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9, 루나 크리스마스 파티
0.
저기요, 혹시 무슨 선물 가지고 계세요?
한 꼬마친구가 저에게 다가와 물어보았습니다.
선물?
내가 줄만 한 게 있나?
꼬마친구가 바랐던 건 과자나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바랐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1.
2018년 2월 9일 금요일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30년 만에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게 되어 전 국민의 관심이 평창으로 쏠린 가운데,
합정의 어느 한 건물 5층에서는 때아닌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12월도 다 지났는데 웬 크리스마스 파티냐고요?
2018년 2월 9일은 음력으로 2017년 12월 24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티의 제목은 <Lunar Christmas Party>.
놀공의 사무실 이전을 기념하고 음력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축하하는 파티였습니다.
2.
놀력 충만한 친구들이 잔뜩 모여 사무실의 인구밀도를 왕창 올려놓은 가운데!
놀공의 파티답게 놀공스러운 파티게임이 진행됩니다.
게임의 키워드는 #새해소원 #선물 #산타 입니다.
파티장 한쪽에는 게임에 등록할 수 있는 태블릿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를 부여받고, 아이디가 적힌 팔찌와 '소원성취' 스티커, 그리고 선물을 받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소원 태그 진열대가 있었는데요.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겠어'
'새해에는 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새해에는 나도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
'새해에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싶어'
와 같은 소원이 20가지나 넘게 주렁주렁 걸려 있었습니다.
나에게 배정된 소원 태그를 뽑아 내 몸 어딘가에 잘 보이게 걸어두는 게 게임의 첫 시작입니다.
왜냐하면 나의 새해소원은 선물을 받아야 이루어질 수 있는데, 내 선물은 어떤 산타가 가지고 있거든요.
모든 참가자들은 등록할 때 선물 종이 여러 장을 받습니다.
저는 '개마고원'을 받았는데요.
알고 보니 '개마고원'은 '새해에는 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소원에 해당하는 선물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참가자들이 다양한 선물을 가지고 있고, 이 선물은 새해소원과 매칭을 이룹니다.
모두가 선물을 받아 새해 소원을 이루고 싶어 하는 동시에, 모두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선물을 줄 수 있는 산타가 되는 셈입니다.
저에게 다짜고짜 선물이 있냐고 물어봤던 꼬마친구가 원하던 선물은 자신의 새해소원을 이뤄줄 선물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가진 '개마고원'은 꼬마친구가 찾던 선물은 아니었지만요.
3.
파티에서는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아직 파티 문화가 어색한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사람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보다 원래 알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 <당신의 산타를 찾으세요> 게임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또,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소원 태그를 유심히 관찰해야 하기도 하죠.
사람들이 낯선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말까지 걸어보게 하는 힘!
놀공의 게임이 부리는 마법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끝>
글 / 명선공 (김명선, 놀공 페북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