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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May 24. 2024

Perfect Night_2편

1. ‘24.3.27일 : 뜻 밖에 벌어진 그 일

1. ‘24.3.27일 : 뜻 밖에 벌어진 그 일

공개수업 날 만큼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자신을 뽐 내는 날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10분 일찍 하린이를 깨워 다이슨 스타일러로 이쁘게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이 날 만큼은 평소보다 이쁘게 보여야 하니 머리띠도 차분하면서 이쁘게 보이는걸로 준비했다. 엄마들은 분명 더 많은걸 꾸밀거다. 하지만 오후 반차를 내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꾸미고 출근할 시간이 없어, 몇 년전 생일 선물로 남편이 사준 루이비통 클러치백 하나만 들고 나와야 했다.

“엄마! 오늘 늦지말고 와!”

그 날 만큼은 하린이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공식적으로 모일 수 있는 자리였다.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아 오늘 만큼은 꼭 학부모 모임에 꼭 함께해야 했다.

“하린아. 혹시 꼭 친해지고 싶은 아이 있어?”

“글쎄? 세아도 같은 반이고, 윤아도 같은 반이고... 혜인이랑 시연이도 같은 반이라서... 친한 친구들이 다 같은 반이라서 딱히 친해지고 싶은 아이는 없는거 같아.”

우연이었을까? 4학년에 진학하면서 하린이는 평소 친했던 친구들과 다 같이 같은 반이 되었다 하니 너무나 행복해했다. 마침 3학년 담인 선생님인 안승준 선생님 덕분이었을까? 평소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3학년 말부터 용기를 가지고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물론 하린이와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이긴 했지만 항상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서 다행이었다.

“오늘 엄마들하고 점심 약속 있어.”

“누구 엄마?”

“우선 세아 엄마하고 윤아 엄마하고 같이 브런치 먹기로 했어.”

넥타이를 매던 하린 아빠는 “오늘은 일 마무리 해야 해서 좀 늦을 수 있어.” 라고 이야길 하며 출근 준비를 마무리 한다. “아빠. 늦더라도 오늘은 술 마시지 마.” 라고 이야기 하며 일상적인 대화로 마무리 하며 출근과 등교를 한다. 학교까지 약 15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아침 잠이 많은 하린이는 엄마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학교를 간다. 보통 8시 쯤 도착을 하면 엄마가 내 준 수학 숙제를 하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준비한다. 오늘 만큼은 다른 친구 엄마들이 다 오는 날이다. 마침 엄마는 수업이 끝나고 세아, 윤아와 함께 놀이터에 놀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터였다.

하린 엄마는 오전에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급하게 차를 운전해 학교로 갔다. 점심 약속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세아 엄마, 윤아엄마와 함께 급하게 브런치를 먹고 학교로 방문했다. 이 날 만큼 하린이는 검정색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이번 건 어려운게 아니에요. 한 사람씩 차례로 읽어보세요.”

담인 선생님은 국어 공개수업 컨텐츠로 차례로 책을 읽는 것을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1분단 맨 앞에 앉아 있던 하린이가 제일 먼저 이야기 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평소 책을 읽는걸 좋아했던 하린이라 그랬는지 너무 쉽게 읽었다. 아니 오히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숙제를 미루곤 했던 아이였던지라 엄마에게 종종 혼나곤 했다. 아무래도 사립 초등학교라서 그랬던가? 아이들은 쉽게 자기가 맡은 부분을 읽었다. 또박 또박 읽는 모습이 참 똘똘하게 보이던 터 였다. 그러다 한 아이 순서가 왔다. 곱슬 머리에 혼자만 체육복을 입은 남자아이였던지라 혼자만 튀는 아이였다.

“그... 런... 데... 저기... 저...”

혼자만 말을 더듬으며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였다. 선생님은 웃으며 이야길 한다.

“우리 찬형이가 엄마가 와서 긴장했나 보네요. 이번엔 넘어가고 다음에 더 잘하자.”

차례로 책을 읽은 뒤 선생님은 분필로 크게 글씨를 쓴다.

우리 엄마.

“지난주에 선생님이 숙제를 낸거 기억하죠?”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네!”라고 대답을 한다.

“네. 맞아요. 지난주에 낸 숙제는 오늘 부모님들을 모시고 공개수업이 있는 날 발표를 하려고 준비를 한 거에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우리 엄마의 멋진 모습을 한번 씩씩하게 이야기 해 볼까요? 이번에도 하린이부터 시작하자.”

