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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짜이 Aug 17. 2022

마침내, 운동할 결심

정형외과 도수치료기

 소일거리만 하면서 쉬고 있었던 올 해. 이 많이 아팠다. 코로나 19에 걸렸다가 회복되면서 전부터 좋지 않았던 곳이 하나씩 제대로 고장이 난 것 같았다. 갑자기 수술도 하고 앓아누워보내는 무기력한 날들이 많아지니까 영혼도 자꾸만 나락으로, 저 먼 우주로, 인버전 된 세상으로 가버리곤 했다. 아름다운 문장과 멜로디, 영상과 대사에 쉽게 미혹되고 그것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고 이명, 두통에 시달리던 날들. 그러다가 어느날 부터 뒷 목이 아파왔고 갈수록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고개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어깨에서 등, 허리까지 증이 커져갔다.

 

 정형외과를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보시더니  흉추 몇 번 몇 번이 아주 좋지 않고 척추측만증도 있어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첫아이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면서 허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는데 척추측만증 때문에 허리 근육을 잘 키워놓아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잘 듣기만 했다. 게 벌써 십 몇년 전이고 그 후로 허리 통증을 비롯해서 턱관절, 오십견까지 여기저기 아플 때마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주사 맞으며 버텨왔다. 거북목에 골반불균형, 코어힘 전혀 없고 자세 엉망이고 운동 전혀 안하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번에 찍어본 엑스레이는 내가 봐도 목부터 척추까지 이어지는 s자 곡선이 와 인간의 척추가 저래도 되는 것인지 공포심 들 정도였다. 사치료는 싫어서 도수료와 운동치료를 받아보기로 하고 담당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만났생님은 차분하 증의 이유가 꼭 측만증 때문은 아닐 수도 있고 교정은 힘들 수 있만 통증을 줄이고 운동법을 배워보는 치료를 해보자고 하셨다. 


 도수치료는 아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진단해가며 시작되었다.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는 부분은 자극을 주지 않았고 치료과정마다 접촉에 관한 양해를 먼저 구하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였다. 통증 부위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질문하시며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냥 아프다는 생각뿐이었지 어디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아픈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꽤나 대답하기가 려웠다. 한편으론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약간 감동 받았다. 누워서 받는 치료가 끝나면 취약한 부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 선생님이 직접 운동 시범을 보여주다. 물론 해와는 다르게  따라 하지 못하는 슬픈 내 몸뚱이여...

44년간 운동과는 철저하게 쌓고 지온데다가 목과 허리가 만신창이기에 남들이 보면 저것이 운동이냐 할 법한 자세에도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마냥 곡소리가 곤 했다. 한 번은 운동치료 선생님께 릿 자세 호흡법부터 배우다가 이건 정말 힘들어서 못하겠다"전 사람이 못할 없다고 생각해요." 라고 결연하게 말씀하시는데(선생님은 20대시잖아요 라고 말할뻔 하다가) 반성하기도.


 치료 회차가 어가며 목의 통증과 가동범위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치료를 받고 나면 며칠은 아프지 않은 데다가 아프면 낫게 해 줄 거라는 신뢰감이 생겨서 죽기보다 가기 싫었던 병원문을 즐겁게 열곤 했다.

선생님들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 항상 지난번보다 상태가 어땠는지, 알려준 운동은 얼만큼 해봤는지를 체크하셨고 대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일상 생활에서 조금씩 몸을 제대로 움직이고 자세에 신경을 쓰며 배웠던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제대로 해온 것 맞으시냐고 늘 되물어 보시긴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토록 성실하게 전문가의 말을 따라 내 몸을 움직여 본 것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그렇게 3개월에 걸쳐 꾸준하게 치료를 받으면서  론이고 오래 걷거나 서있으면 어김없이 아파오던 고질병 허리도 많이 좋아졌다.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히던 이명도 사라졌고 무엇보다 꿀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다.


마스크 속으로 표정을 감출 수 있어 다행이었던 치료실 풍경


 형외과 물리치료는 가장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번 경험으로 완벽하게 이해했다.  몸을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쓰고 싶어 졌고, 통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 만성이든 급성이든 사고든 지병이든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오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환자들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치료해야하는 선생님들의 고충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람은 역시 경험을 해봐야 안다. 그리고 아파봐야 운동할 생각을 한다. 래서 이제는 정말 운동할 결심을 하고서 당장 pt 든 필라테스든 시작!하기에 앞서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아무튼 피트니스'를 주문했다. (지켜보던 남편, 그거 읽는다고 당신이 운동을 할까? 라고 함)



'여성, 중년, 비혼, 비만, 활동가 그 삶에 피트니스가 일으킨 홀가분한 깨달음들'이라고 소개되는 이 책은 권운동만 하며 살아온 작가님이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나이 50 즈음 PT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이다. '아무튼'시리즈답게 살아 숨 쉬는 통찰력과 따뜻한 시선이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어서 당장 일어나 운동을 해야하는데 그 전에 그만 작가님의 삶에 대한 태도, 에 대한 애정, 땀 흘려 무언가를 일구어가는 것을 향한 긍정의 기운에 홀딱 반해버렸다. 마지막 챕터인 '이해하다' 를 읽고 나면 이 책이 단순히 건강하기 위해, 몸을 만들기 위해, 더 젊어지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운동을 하자!는 캠페인이 아니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고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도 자기 몫의 고유한 삶이며 몸에 아로새기는 꾸준한 운동은 젊음과 건강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 서려는 태도를 위한 것 임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아무튼, 읽고 나니까 운동 다 한 거 같은 이 기분 어쩌지. 난 아직 한 발자국도 집 밖을 나서지 않았건만. 그렇다. 운동을 글로 배우려는 자. 이게 나란 인간이다.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땀 흘리는 운동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다. 걷기 달리기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산 수영 스키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모든 것이 내게는 끔찍하게 귀찮고 힘들고 왜 하나 싶은 것이었는데... 차라리 읽고 쓰고 듣고 보는 취미가 아니라 체육인의 취미가 있었더라면 내 인생 보다 맑고 밝고 깨끗하게 달라졌을. 안 하던 생각을 하니까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였다. 여름밤, 환하게 조명을 밝힌 체육공원의 트랙을 말없이 몇 번이고 달리는 사람들, 하나의 공을 쫓아 미친 듯이 내달리 젊은이들과 놀이터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맨손체조를 하는 노인들며...


그동안 치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쩐지 노을 진 하늘 앞에 홀로 선 심정이  했다. 먼저 앞으로 살아가며 추가하게 될 병명과 의료비 걱정이 화르르 피어올랐다가 사그라든다. 그리고는 운동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싹을 틔운다. 그러다가 잘 모르는 세계, 영원히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전히 장을 뛰게 한다 그머니 서글퍼는 수순었다.


 그리고 운동할 결심을 위한 이 모든 행위- 읽고 쓰고 말하기-를 하는 동안 웃음 치던 남편은 하프마라톤을 신청 선언하더니 매일 밤마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한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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