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일자가 다가오는 설날이라 계속 걱정이 됐다.
안 그래도 설 명절 준비로 몸이 힘들텐데 생리까지 겹치면...
생각만 해도 최악이다.
근데 몸의 신호가 뭔가 이상했다.
작년 여름, 한 번의 임신과 유산으로 임신 초기 증상을 경험했던 나는 뭔가 촉이 왔다.
보통 배란기 이외에는 분비물이 없었던 나는 계속 분비물이 보였고
가슴도 흔적 기관에서 꽤 가슴다운 크기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나 혼자 몰래(괜한 기대 할까 봐...)
집에 있던 테스트기를 다음날 아침에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젯밤 신랑이랑 약간의 다툼 아님 다툼이 있었는데 서로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잠들었다.
술 마신 남편을 픽업하러 갔는데 내가 틱틱거렸다는 것이 이유다.
나도 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기분이 나빠진 건데 서로 오해한 걸로 결론이 났지만 영 시원치 않아서
기분이 계속 다운된 상태.
다운된 기분과 약간의 긴장의 상태로 테스트기를 해보았는데 결과는 역시나 내 예감대로였다.
임신 확인
2019.02.02 Am. 6:05 출근 준비하는 남편에게 말 걸기가 꽁기한 상태라
테스트기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니 분명히 봤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난 황당해서 몇 분 뒤에 라인에 이거 못 봤냐고
사진과 글을 보냈다. 바로 전화가 왔다.
어제 다투고 아침에 말 걸기가 그래서 조용히
사진만 찍고 나갔다며...
기분이 좋은데 티를 낼 수가 없었다고 ㅋㅋ
(훗날 주수를 확실히 알고 계산해보니 낌새를 알아
차린 건 3주쯤이었고 테스트기를 한 날은
4주 0일째였다.)
암튼 이렇게 임신을 확인하고 양가에는 언제 알릴지 당장 다가온 설 명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작년에 괜히 바로 알렸다가 다 같이 상처 입은 경험이 있어서 최대한 늦게 알리기로 했다.
괜히 설 명절에 무리했다가 작년처럼 또다시 안 좋은 결과를 경험할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좀 더 많이 신경 써주고 중간에서 최대한으로 방패망이 되어주기로 했다.
임신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임신을 해서 기쁜 마음도 있지만 두려움이 더 앞서는게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기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여자로서 희생되어야 할 부분과 짊어지고 가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나'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와 준비가 충분한지
내가 과연 육아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훨씬 컸다.
당장 회사에는 언제 어떻게 알릴 것이며 이번에는 내 몸 관리를 얼마나 잘해야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주변에서 결혼한지 얼마나 됐어요? 아기는 아직 없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에 약간 스트레스가 있었다.
결혼이 곧 출산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결정할 일인데 왜 이렇게 간섭 아닌 간섭을 하는지...
그들은 그냥 인사치레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실례가 되는 말인지
당사자들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나 역시도 기분이 언짢아질 때가 많았다.
꼭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졌던 건 왜 였을까...
일단은 무리하지 말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려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내 몸이 우선이다.
그리고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고 릴랙~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