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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은 Jun 05. 2019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에서 오는 안정감

특별할 것 없는 회사원으로 보낸 3개월

그동안 참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다.

방송이라는 업계나 상근하는 프리랜서라는 신분이나 마감이 주마다 닥치는 갑을병정의 입장이나 스타트업 합류나 우리나라에 없는 리모트워크 체험이나...


나는 지금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먼지 같은 존재가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배우고 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뤄도 될만큼 마감 기한이 넉넉한 프로젝트들, 퇴근하면 업무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자유, 노동법 안에서 부여 받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공휴일 휴무, 연차 및 소소한 복지들!)


먼저 방송을 떠나 회사로 나간 친구가 그랬다.

프리랜서의 삶이 본인에게 잘 맞는 줄 알았는데, 회사에 와서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프리랜서라는 변칙적인 생활에서 사실 자신은 굉장히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더라고.


나는 지금까지 평범한 것이 죄인 줄 알았다. 그래서 세 달 전 회사원이 되었을 때 참 씁쓸했다.

화려함도 특별함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게 된 것이 우울했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싶은데, 반짝여지지 않았다.


세 달이 지난 지금, 이상하게도 나를 더 보잘것없게 만들 것 같던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신분은 오히려 나를 더 당당하게 만들어줬다.

4대 보험 가입, 신용카드 발급, 연차 사용 등 사회 생활 4년 만에 처음 누려보는 혜택들과 프리랜서를 접고 회사원이 되었다고 밝혔을 떄 축하해주시는 부모님들과 친구들까지.


자신감도 붙고, 말도 많아지고, 여유도 생기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날이 늘어간다. (심심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심심하기도 하다.)

심지어 루틴한 삶도 나에게 잘 맞는다.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점심 12시면 밥 먹고 오후 5시면 퇴근하는 정해진 일정 안에서 생활한다는 게 이렇게 몸과 마음에게 건강한 일이라니.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도, 어느정도 이름 있는 중견기업도 아니다. 갑을 관계로 따지면 여전히 을의 입장인 작은 소기업이다.

이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 떠나게 되면 어디서 어떤 업무를 맡을 수 있는지, 구인/구직 정보는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이 안정된 삶을 활용해보려 한다. 업무가 너무 바빠서 나를 잊었던 것과 달리, 나라는 중심을 먼저 잡고, 업무 수행과 자기계발 둘 다 잡고 싶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다시 독립할 때는 진짜 실력 있는 사람으로, 진짜 프리랜서로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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