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레이가 가진 신화와 스토리텔링의 힘
미국 내에서 게토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압도적입니다. 이게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포카리스웨트가 5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게토레이는 그 절반도 안됩니다. 일본에서도 게토레이는 3위 브랜드죠.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게토레이는 왜 미국에서 유독 압도적인 인기일까요? 이건 게토레이의 스토리에서 기인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게토레이는 플로리다 대학(UF)의 풋볼 팀인 게이터스를 위해 만들어진 음료입니다. 더운 여름에 보호장구를 두른 선수들이 땀을 많이 흘려 탈진하는 일이 많자 흘린 땀을 보충하기 위한 음료로 로버트 케이드와 동료들이 개발한 음료였죠. 그래서 이름이 Gator's Ade -> Gatorade가 된 겁니다.
공교롭게도 게이터스가 이 게토레이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팀 성적이 좋아집니다. 3, 4쿼터에 더 강한 저력을 발휘했고 게이터스는 뒷심을 발휘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팀이 됐죠. 그 결과 게이터스는 전년보다 승률이 크게 오르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고 우승컵을 차지합니다.
이 게토레의 승리 신화는 다양한 스포츠잡지를 통해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집니다. 덕분에 게토레이는 경기력과 승리를 가져오는 음료로 선수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고 이후 많은 스포츠팀들이 게토레이를 마시게 되어 선수들의 음료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리매김합니다. 이것이 미국에서 게토레이가 스포츠음료의 대명사가 된 이윱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게토레이는 스포츠 음료시장을 개척한 개척자의 포지션이지만 최초의 스포츠 음료는 아닙니다. 게토레이가 등장한 60년대 초반엔 로버트 케이드 박사 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다른 사람들도 운동 중 탈수현상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로 전해질이 든 음료를 마시는 것을 생각해냈으니까요.
62년엔 게이터스의 라이벌인 플로리다 주립대학(FSU)에서 세미놀 파이어워터란 음료를 개발합니다. 그리고 64년엔 네브라스카 대학의 트레이너 조지 설리번이 허스커레이드란 음료를 개발했고요. 또 게토레이와 같은 해인 65년엔 뉴저지의 의사 제러드 발라키언이 럿거스 대학을 위해 스포테이드란 음료를 개발했죠. 이처럼 동 시기에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던겁니다.
이러한 스포츠음료 개발 붐에서 게토레이가 살아남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음료엔 '게이터스의 승리'같은 매력적인 스토리가 없었거든요.
스포테이드가 공급된 이후 럿거스 대학은 3년 간 3승-5승-4승으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며 하위권에 머무릅니다. 플로리다 주립대도 상황은 비슷해서 세미놀 파이어워터를 공급한 2년 동안의 성적은 4승-4승으로 돋보일 거리가 없었죠.
네브라스카 대학의 허스커레이드는 정반대의 케이스였습니다. 원래부터 늘 1위를 하고 결승까지 올라가던 초강팀이었기에 허스커레이드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성적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거든요. 결정적으로 허스커레이드가 공급된 이후로 3년 연속 결승에서 졌기 때문에 근사한 스토리가 나올 거리가 없었죠.
반면 게토레이의 배경이 된 플로리다 대학은 매년 6-7승을 거두는 팀이었다가 게토레이가 공급된 65년엔 7승을 거둡니다. 그리고 66년엔 9승에 결승에서 우승까지 했고요.
게토레이의 스토리엔 개발자인 로버트 케이드 박사의 거짓말과 자작극도 한 몫을 했습니다. 게이터스가 한참 게토레이와 함께 연승을 달리던 때, 케이드 박사는 라이벌 팀과의 경기 전에 '게토레이 탈취극'이라는 자작극을 벌여 일부러 게토레이를 공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게이터스는 졌고 게토레이가 승리를 가져온다는 신화는 더욱 강해졌죠. 또 게토레이를 마셨음에도 65년엔 별다른 성적 상승이 없었다가 66년에 성적이 상승했는지를 묻는 스포츠잡지의 질문에 '게토레이의 성분 구성비를 바꿨다'라는 거짓말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력적인 스토리는 동시기 그 어떤 스포츠음료보다 게토레이의 강한 경쟁력이 되었고 이후 선수들의 음료가 되면서 더욱 다양한 스토리가 따라붙게 됩니다. 이것이 게토레이가 미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유였죠. 모든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게토레이를 마시니까요.
반면 다른 나라에선 이런 스토리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습니다. 일단 게토레이의 신화적 스토리가 풋볼이라는 미국에서만 하는 스포츠에 기반한 것이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게토레이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은 80년대부터로 이때는 해외 각국에서 스포츠음료 브랜드가 탄생한 이후다보니 개척자의 입장에 서지도 못했습니다.
제품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진입도 늦었고 스토리는 미국 밖에서 먹히기 힘들었기에 게토레이가 미국에서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 게토레이의 이야기는 브랜드와 기업에 있어 스토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뒤집어 보자면 자작극과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스토리를 만들기만 하면 그게 통한다는 섬뜩한 이야기도 되고요. 그래서 때론 기업들이 '거짓말은 아닌 이야기'를 이용해 교묘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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