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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us Jul 20. 2018

"이게 다 공매도 때문이야!"

그놈의 공매도, 과연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자사의 직원에게 판매한 주식)에 배당하기로 한 현금 1천원 대신 실수로 주식 1천주씩을 배당하여, 삼성증권 직원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28억주의 주식을 갑자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사고를 발생시켰습니다. 순간적인 유혹을 못이긴 일부 직원들은 곧바로 주식시장에서 이 주식을 매도(판매)하였고, 그 결과 급작스럽게 늘어난 공급량으로 인해 삼성증권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로인해 삼성증권 주식에 투자하였던 선량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2018년 6월 1일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이틀 전 체결한 주문에서 약속한 20개 종목, 139만주의 주식을 정상적으로 결제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위법적인 거래를 하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 사례를 포착하고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제재 방안을 내놓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연이어 이어진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단순히 사고를 일으킨 주체가 유명 금융회사라는 것 뿐만은 아닙니다. 많은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이 두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매도'를 지적하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두 사건을 근거로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공매도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공매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매도(空賣渡, short sale)는 없는 것을 판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같은 자산을 사고(buy) 팔아서(sell)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통 어떤 자산을 사는 이유는 미래에 그 자산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반대로 어떤 자산을 파는 이유는 미래에 그 자신의 가치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사는 행위는 매우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반면, 파는 행위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팔기 위해서는 그 전에 미리 그 자산을 구매해서 보유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경제학에서 거래를 구성하는 수요(demand)와 공급(supply)의 균형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수요는 사고 싶은 사람들의 의향으로 구성되지만, 공급은 팔고 싶은 사람들의 의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는 공매도의 개념을 도입하여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 투자자가 어떤 자산을 공매도하려고 할 때 일반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미 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그 자산을 빌리고 언제 갚을지 약속을 한다.

2. 일반적인 매도(판매)의 방법을 활용하여 빌려온 자산을 금융시장에서 매도한다.

3. 자산을 갚아야 하는 때가 되면 다시 금융시장에서 그 자산을 매수(구입)한다.

