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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Dec 10. 2022

무엇을 잡을 것인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지 벌써 4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이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만나자고 한다. 그 이유는 이러 저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기업의 임원이나 간부들이 약 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자 회사를 떠나게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 그들 중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필자에게 회사에 남아있으라고 조언을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내게 조언을 구하는 입장이 되었다. 

 필자가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담당하고 있던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회사에 벌 다른 기여를 하지 못함에서 오는 자괴감...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패배의식 등 번 아웃 상태에 이른 필자는 퇴사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40을 넘어 50에 다다른 필자는 가정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는 우리 가정을 지탱해 주는 유일함이었다. 나는 그 회사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놓게 되면 우리 가정은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나?  누군가를 만날 때 나는 내놓을 명함이 없는데,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이제 나이도 50인데 과연 내가 다른 일을 찾아 일할 수 있을까?  아들 녀석 대학 등록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회사라는 범주 속에 받고 있는 혜택들을 아등바등거리면서 붙잡게 만들고 있었다.  조직에서도 퇴출 1순위에 해당되는 50줄에 들어선 필자에게는 회사가 나를 내쫓지 않는 이상 조금이라도 더 이것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심리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필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우연히 본 일화가 있었다. 한 사람이 손에 금덩이를 들고 기분 좋게 길을 가고 있다가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물에 빠지게 되었다. 그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길을 가던 사람이 이를 보게 되었다. 그는 짐을 묶어 놓았던 새끼줄을 풀어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졌다. 물에 빠진 사람이 그 줄을 잡기 위해서는 손에 쥐고 있던 금덩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는 쥐고 있던 금덩이를 놓고 새끼줄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살아났다. 손에 있는 금덩이를 놓지 않았다면 그는 물에 빠져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며, 그 금덩이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인 새끼줄이었지만 금덩이를 놓고 새끼줄을 잡았을 때 그는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필자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다. 지금 내가 잡고 있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꽉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고서 다른 것을 아무리 간절히 바라보아도 결코 그것을 잡을 수 없음을...

 필자는 그 깨우침을 통해 회사를 내려놓았다. 다른 직장을 미리 알아보거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거나 등등의 퇴직 후 계획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번아웃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인데 이후의 상황에 대해 곧바로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은 직장 생활의 연속성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4년 반이 지난 지금... 필자는 현재 모 대학의 특임교수로 4년째 재직 중이며,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고, 몇몇 연구원의 부원장 직책을 맡고 있다. 그리고 책도 발간했고, 기업에 대한 자문이나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에서 잡고 있던 것들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더욱 가치 있는 것들을 현재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좋은 분들과의 인연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전의 것들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염려로 놓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앙상히 메말라있었을 것이다.  

무엇을 잡고 있는가? 그 잡고 있는 것들로 인해 내 삶이 황폐해져가고 있지 않은가? 

놓아야 새것을 잡을 수 있다. 잡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절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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