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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Jan 18. 2023

커피 향에 취하다.

J.S Bach, Coffee Cantata BWV 211

터키시 커피

커피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없어선 안 될 기호식품이다. 커피 한잔은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안에 잠시의 여유를 허락한다. 작은 컵에 담긴 블랙커피 또는 우유와 크림이 어여쁘게 올려져 있는 커피들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허락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혀를 자극할 수 있을 만큼 색다르고 맛있는 커피 하우스를 찾는다. 어떤 이들은 맛있는 커피 한잔을 위해 도시를 떠나 산, 바다 그리고 들판이 함께하는 커피 하우스를 찾는 것을 소소한 기쁨으로 여긴다. 약 5000원 정도 하는 커피 한잔을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솟는다.


티르 키에(터키)를 포함한 아랍 및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선 아주 전통적인 방법으로 추출한 커피를 주로 마신다. 그 커피의 이름은 터키시 커피라 불린다. 에스프레소 기계, 핸드드립 그리고 모카포트와 같은 추출 방식이 아닌 물에 얇게 갈린 원두를 섞어 불 또는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 위에서 끓여낸다. 그렇게 끓여낸 커피는 마시는 내내 진한 커피 향과 더불어 얇게 갈린 원두 가루가 입안에 씹힌다. 커피를 마실 때 갈린 원두가 입안에 씹힌다? 만약 지금 당신이 그 맛을 상상하고 있다면 의아한 표정 및 일그러진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물론 처음 이 커피를 접한 사람들은 일반 커피처럼 자연스럽게 목에 넘기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커피를 계속 맛본 사람들은 여느 다른 커피와 비교 안될 만큼 중독이 될 것이다.


바흐 커피 칸타타 악보

이젠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17세기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있다. 한국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이다. 그는 일생 가운데 수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그는 깊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로 알려져 있는데 궁전 음악가 그리고 교회음악의 악장으로 수많은 합창, 성악곡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부분의 합창 및 성악 음악은 종교적 엄숙함이 드러난다. 교회 밖 세상의 것 특히 향락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의 음악 중 ‘커피 칸타타‘와 같은 세속적 곡이 있다는 것은 조금은 의아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건 17세기의 커피가 바흐의 삶에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그의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흐의 '커피칸타타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조용, 수다를 그치시고) BWV 211'를 들어보도록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PTCcso6ot-8

바흐, "조용히, 수다를 그치시고" (커피 칸타타) /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BWV 211 (Cofee Cantata) by youtube

현악기의 빠른 반주가 돋보이는 세명의 남녀 성악가가 해설자, 딸 그리고 아버지의 역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곡을 듣다 보면 칸타타보다는 작은 드라마를 다룬 오페라와 같이 느껴진다. 커피 마시는 것을 말리는 아버지 '쉬렌데리안(Schlendrian)'과 커피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딸 '리스헨(Lieschen)'의 갈등을 음악 속에 담고 있다.


아버지) 만약 네가 커피를 그만두지 않으면, 결혼도 시켜 주지 않고, 옷도 사주지 않겠다!  딸) 뭐라고요? 커피만은 허락해 주세요!.........   아버지) 너의 모든 것을 압수한다. 금과 은으로 장식한 팔찌와 너의 모자들도.  딸) 알겠어요! 제발 저를 자유롭게 내버려 둬요.

노래 가사의 내용은 커피에 중독된 딸과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아버지와의 논쟁이다.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말엔 무조건 반대로 반응하는 딸. 난 단순히 커피를 반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 아닌 아버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딸의 노력으로 느껴진다. 커피 때문에 딸을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는 아버지에게 거짓으로 커피를 끓겠다고 하고 결혼을 하면 아버지의 집으로부터 벗어나 커피를 마시겠다는 딸의 말과 생각을 들으면 그녀의 첫 번째 목표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16-17세기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지속된 종교 그리고 관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라스헨이라는 한 여인의 포기할 수 없는 커피 사랑에 빗대어 표현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바흐 역시 커피 칸타타를 통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얽매고 있는 것들을(교회, 관습, 전통)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집스러운 딸 리스헨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구나 만약 네가 옳은 선택을 한다면 오! 너에게 행운이 있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음악과 가사이다. 아버지의 독배를 음악의 가사로 잘 표현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아버지와 첼로 연주자가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에게 맞서는 딸이지만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노래와 첼로 연주 소리에 담겨 있다. 첼로의 멜로디는 아버지의 베이스 보이스와 아주 어울린다. 이 장면을 듣고 있자면 왜 첼로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악기라 흔히들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첼로의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듯하다.


분당 ‘카페 뽐므드킴’


16-17세기. 사람들이 커피라는 도구를 통해 잠시 종교, 관습, 전통에 벗어나려 시도했듯이 현대의 사람들도 한잔의 커피는 복잡하고 뒤섞여있는 세상으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시간을 허락해 준다. 커피 원두를 글라이더에 가는 소리, 뜨거운 물로 커피 액을 내리는 것을 보는 신기함, 혀 가운에 전해지는 단맛, 신맛, 쓴맛은 잠시나마 복잡한 많은 것들을 잊게 해 준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아마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은 이 커피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우린 커피에 많은 중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중독은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 많은 행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 커피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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