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AR 프로덕트 오너의 AR 이야기 -Niantic 8부
Ingress 이전에 Field Trip에서는 단순히 실제 랜드마크의 관광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서 관련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용되었다. 이제 Ingress를 시작으로 Niantic은 현실 공간의 랜드마크 위에 게임 오브젝트를 일관되게 배치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현실 공간의 랜드 마크는 Niantic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들에 일종의 체크 포인트로 활용될 수 있다.
Pokemon-GO를 플레이해 봤다면 몬스터볼을 추가로 획득하기 위해 주변의 포켓스탑을 찾아가 본 경험이 있을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편의점이거나 혹은 큰 건물 주변의 조형물이 랜드마크로 등록된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 포켓스탑이나 포켓몬 체육관이 위치할 수 있던 이유가 바로 Ingress의 랜드마크 포탈 시스템 덕분이다. 랜드마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Field Trip의 데이터가 Ingress의 포탈 랜드마크 시스템에 도움을 주었듯이 이제는 같은 지도 플랫폼을 공유하며 하나의 게임에서 획득한 유저의 위치 정보가 모든 게임에서 공유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Ingress를 시작으로 Niantic의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내 주변의 랜드마크 위에 뿌려진 다양한 게임 이벤트 장소들에서 증강되는 콘텐츠를 발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한 랜드마크에 도착하면 자연히 주변의 다른 랜드마크를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등 마치 관광지를 여행하듯이 지루하지 않게 밖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현실 공간을 유저가 직접 이동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웨이 포인트를 설계해 줄 필요가 있다. 목적지를 명시하지 않으면 플레이어가 어디를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너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게임 기획자는 플레이어가 목적지로 삼을 수 있으면서 게임의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들을 게임 지도 위에 정의한다.
그런데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게임의 특성상 매번 세계 지도 위에 좌표를 하나하나 입력하며 수백만 개의 체크 포인트를 조밀하게 수동 배치하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포켓몬고의 포켓스탑은 전 세계에 3백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Niantic은 Field Trip에서부터 확보된 전 세계의 랜드마크 위치에 자동으로 게임 오브젝트들을 뿌리는(매핑하는, mapping)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Ingress에서는 이 랜드마크 위치에 땅따먹기 할 포탈이 생성되었으며 Pokemon-GO에서는 랜드마크 위치에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과 포켓몬 배틀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이 자동으로 배치되었다. Peridot에는 마찬가지로 랜드마크 위치에 주변 플레이어와 교류할 수 있는 서식지라는 것이 자동으로 배치되었다.
Ingress의 포탈이 기본적으로 구글맵에 등록된 랜드마크 정보 위에 생성되었으나 랜드마크 정보를 등록한 주체는 결국 유저들이다. Field Trip에서 등록된 랜드마크 정보는 구글맵에 등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정보들은 유저들이 직접 입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2013년부터 사람들이 지도에 스스로 등록한 랜드마크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Niantic의 지도 플랫폼에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Ingress의 포탈 개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자체적으로 사람들이 직접 자기 주변에 게임 오브젝트를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Niantic이 스스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소외된 지역들, 혹은 유명한 랜드마크가 부족한 지역들, 그냥 랜드마크라고 불릴 어떤 사물이 부족한 자연환경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게임 오브젝트를 Niantic 지도에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등록된 랜드마크는 Ingress를 시작으로 Ingress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공유하고 있는 모든 Niantic 게임들에 공통적으로 업데이트된다.
특히 국내에선 한때 포켓몬고가 강원도 속초시에서 밖에 플레이되지 않았는데 보안등을 사유로 국내 지도 정보에 구글맵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언틱은 구글맵과 함께 오픈스트리트맵을 지도 플랫폼에 활용하고 있었는데 2016년 당시만 해도 오픈스트리트맵은 나이언틱에서 실험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구글맵 허가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오픈스트리트맵을 메인으로 포켓몬고 서비스를 정식 출시해야만 했다.
오픈스트리트맵의 이야기도 재밌기 때문에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자.
오픈스트리트맵, 줄여서 OSM을 우선 간단히 소개하자면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지도 정보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구글맵(2005)이 구글에서 제공하는 기업 소유의 지도 정보인 것과 다르게 오픈스트리트맵(2004)은 사람들이 직접 지도 정보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비영리 오픈소스이다. 구글맵보다 1년 앞서 공개된 OSM은 상업적이던 비상업적이던 정치적이던 정치적이지 않던 연구목적이던 재미목적이던 누구나 오픈스트리트맵에 위치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보안등의 이유로 구글이라는 외국 기업이 소유한 구글맵에 지도 정보를 반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는 다르게 누구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비영리 오픈소스 오픈스트리트맵에는 한국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도 정보를 등록해 놨기 때문에 포켓몬고에 사용될 수 있었다.
