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도구를 얻기 위한 여정
*삽입한 이미지의 일부는 생성형 AI를 '도구'로 제작했습니다.
도구와 돈의 관계는 정말 쉽지 않다. 좋은 도구는 값이 올라가겠지만 그 도구를 가져야 마땅한 사람은 그 값을 지불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막상 그 돈을 지불할 수 없으니 그 도구를 가질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돈이 없어 도구를 구매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보다 그 도구를 갖기에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가치와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다 어느새 그 도구에 대한 자격을 스스로 박탈해 버린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이렇게 생각해 왔다. 명제 1) 내가 도구에 걸맞은 실력을 갖게 될 땐 그 도구를 살 수 있는 재력도 자연히 따라와 있을 테니 노력하자고. 명제 2) 그리고 신규 유저를 유치하고 기존 유저가 빠져나가지 않게 온라인 게임 관리자들이 계속해서 초보자 지원 키트니 레벨업 보상이니 주는 것처럼 적당한 때에 나를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적절한 스폰서가 나타날 거라고. 그러니 적어도 내 성장에 맞는 도구의 지원이 선분(Segment)으로 단절되는 게 아니라 도구 역시 내 성장의 반직선(Ray) 상에서 앞으로 앞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그런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도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려고 정진하는 와중에도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마치 어릴 적 신발가게에 신발을 사러 가는 것과 같다. 발이 계속 자라니까 현재 발 상태에 꼭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아닌 한 두 치수 크게 신발을 샀다. 그럼에도 신발을 빨리빨리 바꿔줘야 했는데 발이 이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지금까지도 그게 몸에 익었는지 운동화를 살 때 늘 조금 더 크게 신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나는 최고의 스폰서 부모님 덕분에 다음 치수의 신발을 신기 전까지 신을 수 있는 신발을 계속 보급받을 수 있었다. 실력을 갖추려고 정진하는 동안 맨발이 아닐 수 있었고 그다음 레벨에서도 맨발이 아닐 수 있었다. 내가 더 좋은 신발에 대한 욕심을 가진 기억밖에 없지 신발이라는 도구에 어떤 선분을 긋고 특정 좌표 이상부터 포기하리라 생각한 적이 없다. 명제 1과 명제 2가 여전히 유효해 내 도구, 신발은 반직선상에 있다.
그렇게 나에겐 신발의 사이즈를 나에게 맞게 늘려가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느 날 머리를 탁 치는 그런 디자인 프로젝트를 봤다. 아프리카에서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신발 디자인이었는데 사이즈 가변형이었다. 나처럼 발이 자랄 때마다 그에 맞는 신발로 바꿀 형편이 되지 않다 보니 그냥 맨발로 다니거나 신발을 뚫어버리고 다닌다더라. 이들에게 신발은 필수재가 아니게 되어버린 것. 어차피 구매할 수 없으니 신발이라는 도구를 포기하고 맨발로 다녀버린 것이다. 아마도 신발을 구매하지 못한다고 비관하기보다는 맨발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그런 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게 긍정적인 생존에 유리했을 것 같다. 그런 이들을 위해 신발 하나의 사이즈를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이었다. 어쨌든 이미 그러한 사례에서 나의 1번과 2번의 명제가 와장창 깨져버리더라.
조금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 명제의 대전제는 인간의 욕심은 반직선(Ray)이며 그래서 성장도 반직선이며 그것에 부응하는 도구를 얻기 위한 돈과 조건도 자연스레 반직선상에 있다는 것. 어느 단계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가 눈에 보이고 그리고 그 욕심의 반직선 흐름에 역류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에 대한 값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가변형 신발 디자인이 나온 배경을 보니 어떤 이들에겐 이 도구 반직선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선분(Segment)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The habit of buying shoes that are slightly bigger due to continuous growth, created by MixerBot image gen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