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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Jun 15. 2022

컨설팅이 어려운 이유

컨설팅은 내 고집이 아니다.

현업에 있을 때 일이다.


매달 위생점검이 나오는데, 이 점검은 현직에 있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매우 높인다. 그래서 직원들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점검 중 하나이다. 점검관은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점검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한다. 이 결과는 그 매장의 전체 평가에 반영되고, 당연히 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현장 직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크다. 사정과 상황이 다른데 그것을 너무 무시한다는 악평을 자주 토로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점검받는 입장에서 점검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점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그 매장의 사정과 상황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보인다. 그래서 어디가 취약해지고, 무엇이 부족한지도 금방 파악이 된다. 고민은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체크하고 문제해결을 하게 만들 것인지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상대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같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해당 매장은 정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 인력, 자본이 필요하다. 점검의 목적은 문제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즉 지금보다 더 좋은 매장이 되어, 이익을 높여, 회사의 기여분을 올렸으면 하는 목적이 있다. 그것을 충실히 잘 따라오면 인사고과에 좋게 반영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혹은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이 사회로 나오니, 전혀 다른 구조로 펼쳐지게 된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되었든, 조직 내 위계질서가 있고, 어느 정도 업무지시로 개선을 강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따라 해결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단순한 조언자 혹은 사기꾼으로 폄하되기 쉬운 것이 컨설팅이다. 분명하게 보이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안을 제시해도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조금 해보고 효과가 없어서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즉, 이 이야기를 나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후, 태도의 변화를 주게 되었다. 의뢰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은연중 혹은 직접적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한다. 그러면 딱 그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매우 지엽적이고 일시적이라 해도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곤 나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이유는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리고 다른 문제로 지속해서 만나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본질로 접근하지 않는다. 신뢰가 생겨도 본질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본질적인 해결책을 원해도 바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에는 시간, 인력,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한다고 바로 어떠한 변화가 생기지도 않는다. 많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변화가 생기는데, 이 포인트에서 그동안 쌓아둔 많은 것이 한 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즉 의뢰인의 상황, 성향 등이 발현되어 많은 것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더욱이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과정에 디테일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본질에 접근한다.


결론적으로 컨설턴트는 조언자, 혹은 조력자이다. 이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의뢰인이다. 의뢰인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 내 고집과 지식으로만 해결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컨설턴트의 마음가짐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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