Ingress부터 Niantic은 기본적으로 구글맵을 토대로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대한민국이라는 특이한 상황을 만나 2016년 Ingress부터 먼저 OSM 체계를 메인으로 전환한다. 2015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구글맵이 표시되지 않아 Ingress를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
Ingress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긴 했으나 아직 국내에선 증강현실 게임에 대해 특히,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에 대해선 생소할 때였다. 2016년 포켓몬고가 국제적으로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자 국내에서도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출시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대한민국 때문에 OSM 체계가 Niantic에 메인으로 채택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포켓몬고의 인지도 때문에 인그레스가 제2의 포켓몬고라고 소개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2016년 당시 이미 출시되어 있던 인그레스에 먼저 OSM 체계를 적용하고 나서 국내용 포켓몬고에도 OSM 체계를 도입해 2017년 국내에서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될 수 있었다.
구글맵 대신 OSM을 선택했기 때문에 포켓몬고가 국내에서 더 흥행할 수 있었는데 아무나 손쉽게 내 집 앞에 포켓스탑을 등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OSM 오픈소스를 통해 포켓스탑을 만들고 싶은 곳을 등록하면 정말로 전 세계 포켓몬고에 이 포켓스탑이 등록된다.
물론 처음에만 유저들이 자유롭게 인그레스에 포탈을, 포켓몬고에 포켓스탑을 등록할 수 있었고 지금은 각각의 게임에서 특별한 절차를 거쳐 무분별하게 포탈과 포켓스탑이 등록되지 않도록 개편되었다. 인그레스가 국내에서 아직 정식 지도 지원을 안 하던 시기부터 국내 유저들이 OSM을 통해 포탈을 등록해 사용하고 있었다. 이때 웃긴 이름으로 등록된 포탈들이 많았는데 그게 이후 포켓몬고의 포켓스탑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다.
재밌게도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바로 편의점들이다. 국내 포켓몬고 유저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특히 세븐일레븐이 공식적인 포켓스탑이었다. 세븐일레븐에 가면 포켓몬고 공식파트너 스티커가 입구에 붙어있다.
2020년 초 세븐일레븐은 공식적으로 포켓몬고와 제휴를 맺고 세븐일레븐 전국 지점을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등록했다. 2022년에는 세븐일레븐이 한국관광공사와 협약을 맺어 세븐일레븐뿐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선정 관광지까지 포함해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개설되었다고 한다. 기업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OSM에 포켓스탑을 등록해서 증강현실 게임을 기업 및 관광 마케팅에 활용한 독특한 사례이다.
+ 포켓몬고를 핑계 삼아 경주로 국내여행을 떠났다는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173110&site=durango
세븐일레븐이 나이언틱 포켓몬고와 공식 파트너이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OSM을 통해 나이언틱 게임의 랜드마크 체크포인트로 자신을 등록해 홍보하고 있다.
Ingress에서는 이런 랜드마크 시스템으로 사람들이 서로 게임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미션 공유 콘텐츠를 제공한다. Commnunity Day를 필두로 한 여러 오프라인 이벤트의 현장 미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흥미로운 미션을 골라 개인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인그레스 미션은 랜드마크 위에 배치된 포탈들을 웨이포인트로 활용하는데 여러 개의 포탈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포탈 해킹, 포탈 캡처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미션은 실제로 인그레스 세계관에 따르는 스토리도 있고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동네 명소를 소개하기 위한 미션도 있다. 그렇게 원하는 한 가지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동네 한 바퀴를 자연스럽게 돌게 된다. 저녁 먹고 가끔 산책 코스를 인그레스 미션 코스로 짜보는데 걷기 운동에 이만한 게 없다.
각각의 미션에는 해당 미션을 시작할 첫 번째 포탈이 내 위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고 해당 미션을 완수하는데, 즉 걸어서 미션 포탈을 방문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표시가 되어 있다. 또 몇 명이나 참여했으며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후기 점수도 표시되어 있어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미션을 골라 수행할 수 있다. 마치 산에 오르기 전 여러 등산 코스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다.
이런 랜드마크 투어 시스템은 이후 나이언틱 게임들에서도 다양하게 변주되어 사용되게 되었다. 포켓몬고에서는 포켓스탑을 돌아다니거나 특정 희귀 포켓몬이 어떤 포켓스탑, 체육관 주변에 출몰했다는 이벤트로 미션이 사용되고 있다. 증강현실 펫을 키우는 Peridot에서는 펫이 근처 서식지를 방문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근처 랜드마크를 방문하게 된다.
Niantic은 유저들에게 일방적으로 증강현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증강현실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Ingress의 랜드마크 시스템을 통해 완성했다.
Niantic의 창립자 John Hanke는 사람들이 서로 바깥에서 어울려 함께 놀게 하기 위해 위치 기반의 증강현실 게임을 만든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Niantic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때문에 집 안에서만 있으면서도 소통이 단절된 자신의 자녀들과 지도를 매개체로 바깥에서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는 법이 무엇일지 John Hanke가 고민한 결과였다.
결국 Niantic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꾀하기 위해 랜드마크 정보를 활용한 게 아니었다. 스크린 속에서 대화하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서로 Commnuication 하는 Community를 구축하기 위해, Niantic이 꿈꾸는 증강현실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 랜드 마크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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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랜드 마크 시스템이 어떻게 고도화되었는지, 나이언틱의 증강현실 지도 체계, 구글 S2에 대해선 다음 스토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