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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짜이 Mar 03. 2024

근황을 묻지 마요

남편이 3년만에 휴직을 하고 결국 퇴사를 하더니 이직을 하게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또다시 기꺼이 그 시간을 부대끼며 보냈다. 처음에는 종일 앉아서 아무 말없이 프라모델만 만드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뭐라 하자니 안쓰럽고 가만두자니 걱정되고,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었다. 남편은 프라모델을 만들다가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말없이 끌어안고 또 끌어안고 그랬다. 저 사람이 저렇게나 나약했던가 겁이 나다가 그러나 그런 사람이어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매 순간 실감했다.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전라남도, 경상북도, 강원도를 틈나는 대로 몇 번씩 여행했고 급기야 내 인생에 갈 일 없을 것 같았던 일본도 다녀왔다.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큰아이와 아직 어린이 그 자체인 둘째 아이를 데리고서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고 사랑하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통장도 깼고 이사 가고 싶었던 마음도 접었다. 어떻게 지내냐고, 어떻게 되었느냐고 전화로 묻던 친구가 이야기를 듣더니 그런다. 너 지금 나이가 몇인데 욜로족처럼 그러고 사니? 나중에 어쩌려고. 웃어넘기며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친구야. 나중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일단 살아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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