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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Apr 24. 2019

어쩌다 엄마

임신일기 #2   4주차

4주차

- 배아픔, 불안과 긴장의 연속

  입덧의 시작...?  몇 년만에 아빠가 2번이나 꿈에 나옴!



2019.02.03.日 4주 1일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깼다.

생리통처럼 은근히 아파서 배를 살살 만져가며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아파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단 화장실로 갔다.

역시나 화장실 배는 아니었는데 장기들이 막 꼬이는 것 같았다.

거울을 보니 핏기가 하나도 없고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화장실에서 나가는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갑자기 힘이 탁! 하고 풀리면서 핑 돌면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도저히 움직일 힘이 없어서 방에 있는 남편을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깨웠다.

남편은 너무 놀라서 나를 토닥여줬고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정신이 돌아왔다.

휴... 임신 확인한지 하루만에 이런 일이 있어서 뭐가 잘못된게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지 걱정되는게 아니라 아기부터 걱정하게 되다니...

오늘은 일요일이고 당장 내일부터도 설 연휴가 시작돼서 병원 진료도 어려운 상태였다.

너무 걱정돼서 인터넷에 글을 한참 찾아봤는데 출혈이 있거나 배아픔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면

안심해도 될 거라는 내용이 많아서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오늘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쉬기로 했다.        


  

2019.02.04.月 4주 2일

어제 배 아팠던게 신경 쓰여서 다시 한번 더 테스트기를 해보았는데

두줄이 선명하게 나와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설 전날이라 점심쯤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고 시댁으로 갔다.

신랑이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해 놓은 상태지만 과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머니가 많이 하시는 편이라 며느리들은 간단하게 여러 종류의 전을 굽는 정도라서 수월한 편이다.

남편이 센스있게 많이 티를 내지 않고 나와 바통 터치해가며 많이 쉬게 해 주었다.

(아버님이 집에 안 계셔서 가능ㅋ)

남편 덕분에 생각보다 편하게 명절 준비를 했고 잘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또 계속 누워있었다.          



2019.02.05.火 4주 3일

설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댁 가서 차례 지내고 세뱃돈도 받고 점심 전에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명절에도 시할머니께서 오셔서 대구에 가지 않아도 된 것이 너무 기뻤다.

시할머니께서는 생각보다 서둘러서 대구로 일찍 가셨다.

아버님은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고 다른 가족들도 영화 한 편 보자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남편이랑 나랑은 딥슬립의 세계로 ㅋㅋ

결혼하고 명절, 제사를 통틀어 가장 편한 명절이었다.

영화 내용은 잘 모르겠고 꿀잠을 자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누워서 쉬기만 했다.

더 이상 배 아픈 것도 없고 출혈도 없어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2019.02.06.水 4주 4일

늦잠을 자고 불안한 마음에 또 테스트기를 했다.

역시나 두줄. 스치기만 해도 정말 진한 두 줄이다ㅋㅋ

오후에는 아빠 추모관에 다녀왔다.

동생네랑 만나서 아빠한테 인사드리고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만 모르고 모두가 아는 나의 임신!!

내가 자꾸 누워있고 남편이 움직이니까 나한테 뭐라 하셨다.

이준이가 노는데 방해된다고 나보고 더 구석으로 가라고;; 딸 보다 손자가 더 우선이다ㅠㅋㅋ

모두들 입이 간질간질한데 침묵을 지켰다.

갖은 핍박(?)을 받으며 엄마 집에서 명절의 마지막을 마무리했다.



2019.02.07.木 4주 5일

지난번에 배가 아팠던게 계속 불안하고 아기도 잘 있는지 궁금해서

급하게 오전 반차를 쓰고 남편이랑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번에 선택했던 선생님은 맘 카페에서 추천을 많이 했지만 나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다른 선생님께 가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

아기집이 보인다고 임신 확인증도 받고 예정일을 받았는데

어머나... 내 생일이라니...!!

나는 안 좋은데 남편은 한 번에 해결이 가능하다며 좋아했다.


2019.02.07   아기집 확인


오후에 남편이 회사에 데려다줘서 출근했는데 과장님이 어디 몸 안 좋냐며

혹시 임신했냐고 물어서 소름이 돋았다;;

과장님한테는 맞는데 당분간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쉿!

축하한다며 불편한 거 있음 얘기하라고 배려해주심 ㅠㅠ

임신 때문인지 원래 졸릴 시간이라 졸리는건지 모르겠다.

나만 계속 춥다춥다하면서 옷을 더 껴입고 있다.

찾아보니까 임신 초기에 기초 체온이 올라가서 그렇다고 한다.

열도 살짝 나는 것 같고...

그리고 또 나타나는 증상은 입맛이 딱히 없다는 것. 많이 못 먹겠다는 것.

이것이 입덧의 시작일까...?          



2019.02.08.金 4주 6일

숨만 쉬고 마감한다고 일을 열심히 했더니 하루가 금방 갔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대독장에 가서 남편이랑 꿍, 민정, 나영이랑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배도 별로 안 고프고 잘 먹히지도 않아서 진짜 조금 먹고 말았다.

2차로 카페 가서 꿍이랑 민정이 곧 출산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때다 싶어서 자연스럽게 임신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민정이가 꿈을 꿨는데 우리가 임신한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는데

그 꿈이 진짜 맞아서 너무 신기했다.

집에 와서 TV 보는데 별로 먹은 것도 없고... 약간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남편에게 불안하다며... 스멀스멀 입덧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ㅠㅠ

제발 토덧만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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