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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leesia Apr 11. 2021

그린워싱의 매개가 된 인플루언서들

#친환경 #협찬 #맞팔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함께 높아졌다. 소비자는 '죄의식과 잔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제품을 더욱 찾고 있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간접적인 홍보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친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문구를 제품 홍보에 발라내는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필수 마케팅 채널이  SNS에서도 '그린' 강조하는 제품 홍보가 넘쳐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파이가 커지면서 연예인, 인기 유튜버, 심지어 어느 정도의 팔로워를 보유한 일반인들의 타임라인에서도 '#협찬'받은 제품과 함께 찍은 본인의 얼굴과 '#친환경', '#지속가능성', '#제로웨이스트' 해시태그를 널어놓은 포스트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들의 선한 의도는 비난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제품 홍보의 매개체로 그들이 역할하는 모습을 보며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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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해당 제품들의 홍보가 '워싱' 특히 '그린워싱(GreenWashing)'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친환경'이 '지속가능성'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자신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잠재적 소비자들을 그린워싱에 동참시키는 우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일컫는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유명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예로 들면, 세계 유수 정유회사인 'Exxon Mobile'이 탄소배출의 원천인 석유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로 한 달 뒤에 250MW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구매하겠다고 열심히 보도한 사건, '다우니', '해드앤숄더' 등의 생활용품 브랜드 라인을 가지고 있는 'P&G'가 실제로는 극심한 산림벌채를 통해 휴지와 포장재를 수급하고 있으면서 별도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대문짝만 하게 '숲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는,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는 이니스프리 종이용기 사건이 있었다.

@'종이 용기'라던 이니스프리 화장품, 뜯어보니 플라스틱...'소비자 기만' / 2021.04.08 조선비즈


본의 아닌 워싱?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접근하는 스타트업 혹은 중소기업들의 제품 홍보는, 위에 표현한 것처럼 '그린워싱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위 기업들의 경우 1) 전문적으로 모든 공급망과 제조 공정을 검토할 인력이나 컨설팅받을 수 있는 여력이 없고 2) 해당 기업들이 고시한 정보가 기업과 제품의 '친환경성'을 비롯한 지속가능성을 파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를 조금 더 풀어 표현하면 '일정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거나 지속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닐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가장 많이 본 '친환경'이라 홍보된 '식물 원료' 제품 라인의 경우가 특히 돋보인다. 식품류의 경우 기후변화와 동물윤리, 화장품의 경우 유해물질 및 분쟁 원료 등에서 대표적인 개선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상용 제품들보다 문제가 많은 경우가 적지 않다.


 제품 겉면에 어려운 화학명이 전문용어로 표기된 천연물질이 알고 보니 화학무기의 원료로 쓰였던 물질이라든지, 일부 원료만 식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거나 공정 과정에서 화학적 단계를 거쳐 독성을 지니게 된다든지, P&G처럼 식물 원료 기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산림 등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든지. 모두 워싱의 사례들이다(plant-based product greenwashing으로 구글링 하셔 보라).

 또한, 원료 공급과 제품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욱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가 되려 증가하는 경우 무해한 원료와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진정한 '친환경'라벨을 받기는 특히 힘들다.


 한발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자리잡지 못한 지속가능성을 따지려면, '환경'이라는 이해관계자의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이라는 주주에 대한 책임과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부정거래', '독과점' 등의 경제 윤리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원료 및 제품의 공급과 생산과정에서 '원주민의 권리 침해', '노동 착취', '임금 체불', '성별 격차' 등의 인권 유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People, Planet, Profit을 세 개의 축으로 하는) 지속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앞서 지적한 것처럼,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 규모의 기업들에게서 위의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시 데이터들을 얻기는 어렵다. 사실 시작하는 기업들에게 그런 정보들까지 정리하여 공시할 수 있는 여력도 전문성도 없다. 하지만, 본의가 아니었어도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관심과 협찬에 약한 일부 SNS 유저들을 기만행위에 동참시킬 수 있는 마케팅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인 기준으로만 권고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러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혼쭐 내주려 하는 시대이다.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리스크 관리라는 뜻이다.


 Brown and Dacin(1997), Sen and Bhattacharaya(2001)등이 말했듯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진정성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들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정보들을 초기단계부터 투명하게 공유하려 노력하였다. 유명한 파타고니아도, 성장하는 올버즈도 시작부터 투명성 진정성에 노력을 기울여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지속가능성 증진을 원하는 소비자 혹은 개미 투자자라면, 폭넓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구매하려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투명함과 진정성을 비판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본인이 '#선한영향력' 지닌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고, 친환경 제품 협찬을 받아 홍보를 통해 돈도 벌고 관심도 받고 싶다면, 그전에 본인이 워싱의 매개가 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해당 기업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미디어에 노출된 보도자료 등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어도, 혁신이 범죄가 되면 용납할 수 없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New Plant-Based Foods Keep Arriving on Supermarket Shelves. We Tried a Few of Them, Leon Kaye, 2021.04.09, Triplepundit.

2.  What to Expect from Sustainable Packaging Innovation in 2021, Leon Kaye, 2021.04.02, Triplepundit,

3. 거세지는 ESG 워싱 논란, 박선하 기자, 2021.04.06, 더나은미래.

4. Green-Washing and Vegan-Washing, Big Corporations Looking to Cash in!, Grassroots Media, 2019.06.26, Medium

5. The “Greenwashing” Effect, Joe Schwarcz, 2020.07.22, McGill University.

6. Greenwashing is a problem. Here’s how to spot it at the supermarket. Roxanne Ahern, 2019.10.15, SCAREDCOW

7. The company and the product: Corporate associations and consumer product responses, TJ Brown, PA Dacin, Journal of marketing, 1997.

8. Does doing good always lead to doing better? Consumer reactions to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S Sen, CB Bhattacharya,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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