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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Aug 01. 2018

아들을 군대 보내며...

김주영...  화이팅 !!!

오늘 주영이를 입대시키고 돌아왔다. 걸음마 시작했다고 아내와 함께 기뻐하고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막춤을 추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엿한 성년이 되어 군대에 입대한다고 하니 참 감개무량하다. 늘 어린아이 같고, 알게 모르게 속을 썩이던 철부지로 생각했던 주영이가 걱정하지 말라고, 잘 지내고 오겠다며, 오히려 엄마, 아빠를 다독이는 늠름한 모습에 코 끝이 찡해 온다. 나와 아내의 하나뿐인 아들 주영이…  엄마와 아빠 앞에서는 하염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밖에 나가서는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꽤나 괜찮은 청년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자화자찬이기도 하지만 참 아들 잘 키웠다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로…  그래서 우리 주영이의 군생활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예의와 배려를 가지고 있다면 어디 가서 든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운동도 좋아하고 나름 체력적으로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주영이기에 모든 훈련을 잘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자른 머리의 뒷모습을 남겨두고 부대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아려 온다. 더욱이 입대를 얼마 남겨 놓지 못한 시점에서 여러 문제로 인해 주영이와 가졌던 불화로 한때 주영이가 엄마와 아빠가 무섭다고… 엄마와 아빠에게 자신의 존재가 미미하다고 느꼈다고 하는 주영이의 고백을 생각하면 좀 더 따스하게 감싸주지 못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꼭 그것이 주영이를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29년 전 내가 입대할 때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늘 주영이를 보내면서 하염없이 민망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늘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아버지… 그러한 아버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기보다는 나는 저런 모습으로 살지 말아야지… 나는 내 자식에게 물질적인 어려움은 주지 말아야지…  그런 나의 삶의 잣대로 아버지를 보아왔던 마음이 내 맘을 짓누른다. 입대 날 아침 큰 아들을 군에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눈물을 지어 보이시고…  문 앞에서 작별을 했지만 손수건을 가지고 가라며, 일부러 버스 정류장까지 나오셔서 입대하는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시겠다고 나오신 아버지…  그때 난 아버지를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논산 훈련소까지 따라오시고 싶어 하셨지만 내가 거절했다. 말로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말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초라해 보이는 아버지가 함께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싫었다. 입대 후 6개월… 아버지는 갑자기 내 곁에서 떠나셨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제대 후 아버지께서 쓰시던 다이어리에서 우연히 찾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혼자서 쓰신 글을 발견해서 읽고 목 놓아 울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정말 사랑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약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난 아들을 군에 보냈다. 그리고 그때 보여주신 아버지의 눈물과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깨달았다. 그래서 하염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위에서는 무슨 아버지가 저렇게 눈이 빨개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느냐고 흉을 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내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 주영이도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아빠와 같은 위치에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주영이도 이 아빠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었는지 알게 되겠지… 

지금 시간 10시 40분 첫날밤…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겠지…  엄마가 가장 생각 날 시간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막막하다는 생각을 갖겠지. 그러나 주영아… 아빠도 그 시기를 잘 겪었기에 늠름한 육군 훈련병인 아들을 가지게 되었잖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생활하다 보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36일 후 수료식 때 까맣게 그을린 우리 아들의 건강하고 더 남자다워진 모습을 이 아빠와 엄마는 기대한다.  파이팅…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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