하린이는 책상위에 올려 놓은 숙제를 들고 글을 읽기 시작한다.

“우리 엄마는 내가 아플 때 마다 늘 간호해 주신다. 내 동생이 아플 때도 간호해 주신다. 우리 엄마는 우리집에서 가족들이 아플 때 마다 늘 간호를 해 주신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다른 아픈 사람들을 간호 해 주신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 하신다...”

하린 엄마는 언제 이런 글을 썼는지 놀랐다. 갑작스런 발표에 놀란 하린 엄마는 핸드폰을 꺼내 하린이가 하는 발표를 동영상으로 담았다. 다부지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하린 아빠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하린이도 어느때 부터인가 종종 글을 쓰곤 했다. 그리고 엄마 몰래 이렇게 깜짝 놀랄 글을 쓴 거다. 그 뒤 다른 아이들이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만든 음식은 최악이다.”

한 아이가 발표를 했을 때 학부모들은 모두 까무러치게 웃었다. 아이들은 재치있게 재밌는 글을 쓰며 이야길 했다. 그러다 찬형이 차례가 왔다. 찬형이는 자리에 일어났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찬형아. 혹시 숙제를 하지 않았나요?”

찬형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한 숨을 쉬며 찬형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숙제를 안 했으면, 혹시 엄마에 대해 생각나는 거 이야기 할 수 있나요?”

찬형이는 선생님을 바라보더니 “아니요.” 라고 이야기 했다. 선생님은 그럼 다음 아이로 넘어가자 이야길 했다.

약 40분 정도 수업이 끝나고, 하린이는 세아와 윤아와 함께 왔다. 원래는 하린이 집에서 함께 놀기로 약속한 터 였다. 하지만 하린이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엄마한테 이야기 한다.

“엄마. 집 말고 밖에 마로니에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면 안되?”

세아와 윤아도 각자 엄마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알았어. 대신에 엄마 좌담회 끝나고 전화하면 꼭 받어. 이따가 4시에 학원 가야 하는거 알고 있지?”

“응. 알고 있어.”

하린이와 세아 그리고 윤아는 재잘거리며 다시 자기자리로 간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게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평소에는 학원 때문에 쉽게 놀지 못했는데 이 날은 학부모 좌담회가 있는 관계로 평소보다 일찍 학교 수업을 마친 터 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잠시 엄마들 품에서 멀어져 놀이터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종료 후, 2시부터 좌담회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선생님의 빠른 종례 후 아이들은 가방을 매고 재잘 거리며 이동한다. 하린이와 세아 그리고 윤아는 놀이터에서 노는게 신났는지 “엄마 이따가 봐!” 라고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5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좌담회가 시작되었다. 학교 운영 방침과 교육 방침에 대해 담임 선생님은 설명을 했다. 그리고 엄마들은 각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그리고 약 1시간 정도 지난 시각이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하린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하린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 마침 세아 엄마가 하린 엄마에게 다가온다.

“언니. 큰일 났어. 하린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봐.”

“무슨 일?”

하린 엄마는 깜짝 놀라 세아 엄마에게 이야기 한다.

“글세. 찬형 엄마가 하린이 한테 막 소리지르고 화를 냈나봐. 빨리 가봐야 할거 같아.”

하린 엄마는 머릿속에 무언가를 맞은 느낌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하린이한테 가야 했다. 세아 엄마는 딸 세아와 통화를 하며 하린이가 지금 어디있는지 확인했다. 하린이와 세아 그리고 윤아는 마로니에 공원 바로 옆 벤치에 숨어 있다고 했다. 하린 엄마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녹음기를 켜고 하린이에게 다가갔다. 하린이 옆에는 세아와 윤아가 있었다. 그리고 하린이는 얼굴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상태로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린아! 무슨 일이야?”

하린이 옆에 다가간 하린 엄마는 하린이에게 말을 걸었지만 하린이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아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고 있었다.

“세아야. 히린이 한테 무슨 일 있었어?”

“이모. 글쎄. 찬형이 엄마가 하린이 한테 오더니, 하린이가 잡기 놀이를 하다가 찬형이 팔을 잡아 당겼다 그러면서 막 소리를 쳤어요.”

평소 잡기 놀이나 몸으로 하는 놀이를 하지 않던 아이가 잡기 놀이를 하다가 팔을 잡았다는 이야기 자체가 하린 엄마는 믿기지 않았다. 숨바꼭질도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말이다.

“하린아! 진짜 찬형이 팔을 잡아 당겼어?”

