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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us Aug 26. 2018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반드시 필요한 국민연금, 앞으로의 개선 방향

최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5년마다 내놓는 분석과 개선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번에 노동인구의 변화와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여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기금은 40년 후인 2057년에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는 차라리 지금까지 낸 돈을 모두 돌려주고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들마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꼭 필요한 제도이며, 다만 변화되는 사회 환경에 맞추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왜 국민연금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연금(National Pension Service, NPS)은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서,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국민연금법 제1조)'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되었는데, 1974년에 국민복지연금법으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실제로 시행된 것은 전면 개정된 1988년부터입니다. 초기에는 가입대상이 직장인만으로 한정되었으나, 1995년에 농어업 종사자, 2006년에는 1인 자영업자에게까지 가입이 확대되어 명실상부히 20세 이상의 노동 가능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현대 국가에서 노후 생활의 보장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대개 3-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 층이 있는 것은 최소한의 보장부터 출발하여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람에게 추가적인 보장을 해주기 위함인데, 순서대로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모두에게 해당되는 첫 번째 층에는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연금이 있습니다. 두 번째 층은 국가기관이 주관하여 운영하는 공적연금이 자리합니다. 세 번째 층은 고용주와 고용자가 함께 준비하는 퇴직연금입니다. 마지막으로 순전히 개인이 준비하는 개인연금이 있습니다. 이 중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두 번째 층인 공적연금에 해당합니다.


노후보장제도에서 첫 번째 층에 해당되는 기초연금과 나머지 층에는 연금의 성격에 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비록 모두 '연금(pension)'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기초연금은 엄밀히 말해서 연금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초연금은 복지수당에 해당됩니다. 연금이란, 소득이 없어지는 노후를 대비하여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미래를 위하여 적립하는 것, 그리고 그 적립된 금액을 특정 기간마다 수령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은 자기부담(contribution)이 없이, 국가의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금이라 할 수 없습니다. 반면 2-4 계층에 해당되는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은 본인의 부담이 있는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연금에 해당됩니다.


