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평상시 별말 없이 잘 지내던 직원이 어느 날 저런 문자를 보내 거나 전화가 온다면, 저 멀리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셨을 듯합니다.
무슨 이야기 인지는 안 들어 봐도 알 듯하고, 그때부터 수만 가지 생각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내가 서운하게 한 일이 있나? 어디가 몸이라도 아픈 걸까? 회사 생활에 불편한 것이 있었나? 더 좋은 곳에 취업이 된 걸까?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왜 우리는 그만둘까요? 그만두는 이유는 백만 가지 정도 되겠지만 최근에 조사한 재미있는 설문이 내용을 보여 드릴까 합니다.
우리가 회사를 그만두는 표면적인 이유는 급여, 직무 적성 등을 이유로 들지만, 말하지 못하는 퇴사 사유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유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점이라는 것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현재 직장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되시는 분들을 보면 신입 사원 시절 또는 사회 초년 시절에 첫 직장에서의 많은 추억들을 갖고 계실 듯합니다. 밤늦게 까지 직장 동료들과 야근을 하고, 새벽까지 꼰대 부장님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다, 겨우 집에 들어가 세수하고 옷만 갈아입고 출근을 했던 기억들이 있으실 듯합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제 기억에 동료들과 술을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가 월급 적은 것도, 일이 많은 것도 참을 만 한데, 사람 관계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 때나 지금이나 꼰대 상사가 최고의 술 안주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때도 퇴사의 이유는 중 가장 큰 것은 사람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어떤 직장일까요?
좋은 직장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좋은 직업에 대해 먼저 간단히 이야기를 하면, 어느 책에서 읽은 좋은 직업은 첫째 즐겁고 행복해야 하고, 둘째 적당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셋째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글귀가 기억납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만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이 없습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그래서 신중해야 합니다.
잘 나가는 도둑이 한 명 있었습니다. 나름의 직업윤리가 있어서 절대 사람을 해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집은 언제나 100% 성공률을 보이며 단 한 번도 걸려 보지 않은 신출귀몰한 도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도둑은 도둑질을 하는 그 순간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자기 만족도 했고, 비록 훔친 것이지만 부도 많이 축적을 했으나, 삶이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직업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사회에 공헌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항상 그를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기발한 콘텐츠로 영상을 만들고 구독자들을 많이 모으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구조로 너도 나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정말 좋은 직업인지는 각자의 직업관을 가지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즐겁고 재미도 있고, 돈도 벌지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은 좋은 직업이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단순한 오락성 채널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수익도 올릴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행복한 직업을 갖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행복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것은 회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가 선택한 나의 직업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제 다시 회사 문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왜 우리는 현재 회사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떤 회사에 들어가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앞서 먼저 우리가 고민할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한지를 먼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면 왜 행복하지 않은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쩌면 문제의 원인이 회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에게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요?
어떤 회사 대표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 주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오래 같이 일 할 수 있을까요? 급여를 많이 주면 될까요? 복지를 더 잘해 주면 될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둘 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에 보여 드린 자료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급여를 많이 주거나 복지가 좋은 회사 랭킹을 인터넷으로 한 번쯤은 다들 검색을 해 보셨을 듯합니다. 단순히 그것이 전부라면 그런 회사들은 이직률이 낮아야 합니다. 뭐 여러분 회사보다는 낮을 수는 있어도 이직률 낮은 순위가 급여와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회사가 고민해야 할 일은 직원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방법을 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존중’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은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직장 상사의 폭언 또는 갑질, 동료들 간의 따돌림 이런 문화가 회사 내에 존재한다면 그 어떤 사람도 견디기 힘들어할 것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누구든지 자기의 생각과 더 좋은 방향을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건 회사와 직원 개개인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모두는 나이와 경험의 차이는 있지만 인격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설마 우리 회사가 그렇겠어?’ 하는 생각을 가지신 경영진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회사를 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정’입니다. 인정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능력은 차이가 있습니다.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도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 능력치를 얼마나 발휘했는지에 대한 성과만 가지고 평가하면 되겠지만 개인별로 다른 능력치와 장단점을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정은 평가와 연계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성을 갖는 것입니다. 최근에 많은 회자가 되고 있는 OKR은 이런 측면에서 저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치를 Top Down으로 정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 능력치에 맞게 정하고 최대한 그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개인이 노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면에서 저는 좋은 방식이라 생각이 됩니다. 개인이 열심히 한 만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조직원 모두에게 있다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등급을 나눠서 줄을 세워 평가하는 방식은 서로 간의 위화감 만을 조성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내가 상대방보다 열심히 하고 성과도 좋은 것 같은데 평가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조직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회사마다 급격하게 퇴사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에 하나가 인센티브를 챙기고 회사를 옮긴다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자기가 인정을 못 받는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받고 이직하는 사람보다는 일 잘하는 사람이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해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 회사에는 더 큰 손실이라는 점입니다. 회사에서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힘들고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인정의 또 다른 요소는 성공에 실패에 대한 인정입니다. 모든 일을 100%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에 100% 에너지를 집중할 수도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최상위 타자의 타율이 3할이라는 것은 30% 성공 확률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30%의 성공은 너무도 당연하고 나머지 70%의 실패에는 가혹한 평가를 하며, 조직원을 모두 패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완전한 실패는 없습니다. 모든 실패를 패자로 만들기보다는 실패 자체도 인정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서 실패를 숨기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알림으로 옆에 동료가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타율을 50%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패배자와 같은 회사를 다닌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 동료와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생각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 도전을 꺼려하는 조직이 아니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꺼이 무모한 도전에 뛰어들 수 있다면 분명 회사도 개인도 성장하게 됩니다.
요즘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혹시나 차별의 요소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인성과 능력을 가진 동료와 함께 일을 한다면 성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세 번째 요소는 ‘자존감’입니다. 얼마 전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이라는 영화에서 불의를 저지른 회사를 상대로 직원들이 싸움을 하는 내용인데 영화 대사 중에 “저는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회사가,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이 기억이 납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고 중요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대사인 듯합니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에 대한 강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는 말로만 하는 사회 공헌이 아니라 정말 몸 담고 있는 조직원들 모두가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요소는 ‘성장’입니다. 회사도 조직원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직원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복지는 혹독한 훈련이다.’라는 내용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꿈과 가치의 실현이 보장되는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회사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개인은 회사의 가치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고, 그 성장을 통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서로에게 Win-Win이 되는 좋은 전략이 될 듯합니다.
이직의 사유 중에 ‘회사가 제공해 주는 커피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사유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두 명 이상 다자녀에게 한 달에 얼마씩 지원금을 준다는 정책을 만들어 발표하자 어떤 직원은 “꼴랑 그 돈 받으라고 애를 한 명 더 낳으라고,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급여를 많이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복지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 월급을 적게 줘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내기 이 회사에 다니면서 우리 회사는 이런 복지 정책도 있어하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정책도 고민해야 하고, 회사의 성장만큼 직원에게도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이익이 분배되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회사 출근하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 되는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의 말 못 하는 퇴사 이유가 사람 관계인데 그 당사자가 나 때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