하린이는 울먹 거리며 이야기 한다.

“엄마 잘 모르겠어...”

세아 엄마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 3월 22일에 있었던 그 일이었던 모양이다.

“언니. 혹시 그 일 아닐까? 3월 22일 점심시간에 애들이랑 찬형이가 잡기 놀이를 했다는거 같은데.”

세아도 문득 기억이 났는지 하린 엄마를 바라보며 “맞아요. 이모. 3월 22일에 애들이 찬형이랑 잡기 놀이 했는데, 애들이 심하게 해서 멍이 들었다고 했어요.”

“3월 22일? 하린아 그 날 찬형이랑 잡기 놀이 했어?”

잠시 울음을 멈춘 하린이는 엄마한테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정확히 그 날이 무슨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점심 식단을 확인하면 기억이 날 것 같았다.

“아이스망고 먹은 날... 맞아... 그 날은 세아랑 같이 댄스 연습 했어.”

하린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아에게 물어본다.

“세아야. 그 날 하린이랑 댄스 연습 했니?”

“네. 이모. 그 날 하린이랑 같이 댄스 연습 했어요.”

하린 엄마는 다시 세아에게 재차 묻는다. “혹시 그날 댄스 연습 하기 전에 찬형이나 혹은 다른 아이들이랑 뛰어 논 적은 없고? 점심 시간 아니라도..”

“없어요. 이모.”

하린 엄마는 놀이터 쪽 찬형 엄마를 바라본다. 초 봄이지만 갈색 모직 코트에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온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워서 멀리서도 눈에 띄곤 했다. 마침 찬형 엄마는 놀이터 미끄럼틀 앞에 남자아이들 무리가 모여있는 곳에서 아이들과 이야기 중이었다.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찬형이는 경찰 옷으로 갈아 입었고, 민홍이와 재하 그리고 2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시영이가 눈에 띄었다. 하린 엄마는 찬형 엄마에게 다가 간다. 찬형 엄마 옆에는 누군지 모를 다른 엄마도 같이 있었다.

“혹시 찬형이 엄마 되시죠?”

“네. 그런데요?”

“찬형이 엄마가 오해 하신 듯 한데, 하린이는 그 날 찬형이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짜고짜 아이에게 왜 팔을 잡았냐고 그러고 화를 내시면 안되죠.”

찬형 엄마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뒤 시퍼런 멍이 든 사진을 보여준다.

“아줌마. 이거 안 보여요? 우리 애가 이만큼 다쳤어요. 그런데 제가 가만 있을거 같아요?”

하린 엄마는 시퍼런 멍이 든 사진을 바라았다. 크게 멍이 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유심히 바라본뒤 이야길 한다.

“아이가 다친건 아쉬운 일이지만, 하린이와는 상관 없는 일이에요.”

“그럼 우리 애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에요?”

하린 엄마와 찬형 엄마는 약 5분 정도 언쟁을 하였다. 그리고 그 언쟁 끝에 하린 엄마는 “무슨 이유로 하린이가 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를 했고, 찬형 엄마는 “찬형이가 그랬다면 그런거에요!” 라고 이야길 했다. 도저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생각했는지 여기서 멈춰야 겠단 생각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하린 엄마는 하린이에게 갔다. 하린이는 울음을 진정했다. 세아 엄마가 옆에서 봐주고 있어 좀 안정된 모양이었다.

하린이를 달랜 후 학원으로 보냈다. 오늘도 학원 일정이 여유롭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하린이의 동생인 서린이 유치원으로 픽업을 하러 가며 남편에게 전화했다.

“오늘 하린이가 찬형이 엄마랑 일이 있었어.”

“무슨일인데?”

하린 아빠는 일하다 급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찬형이가 잡기 놀이를 하다 누군가 팔을 잡은 사실이 있었단 이야기를 했다. 하린 아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린이가 연루된 일인지 물었다. 다행히 하린이는 연루되지 않았다 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찬형 엄마가 하린이에게 했던 일이 설명했다. 하린이 앞에 찬형이 팔을 잡았는지 이야기를 하며, 경찰서에 대려가겠다 하고 강압적인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거 아동학대 아니야? 내가 볼땐 신고해야 할꺼 같은데?”

하지만 하린 엄마는 좋게 해결하고 싶었다. 어차피 다 같은 반이고, 찬형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고소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린 아빠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하린 아빠는 고소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이야길 했지만, 하린 엄마는 하린이가 전혀 연관된 일이 아니니 별 문제 없을거라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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