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만 챙겨가세요, 그리고 즐기세요. 그곳에서의 온전한 하루를.
몽골 여행을 오랫동안 꿈꿨고, 그 꿈을 이뤘는데 아직도 꿈만 같다. 발끝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눈 앞엔 사막이 보이며 머리 위로는 은하수가 펼쳐지던 몽골. 그곳을 꿈꿀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그 날을 잊지 않고 싶은 나를 위해 기록했다.
몽골 여행은 대부분 투어로 진행된다. 자유여행도 가능하다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막의 미아는 되고 싶지 않을 것.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여섯 명을 채우기 위해 함께 몽골로 떠날 사람을 모집했다.
8월 성수기 몽골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아 지인만으로도 동행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동행과 싸우고 몽골 여행을 망쳤다는 후기를 꽤 본터라, 덜컥 겁이 났다. 우린 한 번도 함께 여행해 본 적이 없고 친하지도 않았으니까. 사막 한복판에서 싸워서 원수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게 내 여행을 망치면 어쩌지란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기우였다. 우리는 닭장 같은 차 안에 다닥다닥 붙어서 하루 평균 6시간을 이동하고, 밥도 가이드님께서 정해주시는 식당에서 함께 먹어야 했고, 잠에 드는 순간까지 한 지붕에서 숨을 쉬었다. 몽골 여행을 하는 동안에 우리는 한 지붕에서 한 솥 밥을 먹는 식구(食口)가 되었다.
밤이면 게르에 둘러앉아 함께 술을 마시며 울고 웃었다. 때론 잘 몰라서 잘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몰랐지만, 그래서 잘 알았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위로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깊어졌고 소중해졌다. 이들은 그렇게 내 안에 들어왔다.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진심으로 누군가를 내 안에 들이는 일이 두려워졌다. 몽골의 티 없이 깨끗한 공기, 가슴 벅차도록 꽉 찬 밤하늘의 별 아래에서 내가 할 것이라곤 마음 열기뿐이었다.
비우려 떠나 온 몽골에서 한 가지 가득 채워온 게 있다면, 마음이었다.
몽골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예쁜 사진을, 눈에 별을 담을 준비를 하는 만큼 마음에 사람을 담을 준비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이라면 모두의 동행이 완벽한 사람일 테니.
동행 구하는 방법) 러브 몽골 카페, 여행에 미치다 비공개 그룹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거나 투어사에 요청할 수 있다. 투어사에서 짜주기도 하지만, 미리 동행을 구해서 날짜를 함께 조율하면서 이 사람이 나와 맞을지를 잘 고려해보자! 몽골에서 동행은 참 중요하다.
인터넷의 경우, 7일간의 투어 중 딱 한 곳의 게르를 제외하고는 신호 ‘서비스 안됨’이었던 이유로 하루 한번 들리는 마을에서 인터넷을 잡아 썼다. 아주 가끔 사막 한복판에서도 Lte가 잭팟 터지듯 잡힐 때면 “LTE다!” “인스타 올려!”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호다닥 인스타 업로드를 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2분이기에 업로드만 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다시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만 했다.
전기의 경우엔 아예 쓰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언뜻 보면 상황이 나은 듯했지만, 그걸 여섯 명이서 나눠 써 야하잖아!? 심지어 그중 네 명이 장비 부자라 전력난은 어마 무시했다. 게르 두 곳에서 맘 편히 충전했던 기억을 빼면,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 혹은 차에서 이동하는 동안 잠깐잠깐 충전한 기억밖에 없다. 그마저도 차 안에는 USB 단자가 두 개뿐인데, 전압까지 낮아서 충전이 거의 안됐다. 결국 핸드폰 버리고 또다시 디지털 디톡스...
우리의 여행에서 그렇게 디지털은 빠졌다. 하루 7시간씩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카톡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보고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으며, 미쳐 다운로드하지 못한 노래는 ‘우리가 음원이다’라는 생각으로 직접 불렀으며, 정말 소중한 순간엔 카메라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렇게 디지털이 빠진 자리를 우리가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TE와 콘센트만 발견하면 며칠 굶어서 걸신들린 것 마냥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더랬지… 디지털 디톡스는 개뿔 그것은 다이어트와 같은 것. 평생 꿈꾸지만 평생 이룰 수 없는 것 같다.
