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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꽃놀이 보다 더 한 행복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주말이 되면 외출과 집콕의 기로에 놓인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자니 챙길것도 산더미요, 내가 놀러 나온 건지 고생하러 나온 건지 경계가 불문명하기 때문이고. 집에 있자니 맨날 똑같은 장난감도 질리고 나만 빼고 다들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걸 먹는 것 같은 이상한 패배감에 휩싸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할 고생, 콧바람이나 쐬자.” 나는 보통 이렇게 생각하며 외출을 선택하곤 한다. 

날씨가 좋은 봄이면, 사실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고 밖으로 나선다. 일년에 한 번만 즐길 수 있는 벚꽃동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 4월의 축복이다.


아기가 두돌이 가까워오니, 챙길 짐의 양이 확 줄었다. 분유는 안챙겨도 되고 어른밥도 얼추 같이 먹을 수 있다. 우유보다 밥을 더 먹으니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둥이들과 함께하는 두번째 봄(첫째와는 벌써 7번째)을 맞이하러 나간다.


사람이 아주 많고 정신이 없지만 그 이상으로 꽃은 아름답다. 오랜 시간을 걷고, 징징대는 아이를 계속 안아 올리고 해도 그 이상으로 바람은 좋다. 집에 오자마자 온몸에 근육통이 오지만 찬찬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둘러보니 이렇게 예쁜 아이들의 엄마임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안 좋은 말은 모터가 달리고 좋은 말은 발도 없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어디서 들어본 말 같기도..). 뉴스, 유튜브, 회사에서의 온갖 소문 등,, 부정적인 말들이 퍼져 나가는 속도에 좋은 말, 행복했던 순간들은 서 있을 자리조차 없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분명히 힘들지만, 그 이상의 행복이 있다는 것. 아이를 낳고, 힘듦을 겪으면서도 또 낳는 사람들의 지능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는 걸 여기저기 얘기하고 싶지만, 행복은 내 안에서만 맴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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