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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약 Jul 18. 2020

결코 아이는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는다.

(서평) 오늘 아이랑 집에서 뭐하지?



우리 아이는 이제 30개월이다. 매우 활동적인 성격인 데다가 말이 빨리 터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가끔은 너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어린이집에 하원 시키러 가면 마스크 차림으로 두다다닥 나와서는 놀이터로 뛰어간다. 작은 미끄럼틀부터 중간 미끄럼틀, 흔들의자를 타고 아빠와 눈을 마주치며 신나게 논다. 그리고 건너편 큰 놀이터로 옮겨간다. 누나, 형아들 틈에서 같이 섞여 노는 걸 좋아한다. 운이 좋은 날은 아이를 좋아하는 누나 형아를 만나 함께 신나게 논다.


그러나 대부분의 큰 아이들은 아이와 노는 걸 썩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럴 땐 내가 관찰자에서 친구로 변신하여 같이 논다. 아이가 최소 만족할만한 놀이시간은 대략 30분이다. 30분 이상을 놀면 아이도 "집에서 가서 젤리 먹을래요." 소리가 나온다. 아이를 데려오는 우리 집의 통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좋지 않은 날은 밖에서 놀 수 없다. 코로나19는 말 할 것도 없다. 아이가 놀고 싶은 만큼의 에너지는 집에서 어떻게든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 놀고 싶은 마음을 어린이집에서 꾹 참고 기다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맞벌이 부부의 집에선 곡소리가 복화술로 나온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아이와 함께 이것저것 놀이를 함께 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너무 힘이 들 땐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30개월 아이는 유튜브도 매우 능숙하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본다. 놔두면 1시간이고도 본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부모의 세계보다 스마트폰의 세계가 훨씬 멋지다고 확신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정서적으로 교감의 끈이 느슨해지는 순서로 이어진다. 아이는 부모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 부모가 힘들어도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며 '우리 가족'이란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심어주어야 나머지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나는 일반적인 서평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검색하면 목차부터 상세한 설명까지 다 나와 있다. 그 점을 감안하고 책에 대한 체험 감상평을 이야기한다.


[21세기 북스]에서 이러한 부모의 고충을 알아채고 '집콕놀이 베스트 60' 가지를 엄선하여 책으로 내놓았다. 이름하여 《오늘 아이랑 집에서 뭐하지?》.  미술/과학/활동/요리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고 즐기는 놀이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략 4세에서 8세 사이의 아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내용이 많다.



병뚜껑 컬링(활동),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과학), 아코디언 입체카드(미술), 옥수수 치즈 군만두(요리) 등 아이가 하고 싶은 '오늘의 놀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콕콕판'이 제시되어 있다. 전체를 네 가지로 나누었지만 사실상 모든 주제가 오감을 이용하여 노는 활동이다.


우리 아이는 자동차 마니아다. 그래서 [장난감 자동차 세차장] 놀이를 해보도록 한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골판지, 세척 솔, 장난감, 테이프, 칼 정도만 있으면 된다. 세차장을 만들어 차가 지나가면서 자동적으로 청소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실제로 자동차가 세차하는 과정을 수 차례 세심히 다 지켜봤다. 세차는 1차 세척, 2차 건조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벨트 위에서 차가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책과는 다른 결과물이 탄생했다.



보다시피 책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칫솔이 입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출구에도 있다. 움직이는 벨트도 별도로 만들었다. 더 흥미로운 건 책 매뉴얼엔 없는 선풍기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직접 아이가 마지막에 손으로 직접 차를 닦는 과정까지 집어넣었다.



물론 부모가 옆에서 생각의 바람을 불어넣어 주면 금상첨화다. '여기서 더 하고 싶은 거 있어?', '뭘 더 하면 멋있을까?'



아이는 상상력을 더해 카센터까지 결합시켰다. 물감을 이용하여 차에 색칠을 한다. 기존의 차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데 몰입감이 상당하다. 아이는 결코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간단하고 '엉성한' 틀만 제시해준다. 그래서 아이의 생각에 맞게, 아이의 선호에 맞게 부모가 길을 터 줄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넓다. 하나의 주제로 무한대의 버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너무 간섭해서도 안되고 너무 지켜만 봐서도 안된다. 적당한 선에서 같이, 그리고 한 발 물러서서 아이와 함께 하면 된다. 그럼 아이의 성향이 보인다. 아 우리 아이는 이런 캐릭터구나, 아 우리 아이는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구나, 어 생각지도 못한 것에 상상력이 풍부하네 식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




품이 드는 놀이책이다. 그만큼 얻을 수 있는 바도 많다. 집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 이 서평은 21세기 북스의 책 지원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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