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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Nov 01. 2020

차츰 바뀌어가는 주변 사람들. 자리 잡혀가는 놀이 타임

 

넷플렉스 기획영화 <에놀라 홈즈>

어떤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고 했죠.
무엇이든 혼자로 결부시켜선 안 되겠죠.
독서, 과학, 운동, 갖가지 훈련을 같이했죠.
육체적인 건 물론이고,  정신적인 것도요.
엄마는 우리가 핀델홀에서는 뭐든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고 했죠.
엄마는 제 세상의 전부였어요.
하지만 그녀는 뭐든 걸 자와 함께 하진 않았어요.
엄마는 개인의 사생활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어요.


우리가 아무리 설득해도 넌 바지를 입지 않았어.
너는 항상 알몸이었지(셜록)
오빠가 집에 온 이유가 하필 엄마가 사라졌기 때문이네(에놀라)
하지만 어머니가 하는 일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어. 어머니만의 방식으로
게다가 이런 유의 미스터리를 푸는 건 항상 재미있단다.(셜록)
내가 원하는 건 미스터리가 아니야.
난 엄마가 여기 돌아와서 다시 예전처럼 살면 좋겠어(에놀라)
감정이 격하는구나.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러나 쓸모는 없단다.(셜록)


(태권도 강사와의 대화)
말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사실이 희망을 저버리지는 않죠"
"약한 자를 돌보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네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면 안 돼"
"당신은 권력 없이 사는 인생이 어떤 건지 모르기 때문이죠. 당신은 세상을 바꾸는 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본인에겐 이미 딱 좋은 세상이라서.


너의 미래에 지금 같은 세상을 물려주기 싫어서 난 투쟁해야 했어.
너의 의견도 존중받고 싶으면 소리 높여 말해야 해.
일이 참 우습게 됐구나. 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바로 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행여 또 네가 엄마를 부를지 모르니 항상 눈여겨 보마
잠깐만 더 이렇게 있자......


지금은 혼자라고 해서 꼭 외로운 게 아니란 걸 알아요
엄마는 제가 외롭길 바란 게 아니죠.
엄마는 제가 자유를 찾길 바랐어요.
저는 탐정이에요. 암호해독가이자.
길 잃은 어린양을 구하는 사람이죠.

<사라진 휴작>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드는 친구와 티타임 후 아이와의 바깥놀이는...?



깔끔한 갤러리 쇼핑백 안에는 (신랑 회사 표) 태국 파인애플 잼 비스킷과 직접 담은 복숭아청이 들어있었다. (병 원표) 아이용품 정보가 담겨 있는 앙쥬 유아잡지와 서로 주고받았다. 임신 7개월 차로 접어든 친구. 예전과는 다르게 육아용품을 사용 이유와 활용방법을 꼼꼼히 체크하는 게 느껴졌다. 이런 건가? 신랑, 부모님, 기관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편안한 육아 수다가 나에게도 생겼다. 산후도우미 국가지원 신청방법. 아이사랑 홈페이지로 어린이집 사전 신청 같은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자, 출산 준비로 필요한 쇼핑리스트가 줄줄이 이어졌다. 아이 옷 겉싸개 속싸개...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육아 언니? 고등 친구? 의 애매한 경계가 아슬아슬한 느낌?


육아맘과 임산부가 만나면 어디를 나갈 수 있을까? 아직 백화점은 무리라 집 앞 이마트 2층에 개업한 아이 음식과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를 목적지로 했다. 2층 생활용품 쪽을 지나 압소바 폐업 할인을 보고 발걸음이 멈춰졌다. 블로그 검색으로 리스트는 알지만 이해가 1도 안 되는 친구는 주욱 깔려있는 우주복, 면옷, 손싸개 발싸개를 보며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게 보였다. 뭘 해야 기분이 편해질까 하다 아가방으로 가서 면옷을 출산선물로 골랐다. 뭔가 민망하면서 한껏 기뻐하는 친구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게 받아들여진다는 건... 잊어먹고 있었는데 꽤 기쁜 일이었다. 공통 관심사에 대해 해야 된다는 강박강념없이 수다 떨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지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친구의 불안이 한결 가벼워져 보였다. 원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익숙지 않은 나의 친구. 출산 후 너한테 많이 기댈 것 같다는 말을 뗄 때, 얼마든지 놀러 오라고, 힘들 때 온다면 나야 좋다는 말이 도움이 되었을까?


키즈카페에 앉아 기형아 검사, 초음파 검사, 돈 관리 등등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는 친구의 눈빛에 활기가 차올랐다. 마침 잠든 아이도, 코로나로 인한 넓은 자리 배치도 한결 도움이 됐다. 신랑과는 편하게 나누기 어려운 육아 수다를 가볍고 즐겁게 나누는 기분은 여자들과의 브런치 같달까? 아직은 자본주의적인 사회의 룰, 여자에 대한  편경에 찬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반하지 않는 행동을 하려 분주해 보였다. 하루빨리 육아하고 살림하는 역할의 가치를 인정하고, 부모님과 사회의 세뇌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당당히 자리를 넓혀갔으면. 수다 떠느라 꼼꼼한 쇼핑운 잊혀버렸다. 바깥놀이용 비누방물 총이 품절됐다는 소식에 나라 잃은 느낌. 어린이집 가는 길에 판매하는 문구점에서 사면되지 않느냐는 신랑의 말에 겨우 준비할 수 있었다.


