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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Dec 28. 2018

신뢰를 준다는 것...

프로젝트 진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

꽤 오래 전의 일이 생각이 나서 글로 옮겨 놓는다. 생각만 하다 보면 또 잃어버릴 수 있으니...   

2012년 여름 필자가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컨설팅 회사에서 특정 사업영역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다. 당시 창원에 있는 꽤나 이름 있는 대기업에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프로젝트 수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운영 상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이 되었고, 결국 프로젝트에 초기 투입되었던 수행인력들이 모두 배제되고 새로운 수행팀이 구성되어 프로젝트를 거의 다시 시작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당시 필자는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이었고,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는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상황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으며, 고객사에서는 프로젝트 수행 일정 지연과 수행 품질과 관련하여 계약위반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단계였으며,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새로운 팀이 투입되어 프로젝트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가 직접 프로젝트에 수행 장소에 상주하면서 프로젝트를 지휘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여러 가지 정황상 쉽지 않았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총괄 책임자로서 회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여 프로젝트의 수행을 총괄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 번 고객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기에는 쉽지 않았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대부분의 일정이나 이벤트에 대해 고객사에서 수행팀에게 일임을 하였으나, 프로젝트가 망가지고 재차 시작된 프로젝트에서는 하나부터 열 가지 고객의 컨펌과 보고가 진행되어야 했다. 프로젝트 과제를 풀어나가는 것보다 이러한 과정을 챙겨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움이 컸으며, 시간 또한 상당 부분 할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행 총괄로 현장에 직접 내려가 있었던 내 역할은 고객이 찾으면 10분 내 고객에게 달려가는 것이 가장 주된 역할이었다. 이 모든 것이 잃어버린 신뢰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신뢰는 아주 작은 일에서 회복되었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프로젝트 수행 컨설턴트들은 대부분은 거주지가 수도권이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때 프로젝트 수행지인 창원에 내려왔다가 금요일 오후 4~5시가 되면 각자 귀경을 하게 된다. 물론 프로젝트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 경우 자신의 과업이 미진할 시 귀경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귀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고객사도 이러한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해 준다. 필자 또한 거주지가 인천이라 금요일 오후 5시 정도면 귀경을 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재 착수된 후 3주 차 되는 금요일 오후였다. 일반적으로 금요일 오후 3시 정도면 그 주 프로젝트 결산 미팅 및 차주 계획에 대한 미팅을 진행한 후 고객사와는 한 주를 마무리하고 프로젝트 수행팀 내부 마무리를 하게 되는데 그 날따라 고객사의 담당 부장이 다른 미팅이 있어 회의실로 가는 도중에 프로젝트 룸으로 잠시 들어왔다. 그리고 내게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자신이 지금 들어가는 미팅이 30분 정도면 마무리되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그때 시간이 오후 5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필자는 그러겠노라고 이야기를 했고 나머지 인력들은 모두 귀경을 시켰다. 창원에서 인천까지는 차로 이동할 경우, 특히 금요일 저녁일 경우에는 약 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흘러갔다. 6시... 7시...  그런데 30분이면 오겠다고 한 부장은 나타나질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회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화를 하기에도 애매했다. 혹시 회의 중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좋지 못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데...  8시...  8시 30분...  그때 프로젝트 룸 문이 열렸다. 그 부장이었다. 회의를 마치기 직전에 담당 임원의 호출이 있어서 필자와의 약속을 깜빡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 문자도 미처 확인해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담당 임원하고 미팅 후에 회사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집으로 가려고 회사 내 주차장으로 들어와 차를 가지고 가려는데 프로젝트 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고 프로젝트 룸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가 거기에서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부장은 왜 아직 올라가지 않았는지...  연락이 안 되면 그냥 문자로 남겨 놓고 올라가면 되는데 아직까지 있었냐고...  그렇게 융통성이 없이 어떻게 사업하냐고...    그래서 필자는 부장님이 오신다고 하셨으니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냐고...  짧은 대화였지만 부장은 분명 필자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필자는 물었다. 이야기하겠다는 것이 무엇인지...  부장은 웃으면서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빨리 올라가라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같이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부장은 다시 이야기했다. 다음 주부터는 당신에게 믿고 맡길 테니 잘 부탁한다고...

난 단지 부장이 보자고 해서 기다렸을 뿐인데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커다랗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약속을 지키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하게 상대방은 그것을 잃어버리든, 사소하게 생각하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을 하면 되는 것이고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느 순간을 그것을 알게 될 때 신뢰는 쌓이고 회복되는 것이다...   

믿음과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는 이 시대에 문득 생각이 나서 그때를 생각하며 글로 남긴다. 솔직히 10분만 더 기다려보고 부장이 오질 않으면 나도 그냥 올라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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