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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Jul 17. 2022

카스트라토(castrato)

소리를 위한 종교의 민낯

영화 파리넬리 갈무리

영화 '파리넬리'. 1995년 개봉한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던 영화다. 변성기가 되기 전 '거세(去勢)'를 한 남자아이의 '카스트라토'의 삶을 그린 영화다. '카스트라토'. 이것은 남성이 여성의 소프라노 및 엘토의 음역, 즉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음악은 아름답고 신비하다. 하지만, 저돌적이며 자주 음란하다. 수많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은 영화 속 주인공 파리넬리였지만 남성의 역할을 하지 못해 작곡가였던 그의 형이 대신 잠자리에 들어간다. 음악을 통해 보이는 아름다움과 알지 못하는 인간의 추악함이 반복된다. 그리고 '카스트라토'의 삶을 보며 지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의 사회와 종교의 모습을 들어다 보게 한다.


인간이 신성하다 여기는 것이
가장 추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중세 기독교 사회(AD. 590-1571). '신' 그리고 지나친 '성서 문자 주의'시대라 말한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라는 고린도전서 14장 34절의 성경 구절로 인해 당시 여성들은 어떠한 교회 직분에 참여할 수 없었다. 교회만 그러했겠는가. 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어떠한 세계도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졌다.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교회 예전(禮典)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바로크(baroque)' 음악의 시대는 교회의 성가, 칸타타, 오페라의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활동했던 유명한 작곡가는 바흐, 헨델, 카치니 같은 인물들이었다. 작곡가인 바흐는 매주 거행되는 미사를 위해 합창곡을 작곡해야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는 음악과 관련해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혼성 4부 합창곡들이 만들어졌는데 소프라노와 알토의 소리를 내야 하는 여성들이 (감히?) 강당 앞자리 서서 노래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혼성 4부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린 남자아이를 거세시킴으로 여성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 당시 여성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그들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神)'을 기쁘게 하기 위해선 강요된 인간의 희생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한 종교적 신념 앞에 어떠한 거리낌과 죄책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에게 그 신념은 성경의 율법을 지키는 신성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종교는 누구에겐 신성할 수 있지만 누구에겐 가장 추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울게 하소서(Lasia chio pianga)


Lascia ch'io pianga(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 sorte(비참한 운명이여)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E che sospiri(나는 한탄하네)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Lascia ch'io pianga(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 sorte(비참한 운명이여)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Il duolo infranga queste ritorte(이 비탄이 내 고통의 사슬을 끊게 해 주소서) De' miei martiri sol per pietà(나의 고통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De' miei martiri sol per pietà(나의 고통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Lascia ch'io pianga(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 sorte(비참한 운명이여)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E che sospiri(나는 한탄하네)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Lascia ch'io pianga(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 sorte(비참한 운명이여) E che sospiri la libertà(나는 자유를 한탄하네)


헨델의 '울게 하소서'. 영화 파리넬리의  장면이다. 영화는  장면에서 '울게 하소서' 노래 가사와 파리넬리의 가장 아픈 시간을 절묘히 끼어놓는다. 파리넬리는  노래를 통해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치유받는다. 누구를 사랑할  없는 존재, 부와 명성의 도구,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작곡가 형의 작품들 그리고  형제들을 향한 궁정 작곡가 헨델의 무시. 하지만,  시간은 자신의 비참한 과거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다. 노래 '울게 하소서'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반성하게 한다. 그는 종교의 신념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추악한 결과물이었지만 자신의 신에게 인간과 다르게 당신은 그러한 존재가 아님을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음악인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세상 그리고 종교, 인간의 신념에 대한 어두움을 알게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종교적 신념과 이데올로기로 수많은 이들이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고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개혁가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세상은 아주 더디 변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이라도 가져본다. 어떠한 사회적 이데올로기, 종교적 신념일지라도 개인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난 알 고 있기 때문이다.



https://youtu.be/TqdFoRjL1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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