사막과 투어 이동 중 데이터는 거의 터지지 않지만, 디지털 디톡스만을 위해 몽골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투어사에 USIM카드를 신청하자.
2-3일에 한 번꼴로 숙소에서 데이터를 터뜨릴 수 있으니 부모님께 생존신고 정도는 할 수 있다. 특히, 울란바토르 여행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면 굉장히 유용할 것.
흔히 7-8월이 몽골 여행의 최적기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적당한 온도와 적은 강수량 때문이다.
한국이 홀딱 벗어도 더워 녹을 것 같았다면, 몽골의 낮 날씨는 사진처럼 민소매나 반팔을 입으면 딱이다. 땀이 조금 나다가도 바람이 꽤나 불기 때문에 땀이 금방 마른다는 장점(?)이 있지만, 머리카락이 금방 떡진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건 드라이샴푸로 해결 가능하다.
아마도 몽골에서 가장 더운 곳은 사막을 달리는 푸르 공 안이 아닐까 싶다. 푸르 공의 아날로그적 로망을 택한 대신 에어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는 어찌나 강렬하던지... 그렇지만 해가 지고 푸르 공에서 내려 숙소에 도착하면 시원하다 못해 추워질 때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사막보다 덥다”라는 명제는 참인 걸로 판명되었다.
반면 “사막에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는데, 우리가 여행할 때 이례적으로 유독 비가 많이 왔다고 하지만, 밤에 비가 오지 않았던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꼼꼼한 동행들이 우산을 챙겨 오지 않았다면 샤워 다하고 빗물에 또 샤워를 할 뻔했다.
(물론 그 우산은 자연에서 볼 일을 볼 때 소중한 곳을 가릴 용도였다고 하지만 본래의 용도로 잘 쓰였다.)
더욱 문제였던 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날씨가 바뀌다 폭우가 오는 탓에 푸르 공이 진흙탕에 빠지기도 수십 번.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차를 구조하다가 가지 못한 여행지도 있었다. 아쉽지만 아쉽지 않았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이것도 몽골이고 이것도 우리의 여행인걸.
tip!
몽골의 7,8월엔 낮엔 한여름 복장을 저녁엔 가을용 맨투맨을 입으면 딱 적당하지만, 여행 중 딱 하루는 굉장히 춥다 느껴졌다. 이걸 대비하여 기모 후드 집업 정도를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예쁜 여름옷을 충분히 챙겨 가되, 일교차를 대비해서 걸칠 셔츠와 플리스&바람막이 등을 챙겨가면 밤낮으로 인싸 핵인 싸가 될 수 있다.
9월부턴 사막은 매우 춥다 하니 더 따뜻한 옷을 많이 챙겨갈 것. 어차피 짐은 투어차가 옮겨준다.
몽골에서의 하루는 대체로 샤워가 아닌 물티슈로 시작한다. 처음엔 찝찝한데 샤워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물티슈로 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물티슈로 씻고 데오드란트로 마무리하면 그렇게 뽀송할 수가 없다. 몽골에서의 하루는 침대에서 술을 마시는 걸로 끝난다. 처음엔 침대가 더러운 것 같아 침낭을 깔고 앉았는데 어느새 침대보다 더러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더욱이 몽골의 광활한 자연을 보자면 내가 곧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이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못 씻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안 씻어도 돼서 다행이었다(?)
숙소 화장실 더러울 걱정은 왜 했을까 싶었다. 내가 가장 더러운데.
몽골 여행 필수 준비물은 물티슈, 클렌징 워터, 드라이샴푸, 데오드란트, 벌레퇴치제(내가 더러워서 벌레 잘 꼬임), 모기퇴치제, 우산이다. 침낭은 투어사에 대여하길 추천한다. 침낭은 추워서가 아니라 기어 다니는 벌레와 모기로부터 온몸을 지키기 위해 쓰는 것!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를 충분히 챙겨가자!
블루투스 스피커와 순간을 기록할 노트들이 있으면 좋고, 차가 많이 흔들려 책을 보기 힘드니 목쿠션이나 잘 챙겨 가자.
사실 이런저런 준비물을 열심히 열거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정말 멋진 순간을 마주했을 때 사진 대신 눈에 담을 마음가짐, 찝찝함을 뽀송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 자연을 화장실 삼을 마음가짐,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