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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Jun 09. 2022

030 악어와 악어새

(2009년 09월 18일 칼럼 기고분)

사람들은 어렵게 모은 종자돈으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업종을 선택하고 입지조건을 따져 어디에 개업을 할지도 선택합니다. 

그런데 막상 장사를 시작하자니 자본금도 문제이지만 영업경험이나 기술력이 빈약하고, 인지도가 떨어져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쌓여갑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례1] 김씨는 2006년 7월 1일부터 ‘A치킨’ 체인본부와 가맹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다가, 2009년 6월경 해외이민계획으로 가맹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김씨는 가맹점 양도사실을 A업체에 통보하였더니, A업체는 양수인이 신규 가맹점과 동일하게 거액의 가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여 결국 양수인이 계약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사례2] 이씨는 2006년 7월 1일 ‘B피자’ 체인본부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가맹점을 운영중이었습니다. 그러던 2009년 6월 B업체는 가맹사업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갑자기 인테리어공사를 요구했고, 이에 따른 비용을 모두 이씨가 부담하도록 하여 이씨는 예상치 못한 거액의 인테리어공사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례3] 박씨는 2006년 7월 1일 ‘C감자탕’ 체인본부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박씨는 C업체의 직원에게 가맹점계약이 종료된 다음에 자신이 직접 식당을 차려도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2009년 6월이 되어 가맹점계약을 해지한 다음 직원의 답변을 믿고 자신의 이름을 건 뼈다귀해장국집을 오픈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C업체는 계약서상 유사영업도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서 해장국집 개업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약관규제법


위 사례들에서 문제가 된 것은 김씨, 이씨, 박씨에게 불리하게 약정된 ‘계약서 문구’였습니다. 계약서대로라면, 김씨의 양수인은 가맹금을 내야하고, 이씨는 인테리어공사비를 부담해야하며, 박씨는 해장국집을 개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공정거래위원회는 18개 외식업체의 가맹계약서 중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약관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즉, 가맹본부가 자신에게는 유리하고, 가맹점주에게는 현저히 불리하게 작성해 놓고 가맹점주들에게 제시한 계약(약관)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에 따라 무효가 되어 해당내용이 계약사항에서 제외되는데, 공정거래위원회측에서 당해 약관을 무효화하기 전에 해당업체들로 하여금 시정하도록 조치한 것입니다. 



가맹사업법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꼭 알아야 할 법이 있습니다. 약관규제법 말고도 가맹본부의 횡포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따로 있는데, 바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입니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의 가맹본부인 경우, ① 가맹희망자등에게 가맹본부의 영업상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한편, 허위·과장된 정보제공시 처벌받게 되며, ② 가맹금을 받으면 임의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예치하던지, 가맹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가맹점주 등이 가맹금반환을 요구할 경우 일정요건에 해당하면 1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가맹본부는 ①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상품공급이나 영업의 지원 등을 부당하게 중단 하거나 거절하는 행위, ② 판매가격을 정하여 강요하거나, 입지선정․인테리어 등을 자신이 지정한 자와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③ 필요이상의 원재료 등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판매목표를 정하여 강제하는 행위, 부당한 경영간섭, ④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악어와 악어새


무시무시한 악어의 입속으로 한 마리 새가 유유히 들어가 이빨사이를 쪼아댑니다. 긴장감이 도는 순간, 악어는 배가 고프다고 자신의 입속에 들어온 악어새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소소한 욕심이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상생을 위한 절묘한 타협점을 ‘악어와 악어새’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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