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iled Frog Syndrome
기시감.
천장을 올려다보며 큰 숨을 내뿜었는데, 낯설지가 않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있었지? 모바일 뱅킹으로 확인해보니, 오늘도 월급이 안 들어왔다. 매번 약속한 날에 월급이 입금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언제 입금되려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더는 버티긴 힘들다.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고자 결심하길 수십 번. 이번에는 진짜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천장을 보며 뿜어낸 깊은숨. 오래전 어렵게 끊은 담배가 생각난다.
몇 년 전, 같이 근무하던 점장님의 송별회의 밤. 40이 다 되어가는 점장님이 다른 도시로 발령이 났다. 이별을 나눌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그렇게 빠르게 매장을 떠나고, 새로운 점장님이 오셨다. 그리고 같이 근무하던 팀장님은 지방으로 발령 나셔서 떠났다. 어느 날 갑자기 지방으로 혹은 다른 도시로 떠나는 상사들을 보고 있으니, 그 모습이 나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저렇게 떠나겠지? 일하느라 아들의 첫걸음마를 동영상으로 봤다. 배밀이를 하는 것. 뒤집기를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못 본 채, 일만 하다가 툭 하고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망하지 않을 기업이라 버티면 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성장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도 주는 것이 기업문화라고 해서 열정을 다하여 일했다. 돈도 모으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청년이었던 날 가장으로 만들어준 곳. 그곳에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다가온 큰 충격으로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호흡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점점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위기라 생각했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나이쯤인 40대 중반, 떠밀리듯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다. 불안하다. 너무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
부자가 되고 싶다. 아니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은 없었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고민의 나날이 계속되는 어느 날. 운명처럼 인생을 뒤집을 터닝포인트가 생겼다. 이전과는 완전 다른 삶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 현실이 밀려왔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와 내 능력이 향상하려면 필요한 시간.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으면 소기업이라도 상관없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바로 내 능력을 써먹을 수 있는 작은 회사로 옮겼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소기업의 최대 복지는 월급날 월급을 주는 것.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 글은 나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며 그 여정을 함께하는 글이다. 나는 퇴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더는 내 시간을 남을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 그렇게 난 시간 독립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