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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Nov 15. 2018

두 모자의 뒷모습...

내 기억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두 모자의 뒷모습.

얼마 전 아내와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교토를 중심으로 고베와 오사카 3개 도시를 2박3일 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운영되는 패키지 여행이었다. 아내가 아직 한번도 일본을 다녀온 적이 없었고 필자도 일본은 여러번 다녀왔지만 업무차원으로 동경과 나고야에 몇 차례 다녀온적이 있고 도요타 생산방식에 대한 교육을 위해 기후지역에 2주 가량이 파견을 나온 적이 있었지만 관광다운 관광을 해본적이 없는지라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출발하였다. 짧은 2박3일 일정이었지만 필자는 배탈이 나서 버스 이동 간에 도보 관광 시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고, 원래 디스크를 앓고 있던 아내는 호텔에서 허리를 삐끗하여 둘째 날 부터 매우 어렵게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둘 다 각각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서로 바라보는 것이 마냥 즐겁게 관광지를 보고 즐기는 것 보다 오히려 더욱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금 번 일본여행은 가장 이야기꺼리가 많은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것이 아내와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런데 금번 여행이 우리 부부에게 남겨준 진정한 잔잔한 여운은 여행에 함께 일행으로 참여한 두 모자의 모습이었다. 금 번 패키지 여행은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총 31명이 참여를 했다. 특히 금번 여행은 여행 이틀째 오사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팀과 교토를 방문하는 팀으로 구분되었기 때문에 초,중학교 자녀와 함께 참여한 가족도 여럿이 있었고, 결혼 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나온 중년의 부부, 문제의 중2 아들과 소통을 위해 참여한 아빠와 아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온 출가한 두 딸, 그리고 40년 지기의 여동창들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금 번 여행의 한 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모자... 어머니는 40대 중반에서 후반정도의 나이고 아들은 20대 초반의 나이로 되어 보이는 두 모자가 금번 여행에 참여를 했다. 어머니는 활발한 성격에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들떠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아들은 조용한 성격에 말 수가 무척이나 적어보였다. 어머니는 여행에 참석한 다른 일행과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참지 못하고 주변의 사람에게 즉석에서 물어보곤 했다. 물론 그 주변의 사람 중에는 당연히 우리 부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한 어머니 곁에서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아들의 모습은 참 내성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단체로 하고 특히 이틀 째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필자는 배탈로 아내는 허리통증으로 누군가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두 모자가 앞서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들 두 모자가 다리를 절고 있었다. 다리를 절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유사했다. 사고에 의해서 다리를 다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디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다리를 저는 것 같았고, 아들은 유전적으로 다리를 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두 모자가 두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즐겁고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내도 내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마디를 내게 던졌다. "엄마가 참 행복한 모습이다. 아들도 그렇고..."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내 아내도 그대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본인도 불편한 다리이지만 늘 엄마 곁에서 엄마를 챙겨주려는 모습과, 그런 아들을 늘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둘이 꼭 잡은 손에서 느낄 수 있었다. 패키지 여행은 시간 엄수가 필수다. 시간에 쫓겨 저기 멀리서 뛰어 오는 두 모자는 그 순간에도 손을 놓지 않고 웃으며 뛰어 온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서는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일행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아들과 함께 서로 바라보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패키지 여행의 마지막 날 오사카 성의 관광일정인데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 모자는 한 우산을 아들이 받혀들고 어머니와 손을 잡고 비가 오는 오사카 성을 돌아 보았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어머니가 밝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을 것이며,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아들로 하여금 어머니를 바라보는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 내었으리라 생각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아들의 한 손에는 캐리어를 어머니의 한 손에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잔뜩 쇼핑한 내용물이 담긴 비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아들과 어머니의 남은 한 손은 불편한 서로의 다리를 지탱해주는 듯 꼭 잡고 있었다. 출국장 문을 나서는 그 뒷 모습은 금 번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소중한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나의 마음 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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