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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Oct 31. 2019

7. GS441524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아내는 병원에 가기 전 날,

복막염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 추측이 맞을 것에 대비해

고다(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라는 카페에

도움을 구하는 글을 올렸고,

많은 집사님들이 조언, 격려를 받았고,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완치 혹은 호전이 되고 있는

중국에서 온 신약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호전이 되었다는 경험담이 있었고,

고양이 카페에서도 최후의 방법으로

이 치료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릉이를 계속 봐주셨던 수의사 선생님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이런 방법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우리 아들, 내 새끼.

너무나도 소중한 그릉이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신약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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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복막염 치료제라 불리는 신약은,

GS441524, 그리고 뮤티엔 이라는 약이 있었다.


둘다 비싸지만 GS가 조금 더 저렴하고,

국내에서 구하는데 조금 더 수월하다는 것 같았다.


고양이 카페에서 복막염 환묘를 돌보고 있는 한 분이,

정말 감사하게도

본인이 갖고 있던 약을 퀵으로 보내주셔서,

그릉이는 의심 진단 당일,

바로 신약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사를 놔본 적이 없었고 겁도 났기에,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치료는 아니지만,

저희가 모든 결과는 책임질테니

주사만 도와달라고 병원에 부탁드렸고,

정말 다행히도 선생님이 매일 도와주시기로 하셨다.


GS441524.

낯설고도 어려운 이름, 고양이별 같은 이름.

우리 그릉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빛.


약의 점성은 끈적거릴 정도로 높아,

처음 보신다는 수의사 선생님도 그 점성에 놀라시고,

주사의 점성은

기력 없던 그릉이도 고통에 울부짖게 했다.


집에서는 매일 아침 철분제와 항생제를,

저녁에는 식욕증진제와 항생제를 먹이고,

그 외에 좋아하는 것을 맘껏 주려한다.


투약을 하고 반일 정도 지난 밤,

아직도 기력 없이 누워있는다.

 

한참 누워있다 저만치 앉아있는 엄마 아빠를 향해

힘이 없어 흐느적거리는 뒷다리를 이끌고,

힘겨이 입만 뻥긋 벌리며 인사하며 다가오다

힘에 부쳐 중간에 다시 누웠다가 또 이내 다가온다.


그 와중에 애용이도 챙겨야하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애용이와 사냥놀이를 하고 있으면,

궁금하고 놀고 싶어 그 쪽을 바라보다

힘겨이 또 다가온다.


새벽에 자다 어디에 있나 살아있나

걱정되어 일어나서 쳐다보니

침대 아래 스크래쳐에서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다.

다행히 숨을 쉰다.


내 기척에 잠을 깨어

옛날에는 너무나 쉽던,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높은,

침대에 힘겹게 오른다.


아빠한테서 엄마에게,

나 여기 있다고 힘들다고 아프다고

끙끙거리면서도 그릉거린다.


그릉아,

우리 힘내서 같이 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서

몹쓸 복막염 무찌르자.


신약이 정말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남은 그릉이의 삶에 고통을 덜고

그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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