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제니 Dec 17. 2022

시집을 선물 받았다

시집을 선물 받았다. 


늦은 밤 도닥도닥 야근을 하다가, 옆자리 동료분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생각이 무르익을 때쯤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써요.

아, 저도 예전에 브런치에 글 썼었어요! 저는 시를 좋아해요. 

아 시요? 저는 시는 항상 궁금한 영역이에요. 

그래요? 그럼 시집 하나 추천해줄게요 나중에.


다음날, 집으로 시집 하나가 도착했다. 

노오란 표지의 시집. 다니카와 슌타로의 <이십억 광년의 고독.> 


새로운 세계를 알아갈 때는 본격적인 마음으로 들어가면 지레 겁먹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몬드 한 알 챙겨 먹는 마음으로 생각날 때 읽고 싶은 페이지를 읽어야지.


유독 야근이 많은 주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돌아와도, 혼자의 공간으로 돌아오면 오늘 나에게서 태워진 에너지와 뱉어진 말들로, 내 안의 무언가가 얼마간 소모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 자기 전 시를 읽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화초에 수분을 열심히 공급하고 헛헛해진 흙에 반 잔 정도의 물을 축여주는 마음으로. 


문학을 읽는 시간은 평온하다.

삶이 숨 가쁠 때에는 문학을 읽을 수 없다. 글자보다 일 미터쯤 위에서 마음이 표류한다. 

문학은 효율적이지 않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존재하지 않는 곳. 계산하지 않는 시간.

그런 글이, 이야기가, 영혼을 살찌운다. 사람은 원칙과 계획과 수행만으로는 살 수 없다. 


누군가에게 문학을 선물하는 마음은 그래서 귀하다.

상대의 삶이 평온하고 촉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역할과 수단 너머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상대를 보아주는 마음이 있다.

당신의 영혼이 배부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에게 글을 선물 받게 된다면, 

그 마음의 귀함을 온전히 느껴보기를.

그리고 그 글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 글을 선물 받은 자신의 소중함도 함께 충분히 느끼고 누리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1 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