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by Doing.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부딪히고.
구직자들은 취업난에 허덕인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위 몇 퍼센트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는다. 단순 돈벌이 활동 그 이상의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기업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입사한 지 6개월, 한 부서에서 같이 일하던 팀장님이 출산을 앞두고 휴직에 들어가셨다. 팀장급이면서 육아휴직을 대체할 계약직을 뽑는 건 (안 그래도 사람 구하기 어려운데!) 특히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덩그러니 남겨진 주니어 두 명. 물론 회사는 우리를 어미 잃은 오리들처럼 두지는 않았다. 부서 이동, 업무 재분배를 통해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모색했지만, 그래도 중간 관리자의 부재는 타격이 컸다.
사수 없는 주니어들은 작은 조직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직무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을까?
팀장님의 휴직 이후 나의 업무와 핏이 80% 이상 맞는 선배에게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웠다. 중간 관리자 없이 내 바로 윗 상사가 경영진 급이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일 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는 있었지만 '광고 세팅하고 결과 분석하는 법', '터지는 콘텐츠 기획하는 법', '일관성이 느껴지는 브랜드 디자인' 등 구체적인 업무에서 보고, 배우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줄 선배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찾아가기로 했다. 바로 리더들의 인맥을 활용하는 것. 10~15년 경력이라면, 나의 업무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단 한 명은 있으리라! 직접적으로 요청드릴 때도 있었고, 반대로 미팅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실 때도 있었다. 상품 기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때도 있었고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이 있는 분을 만나기도 했는데,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툴을 이용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옆에서 볼 수 있어서 벤치마킹하기에 좋았다. 물론 회사의 외부인이기 때문에 우리의 상황과 100% 맞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한번 안면을 트고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진행 중인 우리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직전 회사에서도 책 읽고 나누는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업무와는 관련 없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것이었고,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독려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누구보다도 대표님이 독서 모임에 진심이시다. 처음엔 대표님이 직접 사회 초년생을 위한 책 모임을 진행하셨고, 신입 직원들은 필참이었다. 지금은 점차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어 부서 별, 관심사 별 다양하게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부서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거창한 것 없이 각자 맡은 분야를 읽고 흥미로웠던 점과 업무에 적용하고 싶은 부분을 나눈다. 독서 모임은 너무 부담을 갖지 않도록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업무에 적당한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만!
핏에 꼭 맞는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 보니, 주니어 둘은 서로의 머리를 싸매고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우리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일까, 자꾸 완벽함에 집착하게 된다. 그럴 때면 외치는 말, "완벽보다 완성!"
완벽을 위해 계속 준비한다고 하지만 준비 단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완벽에서 멀어진다. 실행 후 결과를 얻고, 그 결과에서 계속 가지고 갈 점과 고쳐야 할 점을 분석해야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용어는 제품 개발에 주로 쓰인다지만, 업무에도 적용하여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으로 작은 테스트를 이어가며 결과물을 다듬어 나간다. 피드백을 받는 것도, 완벽하지 않아 보이는 결과물을 세상에 보이는 것도 너무 부끄럽지만 그래야 더 나아진다는 것을 믿는다.
이전 직장의 동료들을 만나 "실무를 직접적으로 피드백해 줄, 보고 배울 사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더니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답이 돌아온다. 어쩌면 직접적인 피드백으로 떠먹이며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시행착오 속에 우리의 전문성은 쌓이고 있다(고 믿어야지).