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프로젝트로 스타트업을 찐하게 경험하다.
10월 22일 토요일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인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빵! 터졌다는 소식!ㅎㅎ
많은 스타트업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 순간, 트래픽 폭발로 서버가 터지고 하루아침에 10배도 아니고 100배의 성장을 이뤄내는 그 순간을 감사하게도 함께 옆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수민님, 좀 도와주세요 ㅠㅠ 당장 이 요청들을 쳐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잡고
직원들 교육시켜 안착시켜주는 것까지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메시지를 받고 한편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를 떠나서 하나의 조직에 갑자기 들어가서 빠른 시간 내에 현재 전체 프로세스와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 직원 교육까지 시켜야 한다는 것이 …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을 찐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2주만….”이라고 소심하게 답하며ㅎㅎㅎ 단기 프로젝트 리드를 위해 합류했다.
2주를 함께 했던 스타트업을 회사 A라고 부르겠다.
여기서 나는 폭등한 고객들의 요청을 소화하기 위해 신규 운영 인원 채용 프로세스 및 운영 업무의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여기에 채용한 인원을 온보딩 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23일 일요일 출근해 약 3시간 동안 전반적인 업무 및 각 업무별 담당자를 전달받았다.
먼저, 내가 이해한 기존 프로세스를 도식화했다. 말로 듣고 서류로 본 것들을 한 장의 이미지로 정리해서 다시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각 구성원이 앞으로 담당해야 할 영억을 해당 프로세스 이미지에 올려 전체적이 그림을 그려냈다. 그리고 변화/개선이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의 대부분이 특정 담당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경우 진행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그때그때 담당자는 일을 위한 일을 해야만 한다. 또한 업무가 과중되어 같은 업무를 위해 충원이 된다 하더라도 업무를 떼어준 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업무 교육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담당자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업무를 더욱 편리하게 도와주는 툴 자체가 업무 현황 공유 채널이 되어야 하고, 협업하는 사람들 또한 그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회사 정도의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늘 해야 할 일보다 사람의 손이 부족했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일수록 그 정도는 클 수 있는데 A회시 또한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단계별 담당자 구분 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업무”를 다 같이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라고 적은 것은 사실 그 범위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칫 잘못하면 연차가 낮거나 경험이 적은 직원들이 오너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수 있고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업무 분담 및 권한 위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맡은 업무는 큰 밑그림이 있는 A회사에서 구획을 나누고 그 구획별 담당자를 지적해 경계선을 그려주는 일, 또 그 경계선이 그려진 구획 간 의사소통을 위한 다리를 필요한 곳에 놓아주는 일이었다.
A회사가 코끼리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는 저 선들을 그리고 각 구간별 1-6에 해당하는 담당자(색깔)를 지정하는 것 같았다.
일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위 2가지 목표를 큰 틀로 잡고 세세하게는 아래 작은 목표들을 세웠다.
개인 메모장 혹은 로컬 문서 프로그램 (한글 혹은 워드) → 협업 툴로 옮긴다.
전화를 통한 고객 및 운영인원 안내를 최소화한다. → 비동기 문의 채널로 옮긴다.
Recognition! 이렇게 정신없을수록 작은 일 하나도 챙겨서 감사를 표현하고, 공유하며 칭찬하자. 그리고 서로 이 칭찬에 함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자.
이런 개선 사항을 바탕으로 1. 새롭게 개선한 프로세스, 2. 각 단계별 담당자 그리고 3. 프로세스 내에서 수정이 될 부분을 정리해서 24일 월요일 오전 처음 인사하는 직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이렇게 첫날을 마무리했다.
월요일 오전 전체 미팅에서 나를 소개하고 준비해둔 장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고작 3시간 만에 업무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악했을 리는 만무하고, 단방향의 내용 전달이 아닌 내가 만든 장표들을 함께 리뷰하는 형태로 미팅을 진행했다. 단계별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그때 수정해가면서 프로세스 수립에 관련 담당자분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업무를 파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도 있지만, 프로세스라는 것이 실무 담당자분들의 업무 패턴과 현재 방식을 녹이지 못한 것이라면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오히려 일을 위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실무 담당자분들이 깊게 관여하여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프로세스만큼 업무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큰 프로세스를 잡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까지 마친 후에 세부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 나갔다.
3개 정도의 채용 채널에서 지원을 받는다 → 각 채널별로 지원자가 있을 때마다 3개의 어드민에서 지원자 정보를 확인한다. → 지원자에게 전화를 해서 지원 의사를 확인한다. → 자체 지원 링크를 전달한다. → 지원 완료 후 다시 전화해서 업무를 안내한다.
3개 정도의 채용 채널에 자체 지원 링크를 바로 연결한다. → 각 채널별로 지원자가 있을 때마다 3개의 어드민에서 지원자 정보를 확인한다. → 지원자에게 전화를 해서 지원 의사를 확인한다. → 자체 지원 링크를 전달한다. → 지원 완료된 인원에게 유선으로 간단한 면접과 함께 업무 안내를 동시에 진행한다.
여기에 더해서 지원 현황과 최종 채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대시보드 내 데이터는 구글시트를 활용해서 지원서 링크에서 지원자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데이터 취합/업데이트되도록 만들어두었다.
이렇게 개선하면 담당자는
채널별로 분리되어있는 어드민을 확인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대표 포함 지원자가 어느 정도 있는지 알고 싶은 구성원은 누구나 대시보드를 통해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채용 과정 특성상 유선 안내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1회로 축소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자체 채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홍보 예산을 잡고, 벌크로 채용을 대행해줄 업체와 계약을 진행했다.
업무 시작 전 카톡으로 업무 안내 영상을 전달한다 → 새로 등록된 운영 인원을 단톡방에 초대한다. → 업무가 종료되면 직원 개인 카톡으로 비용 청구를 위해 영수증을 전달한다. → 업무가 종료된 운영 인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업무가 가능한지, 언제 가능한지 확인한다.
단톡방은 오픈 카톡방으로 이전한다.
업무 시작과 종료 설문을 만들어 따로 전화 안내 없이 운영인원이 직접 업무 시작과 종료를 알린다.
업무 종료 설문에 업무 재투입 여부와 일정을 묻는다.
운영인원 등록과 동시에 오픈 카톡방 링크를 전달해 참여시킨다. → 업무 시작 설문 응답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 업무 종료 설문 응답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비용 청구를 위한 영수증은 한 폴더에 자동으로 취합된다.)
처음 제일 걱정했던 것은 구성원들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사람이 프로세스를 개선한답시고 나에게 업무를 지시한다고?’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반응이 있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포기했을 것 같다. 그런데 회사 A의 구성원분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의 설익은 피드백과 제안을 받아들여주셨다.
처음엔 조심스러워하셨지만 짧은 시간 안에 변화의 방향에 동의해주셨고, 지체 없이 움직여주셨다. 또 더 나아가 방향성에 부합하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던져주셨고 나의 제안을 실무자의 손을 통해 이용 가치가 더욱 높은 프로세스로 재구성해주셨다. 그 덕분에 내가 이 짧은 시간 동안 프로세스 개선과 안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스타트업이 꿈꾸는 J커브의 성장 곡선은 사실 막상 맞닥뜨리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여기서 회사가 조직이 어떻게 대응하고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성장"곡선이 될 수도 있지만 감당해내지 못하고 결국 멈춰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에서 다가오는 변화에 열려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해내고 또 다른 Norm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성장가도를 타고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