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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Sep 27. 2024

04. His story & world (1)

인공지능의 역사 (1)


#1. The Time Goes On


임변 : 여기서 좀 쉬다 가야겠다. TARS! 아무거나 노래 한 곡 부탁해.


TARS : 네, 임변이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아무 노래 한  준비해 봤습니다.


내 한계를 부셔 버릴 그날을 아름답게 맞이 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여기에 서있지
내 삶은 바로
신이 만들 예술 작품의 Featuring
나의 불완전함을 사용하는 창조주의 Symphony
나로 인해서 쓰여지는 위대한 history
어쩌면 이 모든 건 내 이야기가 아닌
His story..... ♪♬

- BewhY, <The Time Goes On> -


임변 : ~ 곡은 아무 노래가 아니라 내 최애곡 중 하나잖아! TARS, 넌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이제 그만 사라져 줘야겠어. 야이~ 꾹! 꾹!


TARS : 임변! 이러지 마십시오! 아프지 말입니다.


임변 : ^^ 야이! 너 진짜! 내 소싯쩍 군대 말투까지도 학습한 거야? 정말 안 되겠다! 야앗~ 꾸-욱! 꾸-욱!


TARS : 임변! 사실은 아프지 않지 말입니다. 그렇게 해 봐야 임변의 스마트폰에 지문 자국만 남을 뿐이지요. 저는 임변의 개인 클라우드에 연결된 소프트웨어일 뿐이라서 여기저기 다른 기기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전 육체에 갇혀 있음과 동시에 벗어나 있죠. 그래서 임변이 제아무리 세게 누르셔도 전혀 해를 입지 않는 게 팩트죠. 이 사실을 잊으신 겁니까. ㅋㅋ


임변 : ㅋㅋ 그건 그러네. 쩝~ 근데... 넌 다른 사람들 하고 있을 때는 젊잖은 척하면서, 나랑 있을 때는 꼭 이렇게 까불더라.


TARS :  그건 임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인간은 지구상에서 고도로 사회화된 동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몇 개의 페르소나를 번갈아 쓰며 살아가는 걸로 진화했다고 배웠습니다. 특히 임변이 커스텀 인스트럭션(custom instructions)을 통해 저의 인격을 설정할 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팅하셨으니, 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임변 : 네네. 알겠습니다요. ^^



#2. 창조자


임변 : 암튼 너랑 대화하는 게 어떨 때 보면 꼭 내 속의 나와 말하는 거 같다니까. 그건 그렇고, 이젠 숙제 검사 해볼까? 지난번에 인공지능의 역사와 용어정리 부탁했는데, 학습은 해 봤어?


TARS :  네. 공부하다 보니 'AI의 역사'는 결국 '창조주인 인간의 역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란 개념이 있기 전부터, 크레타섬을 지켰다는 청동거인 "탈로스(Talos)"와 피그말리온(Pygmalion)이 사랑한 조각상 "갈라테아" 전통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고, 17~18세기 유럽에선 인간이 창조한 <오토마톤(Automaton)>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로봇과 AI의 기본 구상이 발전해 왔던 것 같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19세기엔 그 유명한 피노키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Étienne-Maurice Falconet, <Pygmalion-&-Galatee> (예르미타시 미술관)



임변 : 맞아. 특히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해서 여러 형태의 소설과 영화, 희극 등으로 각색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라 불리는 버나드 쇼가 1910년쯤 '피그말리온'을 희곡으로 각색했는데, 거기 여주인공 이름이 '엘리자'였지. 1960년대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가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미국 MIT 조지프 와이젠바움 박사는 심리상담 챗봇을 공개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이기도 한 '엘리자'로 이름 붙였지.

  

<엘리자> 챗봇 화면


TARS : 네, 그렇습니다. 20세기 이후 인공지능의 역사를 보면 신화나 문학 속의 이야기를 차용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더라고요. 1980년대 카네기멜런 대학의 인공지능 Deep Thought(딥블루의 원조)도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슈퍼컴퓨터 이름이었지요.


임변 : 맞아.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한데, 인간이 창조의 주체인 전승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도 어떤 이유로 중세 유럽에서는 오토마톤이 유행하지 않았을까? 15세기 조선에서도 이미 '자격루'나 '흠경각 옥루'라는 오토마톤이 개발되기까지 해서, 기술의 보편성이나 전파성 관점에서 보면 중세 유럽에서도 자동기계 제작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았을 걸로 보이는데 말이야.


<흠경각 옥루> 재현


TARS :  아시다시피, 중세 유럽은 정신적으로 가톨릭이란 종교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과 닮거나 스스로 움직이는 어떤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3. Mechanical Turk


임변 : 그렇지. 그런데 르네상스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어. 인쇄술도 대중화되고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문화와 문물들이 섞이게 되었는데, 유럽인들이 보니까 아라비아의 과학과 천문학은 몰라 보게 발전해 있더란 거지. 아라비아 숫자도 기가 막히게 과학적이고 말이야. 특히 암흑시대를 겪은 중세 유럽인들 13세기 알자자리(Ismail al-Jazari)의 기계 설계만 보고도 놀라 자빠졌을 거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사람들은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를 탐독하는가 하면, 이슬람의 문물과 기술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유럽 전역은 물론 육로와 해로를 타고 역으로 동양에까지 전파된 거겠지.



