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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kim Dec 17. 2020

특이함과 특별함

특이해지기보다는 특별해져야 한다. 오랫동안 귓가에 울리는 말이었다. 돌아보았다. 남들과 어떤 다른 행동을 했는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사람과 어울렸는지. 어떤 농담을 좋아했는지. 왜 그랬는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특이함과 특별함이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네 글자인 내 이름부터 너는 이 문제를 지나치면 안 된다고 계속 나를 붙잡았다. 


특이함과 특별함은 어떤 집단 내 동일성을 전제한다. 집단의 문화에 따라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도, 튀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집단이 전제돼 있지 않다면 나의 특이/별함을 구분할 수 없다. 


집단을 벗어나 보자. 모든 삶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일률화 되기 힘든 독특성을 갖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조차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갖고 산다. 그들이 가진 욕망은 같지 않냐 물을 수 있다. 맞다. 그러나 표출된 욕망의 기저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범한 삶이 있다고 속아왔다. 평범함이 주는 안락함 때문일까. 평범함을 전제하며 나의 독특성을 부각하기 위함일까. 어쨌든 목적지를 알면서 길을 헤매는 것이 정처 없이 걷는 것보다 덜 괴롭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선 개성의 발현에 한계선이 있다. 그 한계선이란 집단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투정하지만 동시에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가 집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개성의 표현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따라서 개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런 사고 습관은 그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레 대물림이 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아표현은 폭력적일 수 있다. 다름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무례하다고 전하는 대신 그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낮추기도 한다. 담뱃값 대신 월세를 포기해서 지인들에게 한심한 인간이 된 영화 '소공녀' 주인공은 돈을 벌러 가야겠다는 남자 친구에게 배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거기서 배신이라는 지적은 하지 말아야 했다. 


특이함과 특별함에 대한 정밀한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자신도 어찌하지 못하는 이유일 때가 많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다름이 발견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질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균질성을 전제로 한 이야기들은 더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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