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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Jun 09. 2022

029 노동의 종말

(2010년 8월 30일 칼럼 기고분)

우리에게 일은 중요합니다.

직장은 자아실현의 장이 될 수 있고, 경제적 생활의 기초가 됩니다.

특히, 산업화는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일자리를 공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첨단기술의 발전과 국제화, 정보화는 결국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실업사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 말하며 '고용없는 성장'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미국인의 일자리를 임금이 싼 중국인들이 빼앗아가고,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아가는 상황이니 결국 산업사회에서 말하는 노동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지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문제가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과도기에서 기업들은 경기변동과 회사사정에 따라 고용과 해고를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고용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고, 근로자들은 해고의 위험없는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사간의 입장차이로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 시간제근로자, 계약직·촉탁직 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다양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나타나게 되었으며, 노동계에선 경제활동가능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800만명(임시, 일용직 포함)이 비정규직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은 현대사회에서 일상화되며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 속에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1998. 7. 1. 시행),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2007. 7. 1. 시행, 소위 ‘비정규직법’) 등이 제정․시행되었지만, 법 내용의 비현실성으로 인해 원래의 비정규직 보호 취지는 사라지고,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외주용역업체 직원으로 바꾸는 편법 등을 이용하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가 현실적으로 노정된 사건이 바로 ‘KTX 여승무원 파동’이었습니다.


KTX 승무원들은 지난 2004. 1.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에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됐지만, 철도유통이 2005. 11. 노조간부 승무정지 및 선별 재계약 방침을 통보한 데 반발해 2006. 3. '철도공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장기 농성을 벌여왔습니다. 당시 노동부에서는 인사노무관리의 독립성,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철도공사의 KTX 승무원 업무는 적법도급'이라 판단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종전 승무원들이 제기한 가처분소송(2008. 12. 2. 승소)에서와 같은 이유로 지난 8. 26.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오랜 싸움에서 이긴 승무원들의 눈물이 매스컴을 통해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고된 여승무원들이 담당했던 KTX 승객 서비스 업무에 대해, 한국철도유통은 형식적으로 철도공사와 맺은 위탁 협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외양을 갖췄지만, 사업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노무대행 기관의 구실을 했을 뿐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철도공사 소속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서 기업체의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의 관행에 대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그러나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1다78316 판결).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이전하면서 노동법은 대전환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란 것도 이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종래의 종신고용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간접고용․시간제고용을 넘어 원격근로제도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KTX 승무원 판결은 분명 의미있는 사건이라 할 것이지만, 장차 일자리창출과 일자리안정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갈 길이 한참 남은 것 같습니다.  



<노동의 종말>을 고했던 리프킨은 어떤 해법을 생각했을까요?


화석연료의 고갈로 장차 새로운 에너지체계가 잡히면서 이에 따른 고용창출이 가능하고, 건강․교육․연구․예술․스포츠․여가활동․종교․사회참여 활동 등 ‘제3 부문’이 활성화됨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다만, 인간이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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