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야, 간다 (0)
작년 여름부터 몸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신장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가 끝나가는 현재는 많이 좋아졌지만 한참 안 좋을 때는 통증도 있었고 원래 한 번 자면 - 고양이들 때문에 깨는 일은 있어도 - 쭉 자는 나인데 화장실에 가느라 여러 번 깼었다. 내 또래인 하정우 배우님은 자다가 중간에 깨는 걸 '인터미션'이라고 유쾌하게 표현하시던데, 그걸 보면서 '아, 나도 상황들을 좀 유쾌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몸이 이렇게 아픈 건 내 몸의 노화로 인해 가속이 붙은 것 같다. 3년 전부터 완경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후 몸의 여기저기에서 아프다는 신호가 점점 강해졌고 탈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 가는 일이 늘었고 챙겨 먹어야 할 약도 늘었다. 완경의 증세가 보이면서 '완경 즈음의 여성들'에 대한 책을 읽어보려고 검색해 봤는데 마땅치 않았다. 세상은 젊게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지 나이를 잘 들기 위한 움직임이 오히려 마이너니까.
공교롭게도 내가 노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시기에 반려묘들의 노화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열 세 살이 된 두 명 둘 다 검정색 털이 점점 흰 털이 되고,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예전만큼의 에너지는 볼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은 엄마인 나에 대한 사랑이 굳건함을 너무 잘 알지만, 나의 노화가 맞물려서인지 나보다 7배나 시간이 빠른 그들의 노화가 속상하고 슬플 뿐이다. 이것도 생각을 바꿔 어차피 가는 시간이라면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더욱 사랑하기로 했다.
내 또래 배우들이 출연한 토크 영상에서 한효주 배우가 봤다는 '내가 노화에게 간다' 라는 주체적인 자세가 훅- 들어왔다. 그래, 쉽지 않겠지만 노화를 더 유쾌하고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보자. 그리고 이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잘 되든 안 되든,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대화하고 응원을 주고 받고 싶었다.
새해 벽두를 '신경성 위궤양'이라는 이벤트(?)로 시작하면서 틈틈히 SNS로 남겼던 <끙끙일기>를 좀 더 구체적인 글의 형태로 남겨 보기로 했다. 제목은 <나이야, 간다>. 나이에게 '내가 간다'는 의미도 있고, '나이가 간다'라는 이중적인 뜻을 담아 지었다. 나와 노령묘 줄리 & 고석이의 노화 이야기가 좋은 매개가 되어 여러분에게 위로든 공감이든 도움이든... 뭔가 새로운 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