4. 사온 자산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즉, 쉽게 생각하여 공매도는 주식과 같은 자산을 빌려서 판매하고 되갚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때, 자산이 없어도 이익을 만들어 주는 방법입니다. 쉽게 생각해보기 위해 오늘 공매도를 하고,  내일 빌려온 자산을 갚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자산 가격이 1만원이었는데 내일 자산의 가격이 2만원이 되는 경우를 먼저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오늘 자산을 팔아 1만원을 얻지만, 내일 빌려온 자산을 갚기 위해서 2만원을 지불해야 하므로 나의 손익은 1만원에서 2만원을 뺀 -1만원이 됩니다. 반면, 오늘 자산 가격이 1만원이었는데 내일 절반인 5천원으로 떨어졌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오늘 자산을 팔아 1만원을 얻고, 내일은 빌려온 자산을 5천원에 구매하여 갚으면 됩니다. 따라서 나의 손익은 1만원에서 5천원을 뺀 5천원이 됩니다. 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과는 다르게, 대다수의 금융,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들은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공매도를 통해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공매도가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공매도를 제외한 일반적인 투자는 먼저 자산을 구매하고 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경우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자산의 가격이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가격이 떨어질 자산을 구매할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반면, 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예 금융시장에서 떠나버립니다. 만약 자신이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면 팔겠지만, 팔고 팔다가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매도가 없는 금융시장에서는,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믿고 있는 투자자들만 남는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통해 결정됩니다. 지금 금융시장에는 사려고 하는 사람만 남았습니다. 즉, 공급에 비해 수요만 지나치게 큰 상황입니다. 그러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 자체가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 호황이나 새로운 산업의 발전, 개별 기업들의 호실적 등의 이유로 자산의 가격이 "진짜" 상승하게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 투자자들의 예측이 맞았고, 그 결과 금융시장에 자금이 공급되어 기업들도 행복하고 투자자도 행복한 윈-윈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투자자들의 예상이 틀리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크게 발생했던 세계 금융 위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자산, 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자산 가격이 진짜 값어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오르게 되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적정한 가치로 다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 과정이 매우 급격하게 일어난 것을 우리는 금융 위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만약 이 때 금융시장에 자산 가격이 곧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더라면 어떠했을까요? 이 사람들은 공매도를 통해 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이익을 얻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금융시장에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산을 파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되면 자산의 가격이 실제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지는 현상, 버블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공매도는 자산의 가격이 과하게 포장되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금융 위기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공매도 제도를 왜 많은 투자자들이 비난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비대칭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투자 관련 법 제도와 실제 현실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공매도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대부분의 경우 주식)을 빌려야 합니다. 이를 대차거래라고 합니다. 이 때 아무한테나 빌리거나 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빌려주는 일에는 신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중계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이나 한국예탁결제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대차거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 법인세법에 따른 기관투자자(증권사, 은행과 같은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2) 외국인투자등록증을 발부 받은 외국법인(외국에서 설립된 펀드나 증권사 등의 금융기관), 또는 3)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투자자. 일반인의 경우 3)의 항목에 해당하는 전문투자자로 인정받는 것이 유일하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개인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고 연소득액이 1억원 이상 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고 총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전문투자자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제약회사, 화장품회사 같이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R&D)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회사들에 많이 투자하냐면 지금 기업의 규모가 작다보니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받고 있지만, 신상품 개발 혹은 특허 출원 등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높은 잠재력, 그러니까 고수익(high return)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높은 위험(high risk)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잘되면 매우 좋겠지만, 진행하던 연구나 프로젝트, 새로운 상품 출시가 실패하는 경우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기업에 투자할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자는 기업의 외부인이고 관련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기업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퍼지는 루머나 소문, 풍문에 따라 하루 사이에도 크게 주가가 요동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 투자자의 경우, 남들의 투자 동향에 따라 흔히 말하는 "눈치 싸움"을 하게 될 소지도 큽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와 금융기관들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정보를 더 빠르게 획득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염려는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이 먼저 획득한 정보를 악용하여서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로부터 이익을 가로채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 공매도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여기 어떤 제약회사가 있습니다. 어느 날, 한 금융기관이 이 제약회사의 주식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공매도를 일으킵니다. 그러면 갑자기 많은 양의 주식이 팔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에 따라 주가가 떨어지게 됩니다. 더구나 이렇게 되면 이 제약회사에 투자하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파는 사람이 많지? 이 회사에 무언가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혹시 개발하던 신약 프로젝트가 실패했나?" 패닉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은 집단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마저 더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팔고자 할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금융기관은 상황을 유유히 즐기고, 더 낮아진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공매도로 인해 되갚아야하는 주식을 갚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왜 공매도가 필요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매도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로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첫째, 제도적인 보완이 지속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개인투자자의 투자 행태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매도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공매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공매도를 활용하기 위한 자격 요건은 상당히 엄격한 편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매도는 자산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다시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갚을 능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면 예치금을 엄격하게 요구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1만원어치의 주식을 100주 공매도하고자 한다면, 자산의 100% 가치에 해당하는 100만원을 증권사에 예치하여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고 실제로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까지 대차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융자산 잔고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 10분의 1에 해당하는 5억원으로 낮춘 것이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 더 기준을 완화하여 현재의 비대칭적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도 투자 행태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에 대해 우려, 혹은 비난하는 이유는 기관투자자가 이를 악용하여 주가를 조작하는데 사용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분석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이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우려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고려하여 투자하기보다는 남들이 사는 주식이니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깜깜이식의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카더라와 같은 풍문에 흔들릴 필요가 없고 일시적으로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오더라도 기업의 가치에 믿음을 가지고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매도란 제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째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공매도는 주식 시장이 더 건전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쉽게 손실을 얻게 되는 이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건전한 금융시장을 이루기 위해, 금융당국의 현명한 정책 결정과 그와 동시에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 그리고 투자자들 스스로 조금 더 나은 투자 프로세스를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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