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어본 윤이상의 음악
20대 초 처음 클래식 현대음악을 접했다. 10대 시절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기에 자연스럽게 현대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괴상한 소리를 내는 음악, 귀에 익숙한 화음이 아닌 불협화음만 나오는 음악, 흐트러진 박자(무박?) 들은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하지만, 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 그리고 흘러나오는 작곡가가 표현한 독창적인 소리 때문에 현대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쉔베르크, 리게티, 슈톡하우젠, 펜데레츠키 등.
현대 음악을 약간 접했을 즈음, 독일에서 활동했던 '윤이상'이라는 독일 국적 한국인 현대 음악 작곡가를 알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 전만 해도 클래식 현대 음악은 (어쩌면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3-40년 전 한국의 한 작곡가가 음악의 본 고장인 독일에서 세계 예비 작곡가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이름 있는 작곡가로 활동한 것이다. 또한,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그것을 기념하는 문화행사에 동양인이며 한국인 작곡가인 윤이상에게 오페라를 위촉했다는 것은 당시 독일에서 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독일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그리고 동양의 '소리'를 서양의 기법과 악기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 그리고 음악에 사람들은 신기해했고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20년 전 난 독일에서 활발히 아니 아주 유명했던 작곡가 윤이상에 대해 알고 싶어 그의 아내 '이수자' 여사가 쓴 책 "내 남편 윤이상"을 읽었다.
그녀는 작곡가 윤이상이 평생에 쓴 일기 그리고 독일
유학 시절 한국에 있는 아내 이수자 여사에게 쓴 편지를 기반으로 책을 썼다. 두 권으로 된 그의 책을 읽어보면 작곡가 윤이상이 한곡 한곡을 작곡할 때마다 어떠한 철학과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인간 윤이상으로서 아내 이수자 여사가 책에 공개한 그의 편지를 통해 아내 이수자 여사와 자녀들에 대한 애틋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 한국과 통일을 염연하고 죽기 직전까지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그의 소망함도 느낄 수 있다. 그는 큰 명성 있는 음악가였지만 책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친숙했고 인간적이었으며 평범했다.
윤이상을 넘어서.
20년에 지난 지금 나에겐 윤이상이라는 사람 그리고 그의 음악은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몇 년 전 독일에 있던 그의 유해가 한국 통영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음악을 추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뻐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한 소셜 미디어에서 3부작으로 제작된 작곡가 윤이상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 그의 음악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연주자들이 그를 추억했다. 약 세 시간의 영상 가운데 작곡가 윤이상의 곡을 많은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는 것을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그의 음악. 음악을 듣는 내내 난 깜짝 놀랐다. 20대 시절 그렇게 어렵고 오묘하게만 들렸던 그의 음악이 이젠 나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동양의 소리 그리고 '한(恨)'섞인 표현들. 시대가 지나고 세대가 변하여도 점점 한국 그리고 동양의 정서를 찾으려 시도하는 40대이기에 그의 음악에 더욱 매료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작곡가 윤이상이 4-50대에 썼던 작품(作品)은 40대이기에 고민하고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소리 하나하나 가운데 들리는 그의 이야기들. 그의 이야기가 참 반갑게 들린다. 시대가 지나고 세대가 변하였지만 정서는 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지금 난 다시 고민한다.
"난 지금 어떠한 이야기를 하며 살아야 하는가?"
누구든 이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는다면 작곡가 윤이상을 넘어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그의 음악을 다시 꺼내어 듣는다. 추억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첨부: 3부작 '윤이상을 넘어서'
https://youtu.be/3PMLDS0olxo
https://youtu.be/s4lNChqAk0Y
https://youtu.be/NxxUGOg0i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