연금에 해당되는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도 운영주체에 따라 다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적연금(public pension)은 말 그대로 국가기관이 주관하여 운영합니다. 반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금융시장에서 사적으로 금융기관들에 의해 운용되기 때문에 공적연금과 분리하여 사연금(private pension)에 해당합니다. 운영의 주체가 다른만큼 아주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공적연금은 국가가 주도하기 때문에 더욱 폭넓은 사람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반면, 사연금은 특정 조건에 맞는 사람만 가입하게 됩니다. 또한, 공적연금의 경우 일반적으로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게 되는 반면, 사연금의 운영과 지급에 대한 책임은 금융기관들에 있어서 좋은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공적연금의 경우는 본인의 부담과 받게 되는 연금의 금액이 비교적 적게 연동되어 있지만, 사연금의 경우는 대체로 본인이 부담하는 양에 비례하여 수령액이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은퇴 후 수령하게 될 연금을 관리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사연금 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일까요? 공적연금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비합리적이고 체계적이기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을 라틴어로 통칭하여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학적인 사람)라고 부릅니다. 이 이상적인 사람의 특징은 매우 체계적이고 이성적이며, 계획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항상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따릅니다. 첫째, 주어진 예산 혹은 자신의 기대 수입을 고려합니다. 둘째, 자신이 얼마나 살지 평균 수명을 고려하여 각 생애주기별 필요한 소비금액을 계산합니다. 셋째, 그에 따라 미래의 소비를 위해 필요한 만큼을 미리 체계적으로 저축하여 투자하고 수익을 냅니다. 넷째, 정확히 예측한 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을 매 기간마다 소비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가 있다면 사회보장 시스템이 전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각자 알아서들 미래를 잘 준비할 테니까요. 물론 현실에도 일부 사람들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그렇듯 체계적으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의 생활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불확실한 미래보다 지금 당장 급한 현재를 중시하는 인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대다수 노년층이 극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다시 세금으로 극빈곤층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귀결됩니다. 또한 금전적으로 표현이 되는 세금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을 비관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비금전적인 비용 또한 사회적인 비용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노후의 삶을 비관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거나, 노령으로 인한 극빈곤층이 많이 몰려있어 지역 전체가 낙후되고 심지어 슬럼화 되는 등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빈곤층의 삶이 단순하게 복지수당만으로 보존이 된다면 애초에 노후를 준비해야겠다는 경제적 유인이 줄어들어 더욱더 현재의 소비에만 신경 쓰게 되고, 그에 따라 노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빈곤층에게 복지수당을 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선진국들의 정책입안자들은 적절한 비용 감수와 그에 따른 보상 체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공적연금시스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금은 자신이 비용(contribution)을 부담하는 것을 전체로 혜택(benefit)이 주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부담과 혜택이 공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적연금에 가입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의 혜택을 상부상조하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insurance)으로써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둘째, 자신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잘 관리되기를 바라도록 유도할 수 있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한 가지 특수한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부의 재분배 역할입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계산하는 식은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의 생애 동안의 평균 소득"과 "사회 전체의 평균 소득"의 중간을 계산하여 이를 기준으로 지급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벌던 금액이 사회 전체의 평균보다 낮았던 사람은 내 기준으로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됩니다. 반면, 내가 벌던 금액이 사회 전체의 평균보다 높았던 사람은 내 기준으로 연금을 많이 내고 적게 돌려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노후의 소득을 평균에 가깝게 수렴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국민연금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를 종합하면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난하여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국민연금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많은 일반적인 시민들은 국민연금제도에 걱정하고 심지어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미 시행된 지 오래된 국민연금이 지금 전환기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앞으로 노후 연금을 받게 될 세대와 또한 그 미래 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아야 할 시기인데,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확신이 약해져 있는 때인 것입니다. 앞으로는 시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불안해하는 점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제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려 1: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보자면, 국민연금을 실제로 수령하게 되는 60대가 되었을 때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가장 실망하신 부분은 수령액이었습니다. 매달 받게 되는 연금이 약 40만원 정도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론을 보아도 "용돈 수준밖에 안 되는 돈"이라며 이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계신 시민들이 많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계산할 때 소득대체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에서 사용하는 소득대체율이란,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가입자가 정상적으로 65세에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할 때 평균 소득의 몇 퍼센트를 받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2018년 현재의 소득대체율은 45%인데, 이는 월평균 100만원을 받던 사람의 경우 월 45만원을 수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함정은 40년 동안 꾸준히 국민연금에 연금액을 납부해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술적 계산으로도 65세가 될 때까지 40년 동안 연금을 납부해왔면 24세부터 쉬지 않고 직장에서 일하였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나날이 강조되어 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조 하에서 40년간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평균 가입연수는 17년이며, 이에 따라 실제 소득 대비 수령액(실질소득대체율)은 약 24%에 불과합니다. 월 45만원이 아니라 월 24만원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로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적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면 노후를 보장한다는 국민연금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월 100만원 소득, 그러니까 연소득 1,200만원을 벌던 사람이 65세부터 앞으로 죽을 때까지 매달 24만원을 받는 것도 엄청난 금액인 것은 사실입니다. 단순히 계산을 해서 이 사람이 85세까지 생존하여 20년간 연금을 수령한다면, 총 돌려받게 되는 금액은 20 * 12 * 24 = 5,760만원입니다. 그런데 17년간 직장가입자로 매달 100만원의 월급 중 9%를 납부하였다면 총 납부한 금액은 17 * 12 * 100 * 0.09 = 1,836만원이므로, 사실상 200%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 9% 중 절반인 4.5%는 직장에서 납부를 대신해주므로 부담은 절반에 불과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45%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거나 50%까지 상승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50%의 소득대체율은 기존 소득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국민연금 수령액을 통해 충분히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다른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만으로 소득의 절반은 보장이 된다는 것을 약속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려 2: 국민연금 기금은 고갈되지 않고 안전한가?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는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국민연금의 기금이 혹시라도 고갈되어서 본인이 수령할 때에는 이미 없어지고 만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언론들이 이 우려를 부추기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재정은 계속 증가하여 약 2043년 경에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들어 2060년에는 추정상으로는 0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현재의 노동 인구가 은퇴함에 따라 지급액은 늘어나는 한편, 낮은 출산율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어들어 연금 납부액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통계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액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는 것은 애초에 국민연금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고려되었던 부분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공적연금을 시행한 지 오래된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계상으로 공적연금의 기금액이 고갈된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나라들의 국민들은 공적연금을 잘 수령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의 연금 시스템을 이야기할 때 학자들은 부과식(pay-as-you-go)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해석을 하자면 '필요한 만큼(as you go) 걷는다(pay)'라는 뜻입니다. 이 나라들에서는 앞으로의 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금액을 계산하여 이를 현재의 노동인구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금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세금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기대수명과 점점 줄어들게 되는 선진국에서의 노동인구를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었고 높은 출산율로 노동인구의 유입이 있었기 때문에 기금이 적립되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경우라는 것입니다. 실제 OECD 국가들의 공적연금 중 국민연금 기금의 크기는 늘 3-4위 권에 드는 엄청난 기금을 적립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고갈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시게 되는 분들은, 개인 단위에서의 부채와 국가 단위에서의 부채는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개인이 빚을 지는 것은 물론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재산을 압류당하고, 그 피해가 내 주변 인물들에게 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국가가 빚을 지는 것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주 단적인 예로,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는 쉽게 생각해서 미국 정부가 연방준비은행이라는 미국 은행들의 연합체로부터 빌린 빚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달러는 아무런 담보 없이 미국 정부가 이 돈을 갚을 것이라는 '충분한 믿음과 신용(full faith and credit)'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 의해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 것이 가능한 이유는, 개개인은 영원히 살지 못하지만 정부 체계는 영속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종의 세금처럼 운용이 될 국민연금으로부터 가입자가 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은 0%입니다. 자연의 대격변이 일어나 한반도가 사라지고 여기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정부 또는 이를 계승하는 정부에서 세금을 걷을 것이고 이를 통해 연금을 지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지급을 보장한다는 말이 없어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에 의해 공포심이 조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가올 국민연금법 개정안에서는 기금이 부족하게 될 경우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할 수 있음을 명시화하여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겠습니다.


