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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 비비안 Dec 26. 2022

잘 쉬는 방법

워낙 성격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지라 하루종일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게 습관이었던 나는 얼마 전 몸이 안 좋아 연말에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해서 써버렸다. 올 한 해도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연말에 제품 촬영이며, 홈페이지 개편이며 정신없이 달렸더니 몸은 딱 기절할 것처럼 굳고 마사지를 받아서는 해결될 조짐이 아니었다. 주말 포함해서 6일 정도를 쉬었더니 정말 살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리프레쉬가 되는 느낌이었다. 건강한 쉼이 이런 것이란 걸 깨닫는 순간 6일 동안 몸이 받아들인 편안함을 원래 패턴대로 뒤집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6일 동안 쉬면서 평소에는 잘 보지 않았던 드라마 몰아보기도 하고, 보지 못했던 영화도 몇 편 보고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들도 마음 편하게 먹었다. 그리고 새벽 기상이 아닌 자고 싶은 만큼 푹 잤다. 피부는 탱글탱글 뱃살도 탱글탱글 올라오며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평소 입었던 치마허리가 타이트해졌고, 아침 6시 기상이 너무 괴롭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6시에 기계처럼 일어나 편집일을 하고 나서 칼같이 출근하고 퇴근하자마자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50분-1시간 운동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육아 모드로 진입해서 파이팅 있게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가 침대에 곯아떨어지면 나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거나 생산 활동을 했던 패턴이 하루 일과였다. 다시 출근을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에 잡아뒀던 습관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이 세상 어려웠다. 이미 내 몸은 저녁이 되자 안마의자에 몸을 뉘이고 리모컨에 손을 대고 있었다. 넷플릭스를 돌리고 돌려도 볼 게 없어도 티브이 앞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몸이 힘들어 쉰 것이지만 너무 나 자신을 놓아버리니 원래 패턴대로 돌려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나 자신과 타협이 안 됐다. 자꾸만 편한 게 좋은 거지 하며 나태지옥으로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내가 그걸 좋아하면 문제가 아닌데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거의 2주째 이렇게 하릴없이 보내는 날이 반복되니 잠자리에 들 때도 기분이 영 찝찌름했다.


습관은 3 정도 반복적으로 의식적으로 '실행' 해주면 (, 하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하면) 4일째부터는  행동들을 하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불편한 상황이 된다. 어떤 것을 목표로 했다면 습관으로 만들어버리면 뇌가 굳이 에너지를 발동해서 그걸 하도록 지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그걸 해버리게 하는 것이다. 만약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면 된다. 인스턴트와 단음식을 좋아하는 습관을 잘라내는  어렵지만 사실 3 동안 건강한  먹다 보면 뇌는 어째서인지 습관에 맞춰 이전에 먹었던 자극적인 음식들이 끌리지 않게 만든다. 습관을 잘 만들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 갈수 있다.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20분 스트레칭 40분 걷기를 완료했다. 그리고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고 재운 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이런 패턴을 내일까지 하면 3일째가 되고 이러한 패턴들이 습관으로 정착될 거란 걸 안다. 다만, 이번일로 내가 깨달은 건 몸이 사달이 날 정도로 무리할 필요도 없고, 간간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요령껏 틈틈이 나 자신을 리프레쉬를 해줘야 한다는 거다. 놀 땐 간간히 음악도 듣고 짧은 유튜브나 보면서 쉬게 해 줘야 내가 만들어둔 습관들을 무너지지 않게 한다는 거다. 쉼과 달림은 공존해야 오래갈 수 있고 내가 어떤 쉼에 영혼까지 달래져 에너지가 차오르는지에 대한 것도 스스로 깨달아야 잘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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