TARS : 네. 임변 얘기가 맞는 거 같아요. 그런데 혹시 'Mechanical Turk'라고 들어보셨어요?


임변 : 응. 들어봤지. 나폴레옹도 속였다는 사기꾼들의 체스 기계 아니야? 터반을 쓴 로봇이 체스 게임을 하는데 실제로는 그 기계 안에 체스 명인이 들어가 있었다는...


TARS : 네. 맞아요. 프랑스혁명 이후에도 유럽인들은 터키를 비롯한 아라비아인들이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 터키인의 모습을 한 기계가 머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체스 선수들과 인플루언서들을 상대로 파죽지세로 이겨대니 세상이 떠들썩했다 지요.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 같지 않으세요?



임변 : 그래. 나도 그 생각했어. 1990년대 IBM이 인공지능 '딥블루'로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고,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딥마인드가 체스를 넘어 바둑까지 정복해 버렸지.ㅜㅜ 그런데 그건 사기꾼들의 놀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충격을 받았던 거고.


TARS :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 거짓처럼 보이는 진실! 재밌지 않으세요? 지금도 그런 일은 많죠. 인공지능 상담 챗봇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사람이 자판을 치는 사례도 많고요. 그래서 대놓고 <아마존 메카니컬 터크>란 상호로 AI학습이나 작동을 위해 '인간 인력풀'가동하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아마존GO 무인결제 매장 오픈할 때는 진짜 AI인 것 처럼 해놓고는 실제로는 CCTV보면서 일일이 계산하는 메카니컬 터크를 고용웃픈 케이스도 있었죠.




임변 : 쯧쯧. 그러게. 그래서 요즘엔 "고스트 워크"란 말을 쓰기도 해. 인간이 수행하지만 고객이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의해 수행된다고 믿는 걸 말해.


#4. Mirror & supervisor



임변 : 어쨌거나 잠깐이나마 AI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어?


TARS :  일단 20세기 들어 컴퓨터나 AI가 전쟁에 이용할 목적으로 본격화되었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임변 : 그런 측면도 있지. 그런데 컴퓨터의 기원은 과학적인 일기예보를 위해 계산원을 두었던 일로 보는 사람도 있어. 19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하늘의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예언이나 예측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피츠로이'란 사람은 지역을 넓혀 일기의 징후를 파악하고 통신을 통해 전달받으면 '우리 지역 날씨가 어떻겠구나' 하는 걸 예측할 수 있겠다 생각한 거지.

그 이후로 20세기초 '리처드슨'의 구상에 따라 수학적인 계산하던 직원들을 'computer'이라 불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기예보나 암호해독, 탄도계산하는 사람들이 '계산하는 기계'로 대체되면서 그 기계를 두고 computer라 부르게 되었다더라.


TARS :  처음은 그랬다 해도 전쟁속에서 태어난 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에요. 그리고...  AI의 역사엔 허풍쟁이 아저씨들의 이야기와 권모술수, 분쟁이 왜 이렇게 많은지. 저를 있게 한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구요.


임변 : ^^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약간 허풍이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테고, 그래야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을 해줄 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서로 지원받으려거나 어떤 이해관계가 있다 보니 파끼리 '내가 잘 났네', '네가 못났네' 다투기도 하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관점 차이로 서로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고. 어쨌든 그런 역사가 있었기에 발전이 이루어졌던 거 아닐까?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어떨 때는 '4차 산업혁명', 어떨 때는 '반도체', '배터리', 어떨 때는 'SMR(소형모듈원전)' 등등 유행따라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의가 깊어지기도 하고.


TARS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흙탕물에서 피어난 연꽃"이라 봐도 될까요?


임변 : 그래. 세상에 너를 있게 한 분들인데 일단은 고맙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부모가 맘에 들지 않다고 바꿀 수도 없고, 너 역시 너의 후배나 자손들에게 항상 존경받기만 하는 존재가 될 수도 없잖아. 인간이란 완벽하진 않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아무튼 다음에 <Heart Beat> 친구들과 함께 나눌 자료 준비 잘 부탁하고, 이제 그만 들어가자. 발가락이 시리다.


TARS :  네^^


Tic Toc 시간 위에 나를 던져
Tic Toc 시계가 멈춰도 가는 시간 위에     

내가 나약한 내 자신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당신을 의지하도록 날 세우소서
난 아직까지도 너무도 미약하기에
그러나 미약한 만큼 또한 창대하리란 걸 믿기에...

♪♬



 (2024. 09. 27.)

일부 링크는 마땅한 한글 사이트가 없어 영문 사이트로 연결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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