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방문
노부부는 11시 반, 오픈하자마자 올 때도 있고, 2시쯤에 오기도 하고 4시쯤에 오기도 한다. 쓰고 보니 불규칙 적인 것 같지만 규칙적이다. 매일 온다는 점에서...
느릿느릿 걷는 할아버지에 비해 할머니는 빠른 걸음이다. 언제나 먼저 앉고, 먼저 일어나 문을 연다. 할아버지는 느리고 걸음이 불편하지만 언제나 먼저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한단다.
첫 방문
새하얀 파마머리의 할머니와 지팡이를 짚고도 걸음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가게에 들어섰다. 그녀는 약간은 당황했지만 공손히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커피 두 잔 줘요.”
“달달 하게 해 드릴까요?”
“음, 이이는 연하고 달짝지근하게, 나는 연하게만 해줘요.
나이 많은 어르신의 존댓말에 그녀는 잘해 주고 싶었다.
어르신들은 종종 각 1 메뉴를 부담스러워한다. 한 잔을 나눠달라고 하거나 아주 가끔은 커피값이 비싸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들 나이의 반도 안 되는 젊은이에게 존대를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에 비해 정중하게 주문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토종꿀을 듬뿍 넣어주었다. 그것은 커피 향이 나는 꿀차에 가까웠다.
다음 날에도 왔고 그다음 날에도 왔다.
“커피에서 커피 향이 안 나네”
향이 강한 꿀 대신 설탕 시럽으로 바꿨다.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얼음을 넣는 것 또한 노부부 손님의 레시피가 되었다.
한 번은 스팀 우유에 에스프레소와 시럽을 잘 섞어 크레마 없이 부드럽게 내어주었다. 믹스 커피를 떠올리며 만들어본 커피였고, 그날 이후 "어제 마시던 걸로"에서 “늘 먹던 걸로” 가 되었다. 알바들은 나이스 한 할머니라고 칭했고 모두 레시피를 외웠다.
(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