하늘이를 하원 시키고 아이와 비눗방울 바깥놀이를 하고 노는 것으로 넘어가자, 친구는 다시 방황했다. 허공을 바라보는 눈. 어찌할 바를 모르는 손짓들. 아직은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놀고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 수 없는 걸까... 출산 후 어떤 길을 걷는 걸까? 나와는 다른 길을 걸을까? 그 과정에서 나와 멀어질까? 가까워질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공유하고 도닥일 수 있는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지...



하원 후 아빠 주도 놀이 타임은 레고 만들기


언제부터인가 자연히 하원 길에 마트나 문구점을 들려온다. 아이에게 있어서 아빠와의 최고의 시간이겠지. 하원한 아이와 식사 후 놀이 타임을 가지는 준비를 해두는 엄마에게 이건 좋은 일일까? 미리 준비해 놨는데 신상 장난감에 마음을 뺏기면 속상하기도 하고, 컨디션이 힘들어 준비가 어려울 땐 오히려 사온 스티커나 뽑기에 고마운 날도 있었다. 쉽지 않은 아빠 참여 놀이 타임에 이런 노력은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싶었다.


점차 아빠의 놀이 타임이 쉬워졌다. 엄마가 주도한 하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건 너무도 막막한 일이었다. 집에 있는 장난감으로 놀다 보면 뜻대로 리드하지 못해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았다. 오늘은 달랐다. 문구점에서 사 온 레고. 너무도 어려워 처음부터 아빠에게 부탁한다. 조립 설명서를 보고 신중하게 하나씩 만들어가는 아빠를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하늘이. 하나씩 조립한 완성품들로 집중력이 흩어질까 봐 엄마가 자연스레 역할 놀이를 유도한다. '슈웅~''기사가 칼을 들고나가신다 길을 비켜라~''와~~ 아빠 또 만들어주세요~' 아빠는 어느새 몰입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조용히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마음이도 블록 장난감을 향해 다가와 자동차를 굴린다. 어쩜 이럴까? 어렵기만 하고 막막하기만 하던 놀이 타임에 드디어! 아빠와 엄마가 발맞추어 아이와 어울려지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1시간이 쉬이 지나간다.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은 프뢰벨 방문교사 수업


담당 국장, 상담실장, 북 코디네이터를 지나서. 드디어 놀이강사를 만나게 되었다. 연령대가 높아 어려웠던 직원들과는 달리, 아이들이 좋아할 호감형의 선생님이 오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긴 생머리에 큰 눈, 솔톤의 높은 목소리로 밝게 말하자,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시작 전 사전 상담에 은물 교육을 안내받고 교육 계약서를 작성하며 하나씩 짚어갔다.  1주에 한 번씩 30분 수업으로 한 달에 65,000 원하는 수업료가 적정하다고 느껴졌다. 한 번에 4시간을 돌보고 6만 원씩 받는 놀이 샘과는 다른 장점이 느껴졌다. 짧지만 꾸준히 한 선생님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아이에게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프로벨 시스템을 알아가는 과정은 늪지 같았다. 처음 한 달간은 말하기 프로그램으로 친해지고 점점 은물을 활용하여 교육적인 부분을 늘려간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토털 시스템의 베이식, 프리미엄, 퍼펙트 구성(교재+교구+사은품), 영아 다중/테마동화/명작동화의 교재 구성도 시간을 들여 알게 되다. 별도의 수과학 프로그램과 자연관찰 프로그램 있다는 건 차후에 안 얘기이다. 세이펜이 책 육아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했지만 이제야 싱킹 펜을 사고 활용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 실장, 코디와 번갈아가며 상담해 겨우 구매하고 mp3작업을 하기 위해 홈페이지 활용과 조작법을 알아는 내는 것도 내일이었다.  3~6개월에 한 번씩 배송 오는 교재는 의사소통, 신체 예술경험, 사회관계, 통합식으로 나누어져 있고 은물, 준은물을 활용한다는 걸 전문 선생님이 와서 겨우 알았다. 교사진은 거의 유아교육 전공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의무교육을 받고 있으며 엄마들과 계속해서 스케줄 조정하고 교습비를 선지급한다는 것도 계약서를 작성하며 한 사실이었다. 이제야 겨우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그전에 활용했던 호비에 비해 폐쇄적이고 점진적인 운영방식에 알면 알수록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건축의 기본이 되지만 어려운 공간능력, 점선면, 도형 인지 공부를 1:1 강의로 놀며 배운다는 게 취향에 맞았다. 교육 진행도 아날로그적 감성에  번거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호비나 아람 북스, 한솔교육, 웅진 그 외 무수한 동화책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밝고 가벼운 내용을 다루는데 반해 어른이 보기에도 쉽지 않은 심오한 내용을 아이들 에게 하나씩 던져주는 내용이 있었다. 짧을 수 있는 시간 동안 아이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울까? 방문수업이 기대되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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