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빵을 구출했다.
금요일 저녁식사가 끝났다. 정말 배부르다. 이 집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많은 게 흠이다. 남은 음식은 냉동실에 들어간다. 아들이 도저히 다 못 먹겠다며 접시를 밀어낸다. 세 식구가 먹기엔 부담스럽게 많다. 총 4유로를 지불했으니 한 사람당 2000원이 채 안된다. 평점 4.8에 빛나는 가성비 최강의 가게는 바로 우리 동네 주유소다. 그리고 아래 사진들은 내가 "구출(retten)"하지 않았다면 쓰레기통에 직행했을 음식들이다.
2015년 덴마크에서 개발한 앱 "Too Good To Go"는 뷔페 등에서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현재 유럽과 미국에 시장을 확장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9% 판매량 증가를 보였다. 선진국에서 음식의 반 정도가 쓰레기통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다. 낭비되는 에너지와 더불어 매립비용과 메탄가스도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9월부터 Too Good To Go를 23번 이용했는데, 스마트폰을 13754번 충전할 수 있는 전기량과 63kg의 이산화탄소 생산을 막았다고 한다.
지난 3달 동안 202유로가 절약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는 바로는 그 보다 훨씬 더 많다. 내 단골 주유소에서 받아오는 가방(Tuete)에는 영수증이 들어 있는데, 음식량과 관계없이 항상 11유로라고 적혀있다. 특히 호텔 조식 같은 경우는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오전 10시가 되면 호텔 조식 뷔페에서 남은 과일, 빵, 햄, 계란, 디저트 등이 든 도시락을 4유로 정도에 판다. 저녁까지 먹어도 다 못 먹을 만큼 많아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환경에도 좋고, 가계 경제에도 좋으니 안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온 가족이 바쁜 금요일 저녁에는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에 저녁을 픽업하러 들린다. 나에게 건내주는 커다란 쇼핑백에는 독일 유명 슈퍼마켓 체인에서 판매 중인 상태 좋은 샌드위치와 빵, 아이 손바닥보다 더 큰 독일식 동그랑땡 프리카델레, 디저트 (가끔 유기농 우유 등의 유제품도 들어 있다)가 잔뜩 들어있다. 앱 화면만 직원에게 보여주면 끝이다. 10초도 안 걸리니 편의성은 덤이다.
또 하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가방에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바로 이 점이 Too Good to Go의 사용 경험을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유튜브에 Too Good to Go를 검색해 보면 사용자들은 가방을 열어볼 때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안을 들여다본 아이처럼 반응한다. 슈퍼마켓에서도 이런 깜짝 가방을 준비해 놓는데, 6유로(8780원)를 지불하고 아래 사진만큼 받았다. 기다릴 것도 없이 그냥 아무 직원한테나 물어보면 창고에서 직접 가져다준다.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가뿐히 지나, 무거운 가방을 들고 슈퍼마켓을 나올 때면, 입꼬리와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음식 낭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13억 톤의 음식이 버려지고, 이는 30억 명이 먹고도 남을 양이다. 그 결과,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독일 사람들은 쓰레기통에 들어갈 뻔한 음식을 구매할 때, 구출한다는 뜻인 "retten"이란 동사를 사용한다. 그리고 단 4유로로 버려질 뻔한 음식을 구출한 나의 금요일 저녁은 정말 풍성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지도를 보면서 시간과 거리를 맞춰가며 득템을 하는 거라 약간 포케몬 고 같은 게임을 하는 기분도 든다. 독일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구출한 음식들을 페북 같은 소셜 미디어 속에서 자랑하며 누가 제일 많이 받았나 뽐낸다. 나의 DNA속 꿈틀거리는 수렵 및 채집욕, 심지어는 과시욕이 마구 충족된다. 다음 주엔 또 뭘 구출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