우려 3: 국민연금 기금은 잘 운용되고 있는 것일까?


기금의 고갈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에 대한 우려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현 상태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기금을 잘 운용하여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더욱 늘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올해 상반기의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고작 0.9%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낮은 수익률이 나타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첫 번째, 국민연금의 자산 중 약 50%는 안전한 채권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국민연금의 기금을 투자할만한 자산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세 번째, 최근 정치적 유착관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네 번째, 기금운용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은 국민 대다수를 가입자로 하는 특성상 무조건적으로 안전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제약사항을 달고 있습니다. 소중한 기금을 함부로 위험한 자산에 베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수익과 위험성은 비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50% 정도의 자산이 국채 등 안전한 자산에 묶여있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낮을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더하여 엄청난 규모인 국민연금의 기금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세계 3위권 수준입니다. 농담 식으로 국민연금의 이름으로 월스트리트를 방문하면 귀빈 대접을 받는다고 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 금액이 클수록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투자 결정 자체가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 대부분에 투자를 이미 한 상태인데, 여기서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이 것 자체가 주식 시장에 큰 파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에 대해 한 연구에서는 "작은 연못에 큰 개구리가 있는 상황(a big frog in a small pond)"라고 묘사하였습니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식을 파려고 하면, 가격이 크게 떨어져 국민연금도 손해를 볼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 참여자 모두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어 효과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다음으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정부에서는 국민연금을 통한 정경유착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법적인 판단이 모두 이루어진 것은 아니나, 이사회에서 특정 기업의 대주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국민연금이 판단을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때, 이 결정으로 인해 국민연금 자체는 손해를 보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사회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다 보니, 행정부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않아 대다수 가입자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인력들에 대한 처우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유능한 인재들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는 여러 행정부를 거치면서 국토 균형 발전을 꾀하고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복잡해진 서울의 여러 정부 조직 및 관련 부서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여러 기관들이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일과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다수의 유능한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본부에서 이탈하게 되었습니다. 금융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력들은 사실 사기업에서 근무한다면 더 많은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명예 등으로 적은 금전적 이득을 감수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으로의 이전은 교육 또는 문화생활 등의 이유로 인해 이러한 인재들을 다시 수급하기 어렵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결국 최근에 드러난 낮은 수익률은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우선,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은 안전하게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펀드 매니저들이라 하더라도 애초부터 상당히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 사항이 많습니다. 이에 더해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압력, 그리고 현실적인 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유능한 인재들이 이끌어나가기에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의 판단을 믿어주고 잘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현실적인 수준에서 금전적인 혜택도 제공해야 합니다. 옛말에도 인재를 모집하는 일에는 아끼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현재 위기에 봉착한 국민연금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 비판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필수적인 시스템입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염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설명드린 여러 가지 개선안을 실제로 시행하려면 필연적으로 가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현행의 9%의 부담에서 10% 혹은 그 이상으로 부담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돈을 더 내라고 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더욱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행정부와 국민연금 관련 기관은 지속적으로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해야만 합니다. 언론들도 지나치게 염려를 증폭시키는 과열 취재 및 자극적인 기사는 지양하고, 건전한 토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 우리 세대와 또 우리 다음의 세대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의 개선에 대해 시민들 또한 꼭 동의해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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