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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Oct 27. 2021

망설이는 마음들

Cash Flow

하인리히의 법칙



하나의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이 전조를 과학적 방법으로 법칙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하인리히. 그의 법칙에 의하면 하나의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 29번의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운이 좋게 피한 300번의 사건이 있다. 이를 우리는 전조 혹은 불길한 기운 또는 촉이라고 한다. 이런 초감각적인 느낌은 아마 생존본능에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촉이 강하게 올 때가 있다. 거래처에서 결제 관련한 전화의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또는 어떤 프로젝트가 망했는데, 남 탓만 하는 관리자 혹은 임원들을 보고 있거나, 대표나 임원들의 차가 갑자기 좋아지거나, 이유를 모르는 무언가를 계속 사고 있는 등 어쩌면 일상일 수 있는 이런 것들이 먹구름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은 회사의 현금흐름(Cash Flow)에 영향을 주는 행동들이다. 회사의 재무제표는 특정 기준에 의하여 작성되기에 정확한 회사의 현금흐름을 반영하긴 어렵다. 이에 현금흐름표를 따로 만들어 현금흐름을 확인하기도 한다. 현금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현금은 기업 운영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체에서 혈액은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즉 세포가 살아서 일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현금은 각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의 월급을 주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현금흐름이 안 좋아지면 어딘가에서부터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그 일은 어쩌면 바람처럼 혹은 지나가는 공기처럼 발생했다. 대금결제일에 결제가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에 2~3일 정도 입금이 되었고, 출금은 결제일에 일괄적으로 된다. 그래서 결제일이 업체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결제일 전에 충분한 현금이 모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제일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미수가 1달 이상 쌓이기 시작했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자주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말이 점점 경직되기 시작한다. 결제가 잘 안 되기 시작하니 갑을의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거래처에 발주를 넣는 것이 걱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 순간이 왔다. 직원들의 월급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망설임이 생겼다. 거래처에서 올라온 결제 요청을 올리면, 내 월급이 밀리진 않을까? 이 프로젝트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면 내 급여는 밀리지 않을까? 생존본능에서 오는 촉들이 위험신호를 알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중요한 것은 회사가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다. 내가 사느냐 죽느냐다. 


당나라의 군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였다. 그런 당나라의 군대는 내부의 균열과 각종 난, 그리고 병졸들이 전쟁에 집중하지 못하고 본인의 생존에 더 집중하게 되어버리자, 그 유명한 당나라 군대가 되었다. 변방의 위협과 내부의 균열로 당나라는 멸망의 길을 걸었다. 역사상 가장 강한 나라도 이렇게 망하는데 회사라고 안 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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