쇠붙이가 붙어 있는 거라 꽤 무게가 나갔다. 아무래도 팽이를 챙기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무거워서 못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찬누리는,

"그럼 한 개만 가져다줘"라고 했다.

문득 내게는 팽이 하나로 아이들이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다투는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아니, 한 개만 가지고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고 그러면 어쩌려고. 그냥 몸으로 놀아~"

그렇게 갖은 걱정이 많은 엄마모드로 말했다. 

찬누리는 나의 말을 귀담아듣더니, "팽이 하나로 어떻게 놀지 생각해 봐야지~"

아차! 아이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했다. 

'아이들에게 팽이의 개수는 상관이 없겠구나!' 어떻게 재미있게 놀지, 그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놀이이자 공부인데 참 재미를 모르는 어른이 되고야 말았다. 내 나름으로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엄마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산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엄마의 경험치로 미리 걱정하고 갈등을 없애려는 마음이 더 컸다. 아이의 생각을 많이 물어 봐 주고, 가만히 들어주는 게 제일 잘하는 짓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처럼 놀고 배우고 사랑하라' 앨런 클레인이 쓴 책에 이런 예가 나온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라>

한 아이가 학교에서 첫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엄마는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대답했다. "다 못 배웠나 봐요. 내일 또 오래요."


찬누리의 어록도 많이 있다.

찬누리 어릴 적 사진을  보여 주고는, 

"저 때가 너무 보고 싶어. 이리 귀엽고 예뻤는데 말이야." 그랬더니,

"엄마, 그런데 어쩔 수 없어. 이제 내가 나이가 들었거든."

8살 찬누리는 들어줄 수 없는 바람이라며 자기가 나이가 들어버렸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거짓이 없다. 

느끼는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 말해 주어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반성하며 배우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아이가 묻기 전에 설명하거나 조언을 할 필요는 없다. 

단지, "네 생각은 그렇구나~"하고 들어주면 된다.

쉽고도 정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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