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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생사는 오타쿠 Jan 30. 2024

직장생활은 라나 델 레이처럼

뜬금없이 찬양하는 라나 델 레이 일대기

(*일부 내용 우키팝&나무위키 요약)


가끔 내 안의 인프피 혹은 뼈저린 한국인 정신이 튀어나올 때면 라나 델 레이를 떠올린다. 라나 델 레이는 데뷔 전이었던 학창시절 부터 데뷔 초반, 그리고 지금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단 한번도 본인 마음대로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알코올 중독에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서는 어느 정도 무명 가수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다시 대학에 들어가 미친듯이 공부했다는 썰은 유명하다. 데뷔도 심상치 않았다. 파티걸, 일렉트릭 팝이 대세였던 2010년대 초반에 나 홀로 우울하고 음울하고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Party pooper를 자처하는 앨범을 떡하니 내놓았으니까. 심지어 그때 미국은 우먼 임파워링에 미쳐있었는데, 그건 본인 알 바가 아니라는듯 60년대 남편에게 의존하는 미국 중산층 백인 주부나 이입할 법한 가사와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심취해 있었다.

물론 라나는 그때도 인기가 많았는데 안티도 팬만큼이나 많았고 일단 주류 평론가들이 진짜 싫어했다. 가수의 본업은 노래인데 SNL 라이브 한번 망쳤다고 노래 못한다고, 여성 인권에 관심이 없다고, 본인의 이야기를 안 쓰고 남의 이야기를 쓴다고, 노래가 부정적이라고 다방면으로 까였다고 한다. 입만 열어도 까이는 상황이 생기자 라나는 그냥 선언한다. "응 인터뷰 안해" 가사로도 많이 까이니까 더 많이 까일 만한 선정적인 가사도 계속 썼다. 그래서 2집이나 3집을 보면 가사들이 아주 가관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이라면 나중에 스스로 잘못된걸 깨닫고는 Ultraviolence 같은 노래는 공연장에서 부르지 않겠다고 반성했다는 것이다. 잘못을 납득하는 순간 빠르고 정확하게 사과하는 이 정신이  그녀가 그 많은 안티들 속에서도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그 뿐만 아니다. 우울한 노래를 하는 가수도 필요한 법이라고 평론가나 안티들과 기싸움을 하다가 어느날 'Lust for Life'라는 희망차고 아름다고 사랑을 노래하는 앨범으로 대히트를 거둔다. 언제는 사회비판적인 노래들은 피곤하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는 처절하게 반성하고 'Norman Fucking Rockwell'이라는 비판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대중적으로 성공하기까지 한 앨범을 내놓기도 하고.


이런 라나 델 레이가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걸까? 사실 나는 10년이 넘게 팝컬쳐 덕질을 하면서 정말 위선적인 건 테일러 스위프트가 Lover 앨범에 뜬금없이 'You need to calm down'이라는 LGBT를 위한 곡을 실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팬이라도 그건 진짜 위선적이었어. 남들이 다 차린 밥에 숟가락만 얻는 느낌? 하지만 라나 델 레이는 정말 주체적으로 사고했다. 그리고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하고 싶은 건 반드시 끝장을 봤고,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정하고 사과하고 정정했다. 참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다.


심지어 가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꼬리표가 '노래 못한다'는 것인데, 라나늗 데뷔무대를 망쳐버리면서 시작부터 그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2024년인 지금까지도 굳건하다.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녀에게 노래를 못한다고 SNL 무대영상을 끌고 오지 않는다. 아무리 주위에서 재능이 없다며 악담을 퍼부어도 그녀는 매번 15곡 정도로 꽉꽉 채워진 정규앨범을 벌써 9개나 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하나같이 고퀄리티의 앨범들이다. 그러니까 그 방향이 잘못되거나 재능이 없다고 욕 먹었을지언정 라나 델 레이는 성실했고, 그 성실함에서 비롯되는 깡이 있었으며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도 있었다.


사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회사 생활의 정답을 찾곤 한다. 어차피 정답은 없지만 굳이 가까운 것을 찾아보자면 일단은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다보면 실력도 깡도 생길 거고, 대신 주변에서 온갖 악담과 가스라이팅을 퍼부어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뜻을 밀고나가고, 대신 돌이켜봤을 때 실수했다면 빠르게 사과하고. 그런 의미에서 주로 직장생활에 대해 쓰는 제 브런치의 프로필 사진을 라나 델 레이로 바꿔보았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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