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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 Aug 13. 2022

나와 엄마의 삶

바람이 팔을 스쳐 지나간다.

햇빛이 반짝여서 손으로 햇빛을 가린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지나간다.

치마의 부드러운 감촉이 걸을 때마다 무릎을 사부작거린다.

빨간불이 빛나는 신호등을 기다린다.

울창한 나무 아래에서 나무를 올려다본다.

저 나뭇잎들도 지금 살아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있다.


문득 엄마가 별거 아닌 그 모든 삶을 참 사랑했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난다.


새순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데 행복을 느끼던 사람

따가운 햇빛도 온몸으로 즐기던 사람

새로운 도전을 주저 없이 하던 사람

씩 웃는 얼굴이 개구쟁이처럼 사랑스럽던 사람

무한히 사랑이 솟아나던 깊은 가슴을 지니던 사람


잘못된 것만 같아 눈 뜨면 다시 눈 감고 싶던 일상이

다시 평범한 일상처럼 변해 요즘 내가 참 괜찮다 했는데,

또다시 너무 아프다.

괜찮은 게 괜찮은 게 아닌가 보다.

오래오래 이별해야 하나보다.

그렇게 사랑하는 삶을 준비도 없이 갑자기 보내야 했던 나의 사랑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귀에 듣고 있는 노래에서 가사가 흘러나온다.

"끝에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선물이 될 거야"

내 사랑 그녀에겐 삶은 선물이었겠지.

나에겐 그녀가 애틋하고 그리운 선물이고.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얘기했듯

지나온 세월이 그저 하룻밤 꿈같다고.


엄마도 이제 나에게 여운이 너무도 진한 하룻밤 꿈이 되었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하룻밤 꿈같은 삶이겠지.


주어진 삶에 내 온몸을 내던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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