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에 돌아오는 게 너무 무서웠다.
오늘도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뒤로 가기로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마침내 글쓰기 버튼을 눌러본다.
마지막 글을 쓴 2019년 4월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은 2021년하고도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동안 나는 발전한 것이 없다. (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저히, 어떤 글도, 다시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성장할 것을 다짐했던 그 마음을 꾸준히 기억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보일 때마다 나는 내 글을 기억했다.
발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글을 마쳤으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글이 이어져야 할텐데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한 나는 돌아올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평생 써온 일기를 놓은지도 오래되었다.
한심한 내 모습만 기록하고 있는 것도 지겨워서.
발버둥치기. 좌절하기. 포기하기. 순응하기. 억울하기. 다시 도전하기...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이런 단어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실패라고 하기에는 소소하지만, 어쨌든 실패투성이의 시간을 통해
그래도 최소한 소거 기준 몇 가지를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키보드 앞에 왔다.
또 실패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뭘 하려는 걸까?
모르겠다.
알 수 없다.
'모른다'라는 것은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판단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뭐가 됐든, 해보려 한다.
그냥 뭐든!
익숙한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든 새로 발견하게 될 취향이든
판단의 근거를 쌓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